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재벌 2세, 방역 통제 비판 후 SNS 계정 차단…체포설까지

남창희
2022년 04월 29일 오후 5:41 업데이트: 2022년 04월 29일 오후 6:33

“코로나 검사, 노예인지 아닌지 가려내는 검사”
방역 통제 비판 후 팔로워 4천만명 SNS 계정 차단

중국 ‘부동산재벌’ 완다그룹 후계자 왕쓰총(王思聪·34)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차단됐다. 상하이에 머물고 있는 그가 강압적인 방역을 비판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왕쓰총 본인의 행방도 묘연한 가운데 경찰 체포설까지 나돈다.

27일 중국 최고 부자였던 완다그룹 왕젠린(王健林·67) 회장의 외아들 왕쓰총의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계정이 차단됐다. 팔로워 4천만 명을 거느린 그의 계정 차단 소식은 현재 중국 온라인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다.

차단 원인으로는 강제적인 코로나19 검사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점이 거론된다. 차단 당일 오전, 왕쓰총은 “매일 아침 받는 핵산 검사는 음성 양성을 판단하려는 게 아니라 당신이 노예인지 저항하는 사람인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난 오늘부터 검사받으러 가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봉쇄 한 달째가 넘어가는 상하이에서는 강압적인 방역 통제로 불만 여론이 들끓으면서 ‘노예’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상하이의 유명 래퍼 방뤼에 아스트로(方略 Astro)는 신곡 ‘새 노예'(New Slave: 新奴隸)를 발표해 상하이의 혼란상을 비판했다.

‘노예’는 중국에서 민감한 단어다. 중국 공산당이 국가(國歌)로 지정한 혁명가 ‘의용군행진곡’은 “일어나라, 노예로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여”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노예라는 표현은 중국인들에게 곧 폭압적 정권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구절을 해시태그로 삼아 강압적인 방역 통제를 비판한 게시물이 삭제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만큼 위험한 표현으로 여겨진다는 방증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왕쓰총은 게시물을 올리고 얼마 뒤 상하이 공안에 의해 자택에서 체포돼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팔로워 4천만의 인플루언서인 왕쓰총의 영향력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싱가포르와 영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왕쓰총은 중국 사회의 여러 가지 비합리적 현상들에 대해 참지 못하고 ‘사이다’ 발언을 해왔으며, 특히 최근에는 방역 정책에 대해 도전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그는 이달 5일 중국 관영CCTV에 미국의 코로나19 통계에 대한 가짜 뉴스를 삭제하라고 촉구했다. CCTV가 미국의 확진자와 사망자를 부풀려, C-방역을 자화자찬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7일에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개와 고양이를 방역요원이 몽둥이로 때려 죽인 일을 비난했다. 방역 당국은 이를 ‘무해화 처리’라고 표현했다. 일부 동물들은 나중에 음성으로 확인됐지만 이미 살처분된 뒤였다.

지난 13일에는 코로나19 치료제 롄화칭원(連花清瘟·연화청온)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중국 이링(以嶺)제약에서 약초를 이용해 개발한 연화청온은 중국 정부에서도 그 효능을 선전하고 나서면서 한때 중국에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왕쓰총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효능을 인정했다는 홍보 문구를 문제 삼으며 “정말로 WHO에서 추천한 것이 맞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제약사가 교묘한 문구로 마치 WHO에서 이 약을 인정한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는 지적이었다.

왕쓰총이 게시물을 올리고 이틀 뒤인 15일(금요일)과 18일 이링제약 주가는 2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시가 총액이 127억 위안(2조4천억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이로 인해 왕쓰총의 웨이보 계정은 한동안 이용이 정지됐으나 접속은 가능했다.

이번에는 왕쓰총이 당국의 코로나19 방역 통제를 직접 비판하면서, 계정이 아예 차단됐다. 현재 왕쓰총의 웨이보 계정을 검색하면 ‘존재하지 않는 사용자’라는 안내 문구만 표시된다.

일각에서는 왕쓰총의 계정 차단이 이링제약 주가 폭락 사건과 관련 있는 것으로 전하고 있으나, 웨이보의 크라우드 펀딩 공식 파트너인 사업가 장둥위(張東偉)는 계정 차단의 원인이 “방역 정책에 대한 모욕 발언”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