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SNS에 ‘연예인 블랙리스트’ 유출…자오웨이 ‘정치 문제’ 1위

김윤호
2021년 10월 6일 오후 3:30 업데이트: 2021년 10월 6일 오후 7:00

중국 온라인에 당국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연예인 블랙리스트가 나돌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흔적 지우기 당한 여배우 자오웨이(趙薇·조미)가 정치 분야 징계대상 1위에 올랐다.

최근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는 ‘모든 채널에서 차단된 문제 연예인’(全渠道封殺問題藝人) 명단이 확산됐다.

문서 파일이 아니라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화면에 떠오른 것을 촬영한 이미지 파일 형태의 이 명단은 ‘정치 문제’, ‘기율·법률 위반’, ‘도덕성 상실’ 등 세 가지 분야에서 남성 21명, 여성 4명 등 총 25명의 연예인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중 첫 번째 분야인 ‘정치 문제’에는 맨 위에 자오웨이를 필두로, 야스쿠니 신사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으로 논란이 된 장저한(張哲瀚), 일제 침략을 두둔한 자오리신(趙立新)이 나열됐다.

‘기율·법률 위반’ 분야에는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우이판(吳易凡), 2018년 탈세 논란에 휩싸인 판빙빙(潘氷氷), 얼마 전 이면계약서를 작성해 출연료를 탈세했다가 2억9900만위안(약 552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정솽(鄭爽)이 기재됐다.

또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 주연으로 출연한 남자배우 커전둥(柯震東), 청룽(成龍·성룡) 아들 팡쭈밍(房祖名) 등 마약 문제를 빚은 연예인들이 지목됐다.

이밖에도 ‘도덕성 상실’ 분야에는 사생활 탈선과 성 스캔들로 물의를 빚은 뤄즈샹(羅志祥), 리샤오루(李小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자오웨이, 왜 ‘정치 문제’ 블랙리스트 1위일까?

드라마 ‘황제의 딸’과 영화 ‘적벽대전’으로 한국에도 알려진 중국 배우 자오웨이는 지난달 말부터 중국 당국에 의해 ‘흔적 지우기’를 당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지 언론들은 포털사이트의 영화, 드라마 출연진 목록에서 그녀의 이름이 빠지고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정보가 삭제되고 있으며, 출연한 TV 프로그램과 영화 일부가 재생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자오웨이는 45세의 나이에도 귀여운 이미지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중국 연예계에서는 ‘야심가’로 통한다.

그녀의 남편인 싱가포르 사업가 황유룽(黃有龍)은 2014년 알리바바 계열 영화제작사 알리바바 픽처스에 31억 홍콩달러(약 4565억원)를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자오웨이 자신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과도 각별한 친분을 과시해왔고, 투자계 큰 손으로 활약하며 ‘중국 연예계의 여자 워런 버핏’이라는 별명까지 얻기도 했다.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과 자오웨이 | 웨이보 캡처

중화권 언론에서는 그녀의 정체에 대해 더 큰 의혹도 제기됐다. 자오웨이가 장쩌민(江澤民) 계파의 2인자인 쩡칭훙(曾慶紅)의 동생과 예사로운 관계가 아니며, 남편 황유룽과 함께 장쩌민 계파의 돈세탁을 도왔다는 내용이 보도되고 있다.

장쩌민 계파는 중국 체제 내에서 현 집권 세력인 시진핑(習近平) 진영의 최대 반대 세력이다.

장쩌민 계파는 광둥성, 홍콩을 중심으로 한 금융계와 복잡한 커넥션을 이루고 있으며, 공안·사법조직에 숱한 계파인물들을 심어두고 시진핑에 저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를 주요 근거지로 삼고 있어 상하이방으로도 불린다.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중국 정부당국이 작성한 것으로 추측되는 연예인 블랙리스트의 ‘정치 분야’ 금지 연예인 1순위에 자우웨이의 이름이 적혀 있다는 사실은 그녀가 상하이방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언론보도와 맞아떨어진다.

중국 방송·연예계를 총괄하는 중국 공산당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은 지난달 2일 ‘문예 프로그램 및 인원 관리 강화 통지’를 발표해 처음으로 ‘악덕 연예인’을 규정해 무관용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들을 “정치적 입장이 부정확하고, 당과 국가를 이간질하는 사람”이라고 부르며 “절대 출연시켜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앞으로 어떠한 계기로든 무대에 오르거나 대중 앞에 얼굴을 비출 수 없게 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자오웨이는 8월 말 포털사이트, 동영상 플랫폼에서 퇴출된 이후 공식 웨이보가 폐쇄됐다. 그녀의 개인 웨이보만은 남겨졌지만 이곳에는 지난 8월 15일 중국 관영 CCTV의 항일 관련 게시물 리트윗을 마지막으로 아무런 글도 올라오지 않고 있다.

시사 평론가 리린이(李林一)는 “일본 천황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8월 15일 CCTV의 항일 게시물이 자오웨이의 마지막 트위터 게시물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며 “이는 자신의 실종이 친일과 무관하다는 일종의 항변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전했다.

자오웨이 | 에포크타임스; 웨이보

현재 중화권에서는 자오웨이의 실종과 그녀가 이번 블랙리스트의 ‘정치 문제’ 1위에 올랐다는 점을 20년 전 ‘욱일기’ 패션과 연관 지어 해석하는 이들도 많다.

리린이는 “그녀는 2001년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패션쇼에 등장해 런웨이를 활보한 적이 있다. 중국에서 친일행각은 지울 수 없는 낙인이다. 정치적 사망선고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역사적인 사실은 공산당을 창당한 마오쩌둥이 1956년 일본 대표로 방중한 엔도 사부로 일본군 중장에게 중국을 침략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라며 “일본의 침략이 없었더라면 국민당에 패배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오쩌둥은 1956년 일본군에 감사를 표할 때 침략 대신 진공(進攻)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침략이라는 말을 일부러 피한 것이다.

리린이는 “자오웨이의 실종이 20년 전 욱일기 의상 때문인지, 마윈과의 친분 때문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산당 내부에 격렬한 움직임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