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찰풍선 제조업체는…현지 매체 보도에 단서

차이나뉴스팀
2023년 02월 13일 오후 12:11 업데이트: 2023년 02월 13일 오후 5:38

기술력 근거로 드론제조사 DJI 등 4개 업체 물망

미국 영공을 침범한 정찰 풍선의 제조 업체가 어딘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군의 정찰용 기구(氣球)인지 중국 민간의 기후관측용 기구인지를 판별하는 중요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민간용 무인비행선(飛艇)”이라고 우기던 중국 외교부는 미군이 풍선을 격추하자 “과잉 반응”이라며 항의한 데 이어 풍선 잔해를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 풍선의 제조 관련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2월 7일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미 NBC 방송 기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중국은 미국이 격추한 풍선과 중남미 상공에서 발견된 풍선이 모두 민간 비행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풍선이 어느 국영기업의 것인지, 혹은 어느 민영기업 또는 부서의 것인지 설명할 수 있는가? 중국이 며칠째 조사를 하고 있는데 풍선이 미국에서 수집한 것이 기상 정보인지 아니면 여타 다른 정보인지 설명해 줄 수 있는가?”

이에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나는 현재 (밝힌 것 이상의)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정보가 중국 언론을 통해 노출됐다.

2월 8일, 1인 미디어 ‘BT 재경(財經)’은 20km 상공에서 비행할 수 있는 무인비행선을 만들 수 있는 중국 기업을 추적하면서 “현재 국내에서 (그런 수준의) 무인비행선을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은 이항(億航·Ehang)스마트기술, 주저우고무설계연구원(株洲橡膠設計研究院), DJI(大疆·다장), 패롯 등”이라고 밝혔다.

왕이(網易), 텐센트(騰訊) 등의 웹사이트는 2월 7일 금단(錦緞)연구원에서 발표한 ‘유랑풍선 약사(流浪氣球簡史)’를 전재하면서 특별히 주저우고무설계연구원의 발전사를 소개했다.

이 글에 따르면, 1999년 중국 화학공업부 라텍스공업연구소가 중국화공주저우고무연구설계원(中國化工株洲橡膠研究設計院, 이하 ‘주저우고무원’)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국내 최초의 전환 과학기술기업이 됐다. 이때부터 이 기업은 의료용 부틸고무 병마개 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부실한 경영과 급격한 시장 변화로 폐업 직전까지 몰린 이 기업은 2003년 기존 사업을 중단하고 기상관측 풍선을 연구·개발하기 시작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주저우고무원은 현재 ‘침지성형(dip molding)’, ‘회전성형(rotational molding)’ 두 가지 풍선 생산 공정을 갖추었으며, 생산 품목은 10g에서 5kg까지 다양하고 비행 고도는 48k에 달한다.

또한 ‘무기장비 과학연구생산 허가증’과 무기장비 과학연구생산 2급 비밀 유지 자격증을 취득했다. 주저우고무원이 생산한 75형 풍선은 일찍이 전국과학대회에서 ‘중대 공헌상(重大貢獻獎)’을 받은 적이 있으며, 또 이 기업이 생산한 군수품 부품이 ‘선저우 5호’ 유인 우주선에 응용돼 중공군 총장비부의 표창을 받았다.

아래 캡쳐 이미지도 주저우고무원이 군수 부품을 개발·연구하고 생산하는 업체이며 중공 군부의 총참기상기구 지정 연구·생산 기업임을 보여준다. 또 이 기업은 중국의 기상기구 제조업체 두 곳 중 하나다.

주저우고무원 기업 소개에 따르면, 이 기업은 군수 부품을 개발·연구하고 생산하는 업체이며 중공 군부의 총참기상기구 지정 연구·생산 기업이다. 이 기업은 중국의 기상기구 제조업체 두 곳 중 하나다. | 웹페이지 캡처

‘유랑풍선 약사(略史)’에서는 군용 풍선에 대해 특별히 소개했다. 이 글에 따르면 군용 풍선은 정찰·감시·통신·중계·수송 등의 역할 외에도 로켓 발사, 군집드론 투하 등의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

2월 8일까지 중국의 여러 언론이 이 글을 잇달아 전재했으나, 8일 이후 모두 삭제됐다.

시사평론가 헝허(橫河)는 “이런 제조업체는 ‘군민융합(軍民融合)’ 프로젝트의 일부로 기능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풍선 제품이 판매된 후에는 사용자의 책임이다”라고 했다.

헝허는 기상연구용 풍선이라도 정찰 장비를 탑재할 수 있고 여러 기능이 호환될 수 있어 ‘민·군 겸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헝허에 따르면, 민수용과 군용은 상대적인 것으로,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많은 국영기업의 제품은 모두 민간용일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민수용이 군용 임무를 맡을 수 있다.

중국 대사, 중국도 외국 풍선 격추한 적 있다고 인정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군이 정찰 풍선을 격추한 데 대해 “미국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엄중 항의했다.

하지만 중공도 중국 영공에 들어온 외국 풍선을 격추한 적이 있다. 루사예(盧沙野) 주프랑스 중국 대사는 6일 프랑스 TV 채널 LCI에 출연해 “실제로 이런 상황이 몇 차례 발생했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조용히 처리했고 사건화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풍선의 동기가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우리는 격추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루사예(盧沙野) 주프랑스 중국 대사는 6일 프랑스 TV 채널 LCI에 출연해 “실제로 이런 상황이 몇 차례 발생했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조용히 처리했고 사건화하지 않았다”고 했다. | 웹페이지 캡처

미군 UAP 보고서 “최근 몇 년간 발견된 정찰풍선 163개”

4일 뉴욕타임스(NYT)는 적대국들이 첨단 항공 기술을 사용해 미국을 감시할 가능성이 있으며 “2021년 이후 발견된 풍선이 163개나 된다”는 내용이 지난달 말 의회에 제출한 기밀 보고서에 담겼다고 전했다. 또한 관련 연구에 정통한 미국 관리 2명은 중국 공산당이 이 정찰작전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월 6일 로이터통신은 수십 건의 중국 공산당 문건이 풍선 기술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데 대한 관심이 급증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들이 “민간 비행선이 외국 영공에 잘못 진입했다”는 중국 외교부의 주장이 거짓임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공군은 2022년 4월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풍선의 군사적 용도 중 하나가 적의 방공 시스템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논문은 “(풍선은) 적의 방공시스템을 유도·가동시켜 전자정찰을 실행하고 방공시스템의 조기경보 탐지 및 작전대응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조건을 제공한다”고 했다.

또한 이 논문과 군사 관련 간행물들은 중공 군사기구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과거에 풍선을 어떻게 군사적으로 사용했는지를 추적해 이 분야에서 외국과의 격차를 줄이려 한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2022년 2월 해방군보(解放軍報)에 실린 ‘군용 풍선, 전장의 틈새에 떠있다(軍用氣球: 飄在戰場夾縫中)’라는 글에서도 정찰·감시·통신·중계·수송 등에서 계속 “잠재력을 발굴”하는 것 외에도 로켓 발사, 군집 무인드론 투입 등에 군용 풍선을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정리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고고도 풍선은 새로운 소재·기술을 적용하면 성층권(成層圈·지상 약 10~50km 사이의 지구 대기층)에 진입해 일부 방공 무기의 위협을 피할 수 있다. 항법 시스템과 인공지능을 응용하면 고도와 방향을 바꿔 목표 공역에 도달할 수도 있고, 계류기구(繫留氣球)로 한 공역에서 장기간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또한 둥근 외형, 플라스틱 재질, 느린 이동 속도, 무(無)열복사 등의 특징으로 인해 레이더의 ‘눈’을 감쪽같이 속일 수도 있다. 더구나 띄우기 쉽고, 공중에 머무는 시간이 길고, 가성비까지 높아 ‘저비용 작전’의 특징과 요구에 부합한다.

미 정보 당국 “정찰 풍선은 중공군의 방대한 감시 계획의 일부”

워싱턴포스트(WP)는 7일 “미 정보 당국이 미군에 의해 격추된 중국 고고도 정찰 풍선은 중공군이 운영하는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과 연관돼 있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또 정보 당국의 한 고위 관리는 “중공의 풍선함대는 한 중국 민간회사가 제공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며 “이는 ‘군·민융합 전략’의 일환으로, 중공군이 군민융합을 통해 민간기업이 개발한 기술과 능력을 사용해 미국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