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부장 맞은 독일의 화끈한 꾸짖음…유력 일간지 “화 많이 났을 것”

베를린=쉬핑 기자
2020년 09월 3일 오후 12:12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14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지난달 25일부터 1일까지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프랑스, 독일 등 유럽 5개국을 순방했다.

이번 순방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왕이 부장이 아니라 홍콩 민주화 인사들이었다. 왕이 부장의 순방 국가마다 반중 시위가 벌어졌고 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따라다녔다.

독일 방문도 예외는 아니었다. 왕이 부장이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만난 베를린의 외무부 건물 밖에는 홍콩 민주화 인사를 비롯해 위구르인, 티베트인, 파룬궁 수련생 등 수백 명이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독일 외무장관은 보는 앞에서 왕이 외교부장을 비판했다. 독일 의원들은 정부를 향해 대중 유화책을 거두고 자유민주적 가치 수호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 | EPA=연합뉴스

獨 외무장관, 왕이에 “홍콩안전법 폐지”

독일 마스 외무장관은 왕이 장관을 향해 홍콩 국가안전법 폐지와 홍콩 특별법에서 보장한 홍콩인들의 시민권 보장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마스 장관은 또한 연기된 홍콩 입법회 의원(국회의원 격) 선거 역시 정상적으로 치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선거는 9월 예정됐으나 코로나 확산 차단 등의 이유로 1년 연기됐다. 홍콩 민주 진영에서는 불리한 결과를 예측한 중공이 의원 임기를 임의연장했다고 판단한다.

마스 장관은 아울러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탄압을 언급하면서 “중국이 유엔 감시단에게 신장 재교육 수용소 인권상황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권한을 허용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獨 의원들 “중국의 인권·자유 침해 막아야”

독일 자유민주당 크리스티안 린너 대표는 왕이 부장 방문에 관한 보도자료에서 “중국이 서방국가들의 약점을 이용하고 있다. 서방국가들의 회유 정책은 결국 자신의 자유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린너 대표는 “독일 경제의 중국 시장 의존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중국 정부는 권위주의 통치방식으로 전염병 통제를 잘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신뢰도가 낮은 주장일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 중국 외교부 관리들은 유럽 각국 수도를 방문해 경제 활성화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절대복종’이라는 값비싼 대가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린너 대표는 또한 “우리는 자유, 인권,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됐다”며 “독일은 연방공화국 건국 이후에 가장 큰 경제 위기에 직면했지만,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경제적 이익과 맞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좌파정당인 녹색당 소속으로 대중 강경론에 공감을 나타내 온 마거릿 바우스 의원은 외무부 건물 앞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해 독일 정부에 대중정책 5대 요구사항을 밝혔다.

이 중 3가지는 중국에 대한 다음 내용을 촉구하라는 것이다. △신장위구르족 재교육 수용소 즉시 폐쇄 및 수감자 전원 석방 △일국양제 준수 및 홍콩 집회·결사·사상의 자유, 자유로운 선거 보장 △인권탄압 주범들에 대한 제재 등이다.

나머지는 △중국이 통제하는 통신업체 화웨이의 독일 5G망 구축사업 참여 배제 △중국의 인권침해에 대해 경제적 영향력 행사이다.

獨 유력 일간지 “왕이, 화 많이 났을 것…불가피한 일”

독일 내 최대 부수의 유력 일간지 빌트는 “중국 외교부장은 이번 독일 방문 기간 전례 없는 일들을 겪어 화가 많이 났을 것”이라며 “그는 베를린에서 듣고 싶지 않은 비판적인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은 끊임없이 전 세계를 속이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1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의 질문에서 드러났다. ‘그간 중국 정부의 행동을 고려할 때 독일이 중국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 말이다”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또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이라는 글로벌 재난은 의료진을 입막음하는 중국의 잘못된 관행과 은폐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지적하고, 신장과 홍콩의 인권 문제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