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관 3명, 일제히 바이든 정부 압박…전문가 “적반하장”

이윤정
2021년 02월 23일 오후 6:09 업데이트: 2021년 02월 23일 오후 11:45

하루 사이에 중국 최고위 외교관 3명이 바이든 정부를 일제히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 22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바이든 정부를 향해 미중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네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왕이는 이날 중국 외교부가 개최한 란팅 포럼에서 ‘대화적 협력, 갈등 관리-미·중 관계 정상화’라는 주제로 연설했다.

그는 미국이 지난 몇 년간 중국을 오해했다고 운을 뗀 뒤 “미·중 교착 국면은 트럼프 정부가 만든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에 네 가지를 요구했다.

우선 ‘상호존중’을 재차 언급하며 대만의 독립 세력을 방임하거나 지지하는 잘못된 언행을 중단하고, 홍콩·신장·티베트 등 중국 내정에 개입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또 대화를 통해 갈등을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며 미·중 간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다음으로 미·중 관계를 정상 궤도로 회복하려면 세 가지를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세 가지는 △중국 제품에 부과한 관세 △중국 기업과 과학연구 기관에 대한 일방적 제재 △중국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압박 등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교육, 문화, 언론 등에 관한 미국 내 활동에 대한 제재를 없애고 양국 간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이자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의 중국 정책 고문인 위마오춘(余茂春)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적반하장”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중국 공산당(중공) 스스로 전 세계와 정면으로 맞서고 있으면서 이제 와서 오히려 책임을 트럼프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마오춘은 “중공이 늘 내세우는 ‘상호존중·윈윈’ 등의 논조는 이미 시대에 맞지 않으며 미국 정부는 대중국 정책에서 옛날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 대사도 “대만·홍콩·신장·티베트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레드라인을 고수하고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마오춘은 “중국 정부는 대만·홍콩·신장·티베트 문제에서 전혀 선을 긋지 않았다”며 “그들 스스로 한계가 없고 아무런 거리낌이 없으면서 레드 라인 운운하는 것은 겉으로는 큰소리치지만, 속으로는 노심초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미국의 상업적 기밀을 대규모로 훔치고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국가와 국제사회의 전염병 발생 기원 조사를 가로막으며 심지어 해외 진보적 민주 인사를 탄압하는 등의 행태는 중공의 내정(범주에 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중국 정부가 다른 국가로부터 존중받으려면 우선 국제 기본법부터 존중해야 한다”며 “그들이 전 세계적으로 하는 많은 일은 국제 기준에 맞지 않으며 중공이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행동은 엉망”이라고 했다. 

같은 날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도 신문 논평을 통해 미국을 ‘일방주의’라고 비난했다.

중국 외교관들의 이런 행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발언 이후 나온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정상들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과의 장기적 전략적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