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배터리 재료 ‘코발트’ 독식?… 광산 통제권 확보 나서

2018년 08월 18일 오후 4:00 업데이트: 2019년 12월 2일 오후 10:17

21세기 전기차 발전의 최첨단 영역에서 새로운 에너지원이 발견됐다. 중국은 이른바 ‘새로운 석유’라고 불리는 광물, 코발트의 공급 통제에 시동을 걸었다.

코발트는 전기 자동차에 전원을 공급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구성요소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일본의 전기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코발트 확보를 위해 7월 24일 도쿄에서 열린 산업 회의에서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중국 기업들은 코발트의 주요 생산국 중 하나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에 속하는 콩고 민주공화국의 코발트 광산에 대한 통제권을 이미 획득한 상태다.

콩고 민주공화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한 곳이다.

닛케이에 의하면, 일본 경제산업성에 소속된 익명의 관계자는 “현재 세계에서 유통되고 있는 코발트의 절반 이상은 콩고산이며, 중국이 이곳의 코발트 산업을 독점하는 것은 중동의 유전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닛케이는 정부 기구인 일본 대외 무역기구 정보를 인용하며 “중국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아프리카에 약 90억 달러(약 10조 1556억 원)의 재정을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2015년 5월 31일, 콩고 민주공화국의 남성과 여성이 루붐바시와 콜웨지 사이에 위치한 광산 근처에서 진흙과 암석에 함유돼 있는 코발트를 추출하고 있다. | Federico Scoppa/AFP/Getty Images

중국 정부의 이러한 행보는 특정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소위 ‘달러 외교’의 완벽한 예다.

가장 최근인 2017년 11월, 중국 상무부는 “콩고에 6백만 달러(약 67억 7천만 원)의 재정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긴급하게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해당 투자를 토대로 콩고에 분포해 있는 구리 및 코발트 매장지에 대한 채광권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는 콩고에 깊이 뿌리를 내리며, 광물 매장지에 접근하려는 일본 기업들의 시도를 원천 차단했다.

열악한 노동환경

그러나 콩고의 코발트 광산업은 불법적인 노동 실태를 이유로 조사를 받았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2017년 11월  콩고에서 자행되고 있는 아동 노동 착취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와 성인이 채굴한 코발트는 화여우코발트(華友鈷業)라는 중국 가공 회사로 유입됐으며, 해당 코발트는 전자자동차 및 전기자동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로 제조됐다.

화유 코발트와 관련한 공급망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전자 제조업체 중에는 애플, 델, 휴렛팩커드 등이 포함된다.

상하이 증권 거래소에 상장된 화여우코발트는 저장(浙江)성 해안 부근에 본사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리처드 무예즈(Richard Muyej) 콩고 루알라바 주(州) 주지사는 15일 광산 채굴 회의에서 ‘모든 것이 중국의 소유가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루알라바 주는 콩고 내 구리 및 코발트 대부분이 매장돼 있는 지역이다.

2016년 5월 23일 콩고 민주 공화국 루붐바시, 한 아이가 구리 및 코발트 광산에서 추출한 암석을 깨뜨리고 있다. | Junior Kannah/AFP/Getty Images

올해 6월, 콩고 주재 중국대사관의 주도하에 ‘중국자본과 35개 광업기업 연합(USMCC)’이 설립됐다. 콩고산 코발트에 대한 중국의 지배는 더욱 심화됐다. 해당 협회에는 화여우코발트 중국 국영 비철금속 채광 기업이 포함돼 있다.CATL과 정부 보조금

코발트 공급을 통제하려는 중국의 욕구는 전기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야심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2011년 설립돼 중국 푸젠성 닝데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컨템포러리 암페렉스 테크놀로지(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이하 CATL)’는 현재 전기자동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 셀을 제조하는 세계 최대의 업체로 알려져 있다.

CATL은 콩고에서 강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중국의 여러 언론에 따르면, CATL은 콩고 내 리튬 매장지에 대한 채광권을 보유한 코트디부아르 기업 ‘소시에테 드 마인즈(Societe de Mines)’를 통제하고 있다. 리튬은 전기자동차 전원 공급에 필요한 리튬이온배터리를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주요 광물이다.

중국 뉴스 포털 ‘시나(Sina)’의 5월 25일 기사에 따르면, CATL은 콩고에서 리튬, 코발트, 탄탈륨 매장지에 대한 광업권을 보유한 캐나다 회사 ‘타날렉스 리소스(Tanalex Resources)’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중국 국영 영자 신문 차이나 데일리(China Daily)는 “올해 3월 CATL은 퀘벡에 본사를 둔 광산회사 ‘북미 리튬(North American Lithium)’의 지분을 90% 인수해 지배 주주가 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기업은 상당한 량의 리튬 매장지인 퀘벡 지역 광산을 소유하고 있다.

세계적인 배터리 제조업체로 급부상한 CATL은 중국 정권의 보조금 프로그램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중국 국영 주간지 시대주보(時代周報)의 7월 보도에 따르면 중앙 정부 데이터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중국 정부는 2015년 590억 위안(약 9조 6600억 원), 2016년 830억 위안(약 13조 6000억 원)의 보조금을 제공했다고 한다.

CATL이 어떤 규모의 보조금을 제공받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으나, 중국 경제지 제일재경(第一財經)은 2017년 CATL이 중국 정부로부터 총 4억 4000만 위안(한화 약 720억 6천만 원)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지방 정부가 지방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한다. 중국 정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민일보에 따르면, CATL 본사가 소재해 있는 푸젠성 정부는 총 431개 기술업체에 1억1000만 위안(약 180억 1500만 원)의 연구개발 보조금을 제공했으며, 그 중 1270만 위안(약 20억 8000만 원)을 CATL에 지원했다.

일간지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의 5월 22일 보고서에 따르면, 선전에 본사를 둔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BYD는 올해 1분기 정부 보조금으로 총 6억3000만 위안(약 1032억 7천만 원)을 받았다.

2010년 1월 12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0 북미 국제 자동차 전시회’의 2차 언론 시사회에서 BYD의 E6 전기 자동차가 전시됐다. (Stan Honda/AFP/Getty Images)

이에 더해 중국 정부는 자국 내 배터리 제조업체를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보호하기 위해 우대 정책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2014년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SKI) 등 3개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가 중국 공장에서 리튬 배터리를 제조하는 합자회사를 통해 중국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 IT전문지 EEPW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5년 6월 “국내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하는 국내 전기 자동차 제조업체에게만 특혜 보조금 프로그램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보조금 프로그램은 2016년 말 쯤에는 이 세 한국 기업을 무력화시켰다. SKI는 중국 전기 자동차 제조업체의 주문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분투했지만, 결국 베이징에서의 배터리 생산을 중단했다.

해외 채용 프로그램

중국 배터리 산업은 정부가 제공한 막대한 보조금 외에도 또 다른 국가 정책에 의존해 급성장했다. 중국 및 외국의 전문가들을 채용해 중국 본토로 데려오는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해당 정책은 2008년 개시된 ‘천인계획’으로 본격화됐다. 전 세계에 걸쳐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파격적인 연봉과 재정 지원을 약속하면서 중국으로 데려온 것이다. 해당 정책은 해외 인재를 통해 중국의 기술 분야를 발전시키고, 이후 중국의 산업을 글로벌 공급망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해당 정책에 따라 두 명의 직원이 CATL에 채용됐다. 량청두는 현재 CATL 연구소의 연구개발 부문 이사로 일하고 있다. 2005년 녹스빌에 소재한 테네시대학에서 화학박사 학위를 받은 량청두는 이후 인근에 위치한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RNL)에 채용돼 미 에너지부의 자금을 지원받는 여러 프로젝트를 이끈 경력을 가지고 있다.

2016년 3월 2일, 중국 저장성 리난에 위치한 충전소에서 한 남자가 전기 자동차를 충전하고 있다.(STR/AFP/Getty Images)

한편, 현재 CATL의 CFO(재무 담당 최고 책임자)를 맡고 있는 로버트 갤랜(Robert Galyen)은 천인계획에 따라 2012년 채용됐다. 중국 관영 중국망(中國網)에 따르면, 이직 당시 갤랜은 410만 위안(한화 약 6억7천만 원)의 재정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갤랜의 링크드인 페이지에 따르면, 그는 제너럴 모터스에서 21년, 배터리 테스트 회사 타와스에서 9년, 온타리오에 본사를 둔 캐나다 자동차 공급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전기자동차 부문에서 2년을 근무하는 등 북미에서 광범위한 경력을 쌓았다.

본인 링크드인 페이지에 따르면, 2014년 갤런은 ‘천인계획’ 프로그램으로부터 ‘특출한 전문가’라는 이름의 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CATL 또한 푸젠성 지방 당국의 모집 정책을 통해 해외 인재를 채용했다. 여러 중국 언론에 따르면, CATL은 ‘백인계획’으로 알려진 푸젠 지역 모집 프로그램을 통해 7명의 전문가를 고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