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부 대변인, “대만해협 무력 사용 반대한다” 박진 장관에게 “말 참견말라!”

최창근
2023년 02월 28일 오후 5:20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4:08

중국 외교부가 박진 외교부 장관을 대상으로 한 논평 수위가 논란을 일으켰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월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해협 유사시 한반도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부용치훼(不容置喙)’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논평했다.

부용치훼라는 표현은 청(淸)대 작가 포송령(蒲松齡)의 소설 ‘요재지이(聊齋志異)’에 등장하는 표현으로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내포한 성어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2월 22일 방영된 미국 CNN 인터뷰에서 대만해협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은 무력에 의한 일방적인 현 상태 변경에 반대한다. 대만해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라고 발언했다.

이에 마오닝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內政)으로서 타인의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는다. 한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자 한다면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존중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며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부용치훼’ 표현은 수위가 높기에 외교 관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은 아니다. 다만 중국 정부는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 홍콩, 티베트 문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도서(島嶼) 영유권 문제 등에서 사용했다.

중국 외교부 주홍콩특파원공서는 2022년 11월, 서구의 홍콩 인권문제 비판 제기에 대하여 “홍콩 사법기관이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간섭하지 말라’는 뜻의 부용치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마오닝이 거친 언사로 한국 외교부 장관을 비판한 것은 한국 정부의 대만 관련 발언이 대만해협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존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한국 외교부도 중국의 진의 파악과 후속 대응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서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무력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 반대’를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중국의 대만 침공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대만 유사시 한반도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모종의 입장 또는 행동을 취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상대국 외교 수장을 향해 독설에 가까운 언사를 쏟아낸 마오닝은 중국 외교부의 33번째 대변인이다.

후난사범대와 외교부 산하 외교학원을 거쳐 1995년 외교부에 입부했고 주로 한반도 업무를 맡았다. 지난해 7월 외교부 신문사 부사장(부국장)으로 임명됐고 9월부터 대변인으로서 논평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