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올림픽서 한복 입고 오성홍기 든 여성 등장…“문화공정” 반발

이윤정
2022년 02월 5일 오후 2:41 업데이트: 2022년 02월 5일 오후 5:16

중국의 ‘문화공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소수민족 중 한 명으로 등장해 반발을 사고 있다.

논란이 된 장면은 2월 4일 오후 8시(현지 시간)에 열린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초반에 진행된 오성홍기 입장 장면에서 나왔다.

중국 각계 인사들과 56개 소수민족 대표들이 오성홍기를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는 콘셉트로 진행된 한 프로그램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했다. 이 여성은 흰색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땋아 댕기로 장식한 모습이었다.

개막식을 지켜보던 한국 네티즌들은 “한복을 중국 소수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 의복으로 등장시킨 것이냐” “문화 동북공정 시도다”라며 반발했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등장시킨 것을 두고 중국이 한복 종주국 행세를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국가브랜드위원회자문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교육대학 교수는 2월 5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때 우려했던 부분이 또 터지고 말았다”며 “아무리 중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을 대표하기 위해 등장시켰다고 하더라도, 이미 너무 많은 ‘한복 공정’을 지금까지 펼쳐온 것이 사실”이라고 짚었다.

서 교수는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당당히 맞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정확히 짚어주고, 세계인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더 널리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만 할 것”이라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가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한국 전통의상인 한복을 ‘한푸(漢服·중국 한족의 전통복장)’라 칭하며 중국 의상이라고 주장해왔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는 백과사전에 “한복은 ‘한푸’에서 기원했다” “조선족 복식은 중국 조선족의 전통 민속으로 중국 국가급 무형 문화재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에 서경덕 교수는 바이두에 항의 메일을 보내 한복을 ‘한국의 전통의상’으로 올바르게 수정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문화 영역까지 확대해 한국인의 반중(反中) 정서에 불을 지피고 있다. ‘문화 공정(文化工程)’은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기 위해 2002년부터 추진한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문화 분야에 적용한 표현이다.

중국은 2011년 아리랑을 국가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을 시작으로 판소리, 김치, 한복, 윷놀이 등 한국의 전통문화가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 전통 의관 중 하나인 ‘갓’까지 중국이 원조라고 주장해 한국인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정치권에서도 개막식 장면을 두고 여야 모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월 5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문화를 탐하지 말라. 문화공정 반대”라는 글을 올렸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황규환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에서 해당 장면에 대해 “대한민국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전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올림픽 개막식에서 문화공정을 보란 듯이 펼쳐 보일 수 있는가”라며 “주권국가에 대한 명백한 ‘문화침탈’이자, ‘함께하는 미래’라는 이번 올림픽의 슬로건을 무색케 하는 무례한 행위”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올림픽 개막식 생중계에서는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이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관중석에 앉아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