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언론들 “작년 중국 부동산 경매 168만건” 보도…진실은?

강우찬
2022년 07월 4일 오후 6:42 업데이트: 2022년 07월 9일 오후 7:49

지난해 중국 전역에서 법원 경매에 나온 부동산이 160만 건이 넘는다는 중국 현지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 상환 중단의 물결’이 들이닥친다는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상환 중단’이란, 가계나 개인이 대출금이나 이자 상환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물결이 들이닥친다는 것은 중국의 가계와 개인이 대량 파산에 직면했다는 의미다.

중국에서는 법원경매에 넘어간 주택을 ‘파파이팡(法拍房)’이라고 부른다. 최근 중국에서는 지난해 중국 31개 성·시 법원경매에 부쳐진 매각 물건이 168만 건이라는 소식이 퍼지고 있다.

중국 신랑망, 왕이 등 주요 포탈에서는 “국가금융발전실험실이 발표한 <2021년도 중국 레버리지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법원경매 주택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19년 50만 건에서 2021년 160만 건을 넘어섰다”는 기사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수 현지 언론도 이 기사를 그대로 옮겨 붙여 보도하고 있다 .

국가금융발전실험실은 2015년 6월 설립된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산하 싱크탱크로, 국립 연구기관이다. 금융연구소는 같은 해 11월 이 실험실을 “중국 최초의 고급 싱크탱크”라고 확인했다.

<2021년도 중국 레버리지율 보고서>는 중국 가계, 비(非)금융기업, 정부의 레버리지(빚으로 하는 투자) 비율을 조사하고 중국 경제의 거시적 상황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내용이다.

에포크타임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국가금융발전실험실에서는 지난 5월 이 보고서를 발행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 어디에도 2021년 중국의 법원 매각 물건이 160만 건을 넘어섰다는 내용은 없었다.

실제로 중국 검색엔진에서는 “매각 물건이 지난 수년간 급증했고 지난해 160만 건이 넘어섰다”는 기사가 해당 보고서 발표 넉 달 전인 1월부터 검색된다.

그렇다면, 2021년 중국 법원 매각 물건이 160만 건에 달했다는 내용은 어떻게 흘러나온 것일까.

지난 1월 중국 장쑤성 관영 인터넷 매체 <신화보업망(新華報業網)>은 중국 네티즌들이 알리바바의 법원경매 물건 조회 사이트를 통해 연도별 매각 물건을 검색해 집계한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해당 사이트에는 당시 172만 건의 부동산이 경매 물건으로 등록됐으며 연도별로는 2017년 9천 건, 2018년 2만 건, 2019년 50만건, 2020년 120만 건, 2021년 12월 중순 기준 168만 건 등록됐다.

이 매체는 “네티즌들은 지난 4년간 부동산 압류 건수가 무려 186배 폭증했다는 데이터를 제시했다”며 “지난해 12월 중순 관계기관 자료에 따르면 전국 31개 성·시 법원 경매 물건이 160만 건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해외 경제 전문가들은 “믿기 힘든 뉴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불리한 소식을 감추거나 축소 보도하는 중국 매체의 관행에 비춰봐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모습이다.

중국 주택 경매 급증…어떤 의미?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갔다고 모든 물건이 주택담보대출금 상환에 실패한 경우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난에 처한 개인과 자영업자들이 살던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아 생활비나 사업자금을 충당한 경우가 많았다.

지난달 27일 싱가포르 매체 <아시아원>은 광저우에서 지난 수십 년간 미용실을 운영해온 피오나 후(44)씨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기 침체로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고 보도했다.

후씨는 18살에 고향을 떠나 고군분투해왔지만, 지난 5월부터 더는 매달 갚아 나가야 하는 9천 위안(약 174만원)의 주택담보대출 상환금을 갚지 못해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그녀와 남편이 갚아야 할 은행 대출금은 모두 200만 위안(3억8천만원). 그녀는 “평생 빚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모두가 어렵다. 사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매체 <신랑재경>이 지난달 중국 남부 허난성 정저우시 진수이(金水)구 주민 왕젠궈(王建國)씨의 재정난을 전했다. 왕 씨는 한때 주택 5채를 소유했었지만, 최근 살고 있던 마지막 주택마저 경매에 넘어갔다.

정저우에서 법원 경매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쑨숴(孫碩)씨는 에포크타임스에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는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며 “모두 은행 대출금을 못 갚아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쑨숴 변호사는 “대출금 상환을 중단한 사례 중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다. 자영업자들이 자기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사업자금으로 쓴 경우가 많다”며 “최근 한 달에 이런 사건을 80건씩 처리하고 있다. 예전보다 4배 늘어났다”고 했다.

‘주택담보대출 상환 중단의 물결이 온다’는 공포감 확산에 대해 베이징 중앙재경대학의 한푸링(韓復齡) 교수는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미 RFA에 따르면, 한 교수는 지난 1월 자신의 웨이보에 “2022년 새해가 시작되자 4대 은행은 대출금 상환을 중단한 20만 명에 대한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정말이냐’는 네티즌의 물음에 “내부 정보”라고 답했다. 그러고는 다음 날 웨이보에 정저우의 한 변호사의 글을 캡처한 게시물을 올렸다. 이 게시물에서 해당 변호사는 “대출금 상환 중단 사건이 너무 많아 경고장을 마구 발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랑재경 보도와 한 교수의 게시물에서 정저우가 언급된 것은 지난 6개월간 정저우에서 법원경매 물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저우 핵심 지역인 진수이구의 법원경매 물건 증가량은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주택 경매 건수 급증이 화제가 되는 것은 경기 침체의 직접적인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중국 경제의 약 3분의 1을 지탱한다. <신화업보망>이 보도한 것처럼, 중국 전역에서 주택이 법원경매에 넘어가는 사례가 지난 4년간 180배 증가했다면, 중국 경제에 엄청난 풍파가 몰아닥치고 있는 셈이다.

중국 공산당은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주민들을 통제하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방역 성공을 선전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중국 각지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이 꼬리를 물었다. 인구 2500만의 경제수도 상하이가 2개월 가까이 봉쇄됐고 전국적으로 40여 개 도시에서 전면 혹은 부분 봉쇄가 단행됐다.

이 기간 지역 경제는 후퇴했다. 기업의 인원감축·임금삭감 소식은 끊임없이 전해졌고, 부동산 가격은 하락했다. 개인과 자영업자, 부동산 업체들은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지난달 “법원 경매 정보 사이트 데이터를 근거로 압류된 주택이 수백 배 급증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며 사실 확인을 시도했다.

신문은 “지난 수년간 압류 주택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주택 압류의 원인은 여러 가지이므로 과장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관련 기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 낙찰된 주택은 75만8200채로 전년 대비 13.2% 증가했지만, 주거용은 오히려 전년 대비 3.59% 감소했다”며 전반적인 경매 물건 증가량은 매년 10% 안팎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법원경매 물건이 온라인에 게재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이 처음이며, 이후 각지에서 온라인화가 진행되면서 경매가 늘어난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2019년 50만 채에서 2020년 120만 채로 1년 사이 70만 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15만 채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경매가 온라인화되면서 발생한 착시효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했다는 미확인 소식 역시 난무하고 있다.

중국에서 접속이 금지된 트위터에는 중국인으로 추측되는 이용자(아이디 yipinduo)가 “은행 금융시스템 리스크 관리 회의에 의하면, 전국에서 대출금 상환이 중단된 주택은 4천만 채이며, 경매에 넘어간 주택은 1천만 채”라는 소식을 공유했다.

중국 은행 시스템 관계자인 천(陳)모씨는 에포크타임스에 “실제 수치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대출금 상환 중단과 법원경매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천씨는 “중국인들이 대출금 상환을 중단한 경우는 크게 두 가지”라며 “하나는 실거주용, 다른 하나는 부동산투기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실거주자들은 경기 침체와 제로 코로나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대출금을 더 이상 상환할 수 없게 된 경우다. 부동산에 투기한 사람들은 주택 가격이 폭락해 수익이 안 나니까 나 몰라라 하는 식”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에선 대출금 상환을 중단하면, 경매로 넘어가기까지 2년 정도 걸린다. 이 기간에 이자가 계속 발생한다. 독촉-압류-법원경매-과징금 부과 등 순서로 절차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문제 전문가 왕허(王赫)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가계·기업의 파산 여파가 앞으로 2년간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은 실제 규모를 감추고 있지만 계속 감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 기사는 뤄야, 청징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