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권변호사 부부, 주중 EU대사 만나러 가던 중 연행돼 구금

김태영
2023년 04월 19일 오후 12:01 업데이트: 2023년 04월 19일 오후 1:16

세계 인권 수호자들에게 수여되는 ‘마틴 애널상’을 수상한 중국의 유명 인권변호사 위원성(余文生)이 거리 한복판에서 중국 공안에 연행돼 구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4일 위원성과 그의 아내 쉬옌(許艶)은 호르헤 톨레 주중 유럽연합(EU) 대사와 익명의 EU 고위 당국자를 면담하기 위해 대사관으로 향하던 길에 중국 공안에 체포돼 구금됐다.

주중 EU 대표부는 14일(현지 시간) 공식 트위터 계정에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중국 당국은) 두 사람을 포함해 구금된 인권 활동가 전원을 즉시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EU 대표부는 중국 당국에도 공식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성은 지난 2018년 1월에도 중국 공산당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개헌 건의서’를 발표한 직후 중국 공안에 체포돼 ‘국가 정권 선동전복죄’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 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출소한 위원성은 “교도소에서 후추 스프레이를 맞고 의식을 잃을 때까지 금속 의자에 강제로 앉아있었다”며 투옥 중 고문받은 사실도 털어놨다.

부인 쉬옌 역시 위원성이 감옥에 수용된 후 2021년까지 남편을 면회하는 것이 금지됐으며 당국의 철저한 감시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국제앰네스티는 많은 중국의 인권 활동가들이 출소 후에도 감시, 이동 제한 및 가택 연금 등의 지속적인 통제와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위원성 부부의 체포는 EU가 약 4년 만에 중국과 대화를 재개한 날 발생해 더욱 논란이 됐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날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지도자들과 여러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방문을 취소했다. 대신 보렐 고위대표는 중국 지도부에 전할 연설문을 EU 대외관계청(EEAS) 사이트에 공개했다.

해당 연설문에서 보렐은 “우리(EU)는 중국과 최근 몇 년간의 부정적인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며 “그러려면 중국이 국제 안보와 평화를 위해 더 많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EU는 중국을 많은 인구를 보유한 강대국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중국의 발전은 시장 원리 도입, 경제 개방, 세계 공동체와 같은 개방된 다자체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EU와 중국 간의 신뢰 회복에 대해 “중국이 국제 정치 문제를 이해하고 평화적 갈등 해결을 향한 진전을 이뤘을 때 가능하다”며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그는 “대만 문제에서 중국은 불신을 조장하는 군사 도발을 하면 안 된다”면서 “강제로 현상 유지를 변경하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중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정세에서 러시아를 돕지 말고 국제 규범을 존중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