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관, 페이스북 계정 정지 하소연했다 뭇매

최창근
2021년 12월 23일 오후 5:58 업데이트: 2021년 12월 23일 오후 6:16

駐파키스탄 중국문화원장 페이스북 계정 정지 하소연… 네티즌 조롱 대상
중국 관원은 SNS 사용하면서 일반 국민은 금지, 내로남불 논란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인은 SNS 사용 못 하나?” 실언

“왜 내 페이스북 계정이 정지됐나?”

12월 22일, 한 중국 외교관이 이 같은 불평의 글을 자신의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올렸다가 중화권 네티즌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 측에 전화까지 걸어 “해명하라” 요구한 사실을 트위터 계정에 올려 네티즌들에게 억울함을 하소연하기도 했다.

해당 중국 외교관은 “11월 30일 자신의 개인 페이스북 계정과 팬 페이지가 갑자기 차단됐다. 페이스북으로부터 차단 사유를 통보받지 못했다” 주장했다. 급기야 보안·영업 기밀을 이유로 차단 사유를 밝히지 않는다 명시한 페이스북의 트위터 계정도 표시하며 “해명이 필요하다”고 페이스북을 향해 소리쳤다.

하소연한 장본인은 장허칭(張和淸) 주파키스탄 중국대사관 문화참사관 겸 중국문화원장이다. 장허칭의 트위터 글이 게시되자 중화권 네티즌들이 몰려들어 조롱성 댓글을 달았다.

“페이스북 본사가 아니라 시진핑에게 물어보라”
“당신네 중국이 먼저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 사용을 차단하지 않았나?”
“중국 정부가 먼저 자국민들에게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사용을 금지했다. 중국 정부에는 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이 정지된 것을 원망하지 않는가?”
“그럼 이 같은 글을 올리겠다. ‘티베트·신장위구르·홍콩 관련 글을 썼는데, 당신네 중국 웨이보나 위챗에서 왜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지웠는가’ 이렇게 물어봐도 괜찮나?”

중국 정부가 자국 내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접속을 차단한 상태에서 일어난 헤프닝이다.

이를 두고 나우뉴스(NOWnews·今日新聞) 등 대만 매체들은 “중국 외교관이 페이스북 계정 차단 이유를 묻다 비참하게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관의 SNS 관련 설화(舌禍)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인이 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못하나?” 발언했다 조롱과 비판의 대상이 됐다.

2021년 2월 15일, 미국 AP통신은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과 함께 트위터·페이스북·유튜브·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19에 대한 음모론과 거짓 정보를 퍼트리는 데 미국, 중국, 러시아, 이란이 가장 크게 활약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들 4개국 고위 정부 관계자, 친정부 성향 매체가 코로나19와 관련된 가짜 정보를 유포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음모론을 증폭하는 ‘슈퍼 전파자’였다고 지목했다. 4개국 중에서도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음모론과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데 앞장선 것은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2019년 중반 이후 중국 외교관의 페이스북 계정이 두 배로 늘어났고, 트위터 계정은 세 배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화춘잉의 실언은 해당 보도 반박 과정에서 나왔다.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그는 “AP통신은 중국 외 다른 나라 외교관이나 매체들이 중국의 소셜미디어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는 조사해봤냐?” 지적했다. 그러면서 “왜? 외국인들은 중국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는데 중국인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못하나?”고 반문했다.

중국 정부는 2009년 7월,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발생한 유혈 시위 사태 이후 자국 내 페이스북, 트위터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 화춘잉의 발언은 외교부 대변인이 자국 정부의 통제 정책을 정면 부정한 셈이었다. 발언이 문제가 되자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화춘잉의 해당 발언을 ‘대변인 공식 발언록’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에 앞장서며 도가 지나친 발언과 실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중에도 화춘잉은 승승장구 중이다. 2012년 외교부 신문사 부사장(부국장) 겸 대변인을 맡은 후 2019년 신문사 사장(司長·국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다 2년 만인 지난 10월 외교부 신문(공보)·의전·통역 업무 담당 부장조리(部長助理·차관보)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