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잉크녀’ 부친 감옥서 사망…타박상 등 폭행 흔적

강우찬
2022년 10월 5일 오후 1:20 업데이트: 2022년 10월 5일 오후 3:49

중국공산당의 시진핑 총서기 사진에 먹물을 뿌린 혐의로 정신병원에 수감돼 일명 ‘잉크녀’로 불렸던 중국인 여성의 아버지가 감옥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6일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시진핑 총서기와 관련돼 주목받았던 인물의 아버지가 옥중사한 것에 대해 추측이 분분하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달 23일 중국 남부 후난성의 차링(茶陵)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둥젠뱌오(董建彪)씨가 숨졌으며, 이 사실은 다음 날(24일) 가족과 친척들에게 통보됐다고 보도했다.

둥씨의 친척에 따르면, 둥씨의 시신은 전신에 타박상이 심했고 눈을 뜬 채로 숨져 있었으며 항문에는 출혈 흔적이 있었다. 둥씨의 시신은 당국의 지시를 받은 가족들에 의해 인수된 당일 화장 처리됐다.

당국은 장례식에 가족과 친척, 마을 주민들의 참석만 허용했고 주변에 임시 검문소를 설치하고 20여 명의 인원을 파견, 입장객의 신원을 확인하고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둥씨는 지난 2018년 7월 시진핑의 사진이 들어간 공산당 선전 포스터에 검은 잉크를 뿌려 화제가 됐던 둥야오총(董瑤瓊·33)의 아버지다.

부동산 중개업자였던 둥야오총(당시 29세)은 상하이의 한 광장에 걸린 포스터에 검은 잉크를 뿌렸고 이 장면을 트위터 실시간 중계로 내보내면서 공산당 정권을 비판했다. 이후 당야오총은 당국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당했다.

2018년 7월 상하이의 한 광장에 걸린 중국공산당 선전 포스터의 시진핑 사진에 검은 잉크를 뿌리는 둥야오총. | 화면 캡처

둥야오총은 2019년 말 석방돼 어머니와 함께 생활해왔으나 2020년 말 “더 이상 감시를 견딜 수 없다”는 심경을 토로하는 트위터 영상을 올렸다가 또다시 침묵당한 바 있다.

아버지 둥씨는 딸이 석방될 때까지 구명운동을 펼쳤으나, 이 과정에서 아내와 말다툼을 벌인 끝에 이혼했다. 아내가 딸의 정신병원 입원을 위한 가족동의서에 서명한 일이 불씨가 됐다.

둥씨는 끝까지 버티며 딸은 정신병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아내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격분한 둥씨는 지난해 2월 가스통을 들고 집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다가 아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고,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후난성 당국은 둥씨의 사망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차단하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인권활동가 천쓰밍(陳思明) 등 최소 6명의 현지 주민이 가택연금되거나 연락이 두절됐다.

둥씨의 사망을 놓고 현지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일고 있다. 가족과 반체제 인사들은 둥씨가 감옥에서 폭행을 당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왜 공산당 당 대회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런 사건이 발생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지 인사는 시진핑 당국이 둥씨를 살해했다고 보기에는 상황상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둥씨는 딸의 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는데, 이미 감옥에 갇혔으므로 당국은 더 손을 댈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곧 제20차 전국대표대회가 열린다”며 이런 시기에 둥씨가 숨진다면 공산당에 문제가 되지 않겠냐며 살인이 아닐 가능성을 RFA에 타진했다.

한편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인권변호사 왕칭펑(王慶鵬)은 이번 사건을 통해 중국공산당의 인권탄압과 정치적 견해에 대한 억압을 폭로하기 위한 캠페인을 트위터에서 시작했다.

이 캠페인에서는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발생지인 후베이성 우한에서 감염 상황을 보도하다가 체포된 시민기자 장잔(張展), 중국공산당의 제로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다가 체포된 지샤오룽(季孝龍) 등 보편적 가치관에 충실한 삶을 살려고 하는 중국의 여러 활동가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왕 변호사는 에포크타임스에 “중국공산당은 다른 견해를 묵살하고, 잘못된 정보를 세계에 퍼뜨리고 있다”면서 “특히 무지막지한 행동으로 전 세계인이 중국인을 오해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베이성 우한에서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 상황을 알린 시민기자 장잔. | 화면 캡처

그는 “중국인의 진정한 모습을 국제사회에 전하고 싶다”며 앞으로 중국공산당에 맞서는 중국인들과 공산당의 통치로 왜곡된 중국 사회를 바로잡으려는 현지 활동가들의 활약상을 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지난 6월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 주요 19개국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거나 근접한 나라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갖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인권문제(79%)였으며 그다음은 군사력(72%)과 경제적 경쟁(66%), 정치적 간섭(59%)이었다.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은 당사자인 중국 정권은 물론 각국 정부나 의회에서도 미뤄둘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미국 의회 내 초당파적 기구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올해 2월 열린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환기하고자 ‘올림픽 수감자(#Olympic Prisoner)’ 캠페인을 실시했다.

이 캠페인은 범죄자가 아닌데도 중국의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하루 1명씩 소개하면서 중국의 시민기자, 인권변호사, 파룬궁 수련자 등에 관한 CECC의 관심과 구명 의지를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