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화통신·인민일보 내세워 대외선전…자금 투입 4년 5배↑

류지윤
2021년 05월 14일 오전 10:40 업데이트: 2021년 05월 14일 오후 1:53

중국 관영매체가 미국 내에서 지출한 대외선전비용이 최근 수년간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인 책임정치센터(CRP)가 국무부의 ‘외국 정부 대행기관’ 지출 자료를 입수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지난해 미국에서 쓴 대외선전 지출은 6400만달러(약 723억)에 육박해 지난 2016년 지출보다 5배 증가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언론사 행세를 하고 있지만, 지난해 국무부는 신화통신 등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중국 관영매체 총 15곳을 ‘외국 정부 대행기관’으로 등록하도록 했다.

이들 ‘언론사’들이 공정한 취재·보도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이익을 위해 미국의 정책과 여론에 영향을 끼치는 활동을 벌이는 정치외교단체로 본 것이다.

‘외국 정부 대행기관’으로 지정되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라 연간 예산과 경비, 활동 범위, 외국 정부와의 관계 등을 공개해야 한다. 또한 방송이나 출판물에 ‘외국 정부 대행기관’이라는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신화통신의 활동은 수년 전부터 미국 정부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아왔다. 지난 2018년 법무부는 신화통신을 외국대행기관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국무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중공 대외선전 지출, 4년 새 5배 급증

책임정치센터가 운영하는 정보공개 웹사이트인 오픈시크리트(Opensecrets.org)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정부가 ‘외국 정부 대행기관’을 통해 미국에 투입한 자금은 약 5409만달러(약 611억)로 2016년의 896만달러(약 101억)보다 503% 증가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관영매체가 아닌 민간기업을 통해 쓴 비용도 약 970만달러(약 110억)였다. 모두 합치면, 중국 정부는 미국 내 선전비용으로 총 6379만달러(약 721억)를 쓴 것이다.

FARA에 따라 신화통신이 국무부에 제출한 연간 예산 내역 등에 따르면 신화통신 모회사는 지난해 3월 이후 워싱턴 ·LA·휴스턴·샌프란시스코·시카고 지사 등 미국 내 자회사에 총 860만달러(약 97억)를 지급했다.

미국 법무부의 ‘외국 대행기관 등록법’ 자료실에는 신화통신 북미지사가 5월 5일 처음 제출한 자료가 등록되어 있으며, 해당 자료에는 지난해 3월 18일부터 올해 5월 4일까지 신화통신이 미국에서 지출한 금액과 받은 금액이 상세히 적혀있다.

1036만달러가 넘는 총지출 중 절반 이상인 537만달러가 급여 등 인건비로 나갔고, 그다음은 건물 임대료로 약 337만달러였다.

사무, 수도, 통신, 출장, 교통, 기자재, 주택관리, 유지보수 등 행정비용이 107만달러였고 변호사비를 포함한 기타 비용 역시 53만달러였다.

중국 관영매체, 미국서 허위사실 유포

워싱턴 싱크탱크 ‘제임스타운 재단’은 지난달 12일 ‘신화통신, 서방의 전자매체 침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관영매체가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TY) 등에 광고를 게제했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중국 관영매체들이 삽지형 광고 페이지를 ‘차이나 워치’(China Watch) 혹은 ‘차이나 포커스’(China Focus)’라는 제목으로 포장해 마치 해당 언론이 편집한 지면처럼 독자들을 눈속임했다고 지적했다.

삽지 광고에는 모두 신문사의 기사가 아님을 밝히는 안내 문구가 있었지만 대부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이 밖에 CCTV 아메리카, 중국일보(China Daily)가 지난해 각각 5024만달러(약 568억원)와 300만달러(약 34억원)를 미국 내 사업에 사용했다. 특히 두 언론이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2019년 중국 대행기관이 쓴 전체 비용 3분의 2에서 지난해 5분의 4로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선전을 통해 미국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갈등을 부추겨 정치·경제·사회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그 궁극적인 목표는 지정학적 이익의 실현이라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지난 2019년 중국 CCTV의 자회사 CGTV(중국국제텔레비전) 북미 지사를 외국 정부 대행기관으로 등록하는 것을 시작으로 중국 관영매체에 대한 규제 포문을 열었다.

작년 2월에는 신화통신, CGTV(전체), 중국국제라디오방송국(CRI), 미국하이톈발전공사(중국일보·인민일보 발행사)를 외국 정부 대행기관으로 지정했다. 다시 10월에는 이차이 글로벌 등 6곳을 추가했다.

신화통신,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코로나 방역 선전물

미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뉴욕 타임스퀘어의 전광판도 중국 관영매체들의 선전판이 됐다.

신화통신은 2011년부터 주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거액을 들여 타임스퀘어의 대형 전광판 중 하나를 전일 대여해 선전공세를 폈다. 올해 초에는 코로나19 사태 1주년을 맞아 중국이 세계 80여 개국의 방역을 지원했다는 내용을 내보냈다.

릭 스콧 미 상원의원은 지난 2월 트위터에서 “베이징의 거짓말과 선전을 허용하다니, 누가 이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나?”라며 비판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상호주의’에 따른다면, 미국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대형 스크린을 걸고 미국을 추켜세우는 선전물을 틀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