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국민 감시망 해외 SNS로 확대…“정권이 여론 주도”

류정엽 객원기자
2022년 01월 3일 오후 1:56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3:52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가공인물 ‘빅 브라더’는 전체주의 가상 국가 오세아니아의 최고 권력자를 의미한다. 전 국민 감시체계를 구축한 중국 공산당이 오웰이 책으로 묘사했던 빅 브라더를 현실화했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중국이 2020년부터 시행하기 시작한 전 국민 온라인 감시망인 ‘여론 분석시스템’이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에 거주하는 반중, 반공 인사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31일 워싱턴포스트(WSJ)는 중국 정부가 공식 입찰 사이트에 게재한 입찰공고, 계약서 및 관련 회사의 자료 300건 이상을 검토한 결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해외 소셜미디어에서 정보 수집을 한 정황이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러한 활동을 하는 것은 정부기관, 군대 및 경찰에 해외 표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공개된 문서는 중국 공산당의 관영 언론, 선전부서, 경찰, 군대, 인터넷 감시기구 등이 해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새롭고 정교한 시스템을 구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스템의 공급자는 중국 관영 언론사다.

그 예로, 32만 달러짜리 국영미디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외국인 언론인이나 학자들의 데이터 베이스를 형성한다. 21만6천 달러에 달하는 베이징 경찰 정보 프로그램은 서구 사용자의 홍콩과 대만에 관한 채팅 내용을 분석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중국 중앙선전부로부터 중국 베이징 고위 지도자와 관련된 부정적인 콘텐츠가 어떻게 트위터에 퍼졌는지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여기에는 학자 정치가 기자의 자료도 포함됐다고 했다.

이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시 시스템을 이용해 대외 선전 활동을 개선하려는 중국 당국의 움직임으로 분석됐다. 24시간 해외 여론 감시 시스템을 추진은 중국의 이익을 훼손하는 추세에 실시간 경고 시스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표적 선전과 검열을 통해 중국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2014년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이 200만 명 이상의 여론 분석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18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여론 분석의 산업 가치가 수십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연간 50% 이상의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2020년 7월 차이나데일리는 30만 달러 짜리 ‘외국인 인사 분석 플랫폼’ 소프트웨어 입찰 문서에서는 트위터, 페이스북 및 유튜브를 통해 유력 서방 기자와 정치, 비지니스, 언론계 관련 인물에 관한 정보 수집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CCTV 기술 전시 | CCTVnews 화면 캡처

입찰 서류에는 “우리는 미국, 서방 언론과 경쟁하고 있으며, 발언권에 대한 ‘전투’는 이미 시작됐다”고 표기됐다. 입찰 서류는 감시소프트웨어가 24시간 운영되어야 하며, 표적 대상 간의 관계 및 개체 간의 ‘파벌’을 공개하고 그들의 중국에 대한 성향을 평가해 경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신문은 중국 기관과 계약한 여론 분석 기관의 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민감한 콘텐츠가 감지되면 문자메시지, 이메일 및 전용 컴퓨터를 통해 자동 경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매우 민감한 토픽에 대한 여론 동향이 중국에 24시간 보고된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또 “경보 대부분이 중국 내 SNS와 관련이 있지만 2019년 중반부터 해외 SNS도 감시 범위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2020년 12월 푸저우시(福州市) 선전부는 23만6천 달러 상당의 국내외 SNS 감시 시스템을 구입했다. 중요한 여론의 반응이 있는 경우, 직접 연락하고, 각종 연락 방법으로 통지 여부를 확인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또한 당국에 제출하는 보고서에는 SNS 사용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규정도 담겼다.

이 매체는 해외SNS에서의 정보 수집을 심층적으로 할 것을 약속했으며, 해외에 사무실과 서버를 두고 있으며 중국이 선전 지도를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여론 감시용 프로그램은 실제로 국영 매체에 의해 공급되며, 경찰과 정부 기관에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예로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판 인민왕(人民網)은 경찰, 사법기관, 공산당 조직 및 기타 클라이언트에게 해외 SNS에서 수집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수십 차례에 걸쳐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2년 주석직에 오른 뒤 여론 및 사회 통제 강화를 통해 권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식 공산당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인민의 자연스러운 여론 조성에 대해 극도로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체제 유지에 걸림돌이 되는 여론 조성만큼은 철저히 차단한다. 정보의 유통은 정부를 통해 공식적으로만 유통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중국은 ‘인터넷 문명 건설 강화’를 발표해 “시진핑 사상을 지도 사상으로 삼고, 사회주의 가치관을 고양하고, 인터넷 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달, 중국은 인터넷 정보 업체들을 대상으로 알고리즘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중앙선전부 등 주요 기관들은 인터넷 정보 서비스 알고리즘 관리 강화에 대한 지도안을 발표했으며, 여기에는 알고리즘 보안 문제에 집중하여 이와 관련한 위법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10월에는 민간 자본의 언론사 투자를 금하기도 했다. 이는 온라인 매체까지 포함된 것으로 관영 매체만 뉴스를 보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국이 언론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