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국 빚더미로 만드는 ‘하얀 코끼리’ 선물”

Ting Jiang
2019년 07월 17일 오후 4:14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후 12:06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참여국을 경제적으로 종속시키는 구실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1일 경제학자 파노스 무도쿠타스(Panos Mourdoukoutas) 뉴욕 롱아일랜드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포브스지기고문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분석하며 ‘하얀 코끼리’에 비유했다.

‘하얀 코끼리’란 유지비만 많이 들고 쓸모없는 애물단지 시설물을 가리키는 경제용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선물했다는 고대 태국 왕에게서 유래됐다. 신하는 왕이 하사한 하얀 코끼리에게 일을 시킬 수 없었고, 그렇다고 코끼리를 굶겨죽일 수도 없었다. 신하는 엄청난 사육비용을 대다가 결국 파산했다.

무도쿠타스 교수은 일대일로에 참여한 작은 국가들이 중국의 선물 ‘하얀 코끼리’로 인해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올라앉는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일대일로는 참여국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 중국이 남중국해 통제권을 장악하고, 동시에 중동 원유자원 수송로와 아프리카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동시에 세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첫째, 참여국의 경제여건이나 시장수요를 무시하고 중국 지도부의 ‘계획경제’에 의해 설계됐다는 점이다. 즉, 경제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사업이다.

둘째, 건설원가가 부풀려졌다는 점이다. 중국은 참여국에게 자금을 대출해주면서 공개 경쟁입찰 방식을 배제하고 중국 업체들만 참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경쟁입찰이 없다보니 건설원가 역시 불투명하다.

우간다 정부는 4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중국 건설업체들로부터 1km당 930만달러(110억원)라는 높은 비용을 청구받았고, 말레이시아는 중국에서 대출받은 16억달러를 중국 건설업체에 주고 동해안 철도를 건설했지만, 현지에서는 2배로 바가지를 썼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셋째, 사업 수익성이 없어 참여국은 막대한 대출금을 상환하기 어렵다. 참여국은 중국에 자국 알짜자산을 넘기거나 경제적으로 종속되기 쉽다.

마탈라 라자팍사 국제공항. | Adbar/Wikimedia commons

‘하얀 코끼리’의 대표적 사례는 스리랑카의 제2공항 ‘마탈라 공항’이다.

지난 2017년 뉴욕타임스(NYT)는 2억9천만달러를 들인 마탈라 공항은 당초 연간 100만명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하루 방문객이 10명에 그친다고 보도했다. 공항공사 측은 건물을 그냥 놀릴 수 없어 양곡업자에게 창고로 빌려주는 실정이었다.

스리랑카 항공당국에 따르면 마탈라 공항 연간수입은 30만 달러이지만, 향후 중국에 갚아야 할 대출금은 매년 2,360만달러에 이른다.

이 때문에 스리랑카는 전략항인 함반토타항과 주변토지 6천만 제곱미터 운영권을 99년간 중국에 넘겼다. 스리랑카 여론은 정부가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들끓었다.

스리랑카 전략항인 함반토타항 | Deneth17/Wikimedia commons

에콰도르 수력발전소도 같은 사례다. 에콰도르가 중국에 빌린 돈을 중국기업에 주고 건설한 ‘코카코도 신클레어’ 댐은 위치가 활화산 바로 아래다.

지질학자들은 지진 한번이면 댐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부실공사 문제도 제기됐다. 댐은 2016년 준공 시운전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풀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운전 당시 풀가동을 했다가 설비불안으로 전국에 정전사태가 났기 때문이다.

에콰도르 정부에 따르면 댐 가동 2년만에 균열 7648곳이 생겼다. 건설업체인 중국 국영기업 ‘중국수리수전건설집단’에서 사용한 불량자재와 부실용접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에콰도르의 코카코도 신클레어 수력발전 댐의 외부 모습 |CRISTINA VEGA/AFP/Getty Images

댐 건설로 인한 수혜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NYT는 “정부가 전기요금 인하를 약속했는데 요금이 여전히 높아서 놀랐다”는 한 에콰도르 주민 인터뷰를 전했다. 전기요금 인하는 중국이 댐 건설사업을 제안하며 강조한 부분이기도 했다.

에콰도르가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중국 국영은행으로 빌린 자금은 17억달러. 15년간 연리 7% 씩 붙는다. 한해 갚을 이자만 1억2500만달러다.

일각에서는 중국은 애초부터 자금상환이 아니라 에콰도르의 석유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콰도르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대출금을 갚기 위해 한해 석유생산량의 80%를 중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처럼 국가와 국민에게 아무런 이익을 주지 못하고 중국만 배불리는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10월 한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정권이 뇌물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초 중동 순방길에서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해 경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은) 검은 돈을 지역경제에 편입시키고 뇌물을 제공하며 공직자들을 부패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침투한다”고 지적했다.

에콰도르의 ‘코카코도’ 댐은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건설이 시작됐으나,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후 댐 건설과 관련된 거의 모든 관료들이 뇌물수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