“中 조선에 발주하면 인민해방군 키우는 꼴…韓·日 지원해야”

하석원
2022년 04월 15일 오후 2:37 업데이트: 2022년 04월 15일 오후 10:14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 ‘군함의 그림자’ 보고서
中 주요 조선업계, 인민해방군 해군과 ‘민군융합’
“외국선박 건조 기술·경험, 군사용도로 악용 우려

중국 조선업계가 한국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조선업계의 민간선박 수주가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 해군 전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링크)에서 중국 공산당 정권이 불투명성 뒤에 숨어 매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외국 기업과의 선박 수출계약을 은밀히 인민해방군 해군 군사용 선박 업그레이드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민해방군 해군 함정의 건조를 담당하는 중국의 4대 조선소에서는 매년 수십억 달러의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기술을 이전받고 있다. 문제는 중국 조선업계의 자본 흐름 투명성이 제한돼 이 자본이 다른 곳에 유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공산당은 민간 상업활동을 군사기술 개발과 결합해 군사력을 강화하는 ‘군민융합’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타국과 민간 기술개발 차원의 공동연구개발을 진행하면서, 이를 통해 획득한 기술을 몰래 군사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외국의 기술을 도둑질하는 프로젝트가 포함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군민융합 전략에 따라 중국의 대형 국유 조선업체는 외국과 선박 수출 계약을 통해 선박 건조 경험과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여기에서 얻은 기술과 경험을 군사 프로젝트에 이용할 가능성이 관측된다. 인민해방군 해군은 항공모함 전단 구축에 힘을 쏟는 상황이다.

보고서에서는 인민해방군 해군 함선의 주요 건조사 중 하나인 국유기업 중국선박집단(CSSC)이 공산당 정권에 무기와 국방장비도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CSSC는 2021년 기준 세계 조선시장의 21.5%를 점유하고 있으며 100개 이상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0년 중국선박집단을 투자 금지 블랙리스트에 등록했지만, 중국선박집단의 국제 선박 수주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전체 발주량 4664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의 49%를 중국이 수주했고 한국(37%)과 일본(9%)이 뒤를 이었다.

올해 1분기에는 한국이 51%로 다시 1위에 올랐지만, 노조 쟁의가 없고 중국 공산당의 전략적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영 환경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보고서에서는 중국선박집단 산하 조선소인 대련선박중공, 강남조선, 후둥중화조선, 중선황포 등 4개 조선소가 프랑스와 대만의 해운업체로부터 수주한 민간선박을 인민해방군 군함과 같은 도크에서 제작하라는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위성사진에서는 인민해방군 최신예 항공모함과 프랑스 민간선박이 같은 도크에서 제작되고 있었고, 대만 에버그린이 발주한 컨테이너선 바로 옆 도크에서도 군용 선박이 건조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외국 기업 자금을 이용해 개발한 기술과 선박 건조 경험이 대만 침공 준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대만의 톱 해운사인 에버그린이 인민해방군 해군 군함을 건조하는 조선소에 거액을 투자한다는 사실에 적잖은 대만인들이 놀랄 것”이라고 덧붙였다.

CSIS의 조사에 따르면 에버그린은 2018년부터 2022년에 걸쳐 중국에서 44척의 선박을 구매했는데, 이 중 인민해방군 해군과 무관한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은 2척뿐이었다.

보고서는 “중국선박집단의 투명성 부족과 인민해방군 해군에 대한 지원 이력을 감안하면 외국 기업은 이 회사를 비롯해 중국 조선업체와 거래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특히 중국 주변 민주주의 국가들에 있어 이는 국가안보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과 경쟁 관계인 한국, 일본 조선업계에 각국이 선박을 발주하도록 미국 의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