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올림픽 앞두고 디지털 위안화 앱 출시…달러화에 도전장

류정엽 객원기자
2022년 01월 5일 오후 8:07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3:48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둔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의 공격적인 확장에 직면한 미국은 공식적으로 별다른 반응이 없다. 세계 주요국들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CBDC)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현금 거래마저 줄어들면서 기존 통화시스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발빠르게 CDBC 도입에 열을 올렸다. 중국은 세계 주요 경제체 중에서 CBDC 상용화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힌 최초의 국가이기도 하다.

5일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디지털 위안화(e-CNY) 앱을 공개했다. 비록 시험판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식적으로 디지털 위안화 앱이 올라왔다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시범 운영 중임에도 사용자 수는 11억 2천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위안화에 대해 중국은 ‘디지털 인민폐 개발 발전 백서’( 數字人民幣的研發進展白皮書)에서 “주로 국내 소매 지불에 대한 요구를 충족하는 데 사용한다”고 정의했다. 국제적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확대하겠다는 부분은 로우키(low-key)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 앱 공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통해 중국이 국제 사회에 디지털 위안화를 보여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디지털 위안화 시범사업의 핵심 영역이며 국제화에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 2월 인민은행이 디지털 위안화 홍보를 위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실무그룹을 구성했다는 보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이어 지난해 7월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외국인 관광객이 중국 현지 은행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디지털 위안화를 직접 사용할 수 있으며, 외국 선수들에게 디지털 위안화 관련 웨어러블 기기를 무료로 배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앱은 영어로도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까닭에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바짝 줄이고 자국 화폐의 보편화를 추구하려는 의도로 디지털 위안화 사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주요국들은 CBDC 도입 여부를 논의하는 동안 중국 인민은행은 전국적으로 디지털 위안화(e-CNY)의 시범 운용에 들어갔다.

중국의 한 소비자가 상점에서 상품 가격과 정보 등이 담긴 큐알코드를 디지털 위안화 앱으로 스캔해 결재하고 있다. | 신경보

2020년 발발한 코로나19의 영향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발전을 촉진했다. 중국만큼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던 미국 등 주요 경제국은 이로 인해 CBDC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연방준비은행(Fed·연준)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의 태도를 철회하고 디지털 달러에 대한 가능성을 뒤늦게 모색하기 시작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해 4월 28일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빠르게 도입하는 것에 대해 미국은 디지털 화폐 운용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중국의 감시통제 목적의 디지털 화폐는 미국에서 통하지 않으며, 미국은 ‘빨리’가 아닌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 나름 침착한 입장을 밝인 파월 의장은 한 달 뒤에 영상을 통해 “디지털 달러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면서 “올여름 중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핀테크의 발전에 따른 혜택을 말하면서도 이러한 잠재적 위험성이 내재함을 강조했다.

디지털 달러의 연구 내용을 공개하겠다던 파월 의장의 발표는 여름이 지나도, 해가 지나도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여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디지털 달러 발행 시 비트코인은 사라질 것이라면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은 적절한 규제를 가하면 결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미국 금융 당국이 스테이블 코인 상용화 준비 돌입 여부에 주목됐다. 옐런 장관은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적대적이면서도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입장이다.

이어 지난 11월 미국은 스테이블 코인 기반의 디지털 화폐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옐런 장관은 지난 12월 2일 디지털 달러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연준의 디지털 달러 연구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과 공동으로 진행 중으로 약 2~3년간 연구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달러는 기축통화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국제 외환거래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88%인 데 비해 위안화는 겨우 4%에 그쳤다. 급할 것 없는 미국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 있으며, 이에 중국은 더욱 적극적으로 디지털 화폐를 추진해 달러에 도전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중국의 야망에 주요 선진국들은 중국의 금융 일대일로(一帶一路) 야심에 대응할 움직임을 보였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아직까지 디지털화폐의 발행을 공식화한 나라는 없으나 다양한 형태의 실험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위안화 지폐를 세고 있는 모습. | 에포크타임스

지난 10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들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원칙을 채택했다. 13개 항으로 이루어진 운영 원칙은 “투명성, 법의 지배, 건전한 경제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해야 함”을 전제로 삼았다. 이들은 국경을 넘어 상호 정보 교환이 가능해야 하며, 국제통화 및 금융시스템에 해로운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며, 그 어떤 스테이블 코인 계획도 법적, 규제 및 감독 등과 관련된 요건을 해결하기 전까지 실행되면 안 된다고 했다.

디지털 화폐는 투명성과 효율성을 지닌 결제 시스템 구현이 가능하며, 현금과 같이 국가 중앙은행이 관리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민간 은행을 중심으로 소매 디지털 화폐가 금융시장을 잠식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만 발행하는 도매 디지털 화폐와는 달리 현금처럼 보유하고 지불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매 디지털 화폐는 금융중개기관을 거치지 않으면서 수수료와 같은 비용을 뗄 수 없다.

중국은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알리바바 알리페이(支付寶·즈푸바오)나 텐센트 위챗페이(웨이신즈푸·微信支付)가 장악한 민간 결제 금융시스템을 국가 중심으로 재편하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올해 3월부터 소상공인 전자결제 플랫폼에 개인용 QR코드 사용을 금지하고 반드시 상업용 QR코드로 전환 신청을 해야 하는 규정을 시행한다. 인민은행은 개인 QR코드의 안정성 문제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탈세, 도박 자금 등 불법 사용을 막기 위함이라고 지난 10월 밝혔다. 이는 중국 당국이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등의 개인 QR코드 결제를 관리, 감독 대상에 포함한 뒤 논란이 일자 나온 것으로 풀이됐다.

지난해 7월 마샤 블랙번 의원( Marsha Blackburn)을 비롯한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미국 선수들의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금지하라고 미국올림픽위원회에 촉구했다. 이들은 “중국 당국이 시민과 방문객을 감시하는 데 디지털 위안화가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