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골 말단공무원까지 여권 압수…해외도피 막으려 감시 강화

Li Jing
2019년 08월 13일 오후 6:57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후 12:03

중국 당국이 관료들의 해외 도피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베이징 공무원과 당직자의 여권을 대거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시 기율검사위원회는 베이징시 동단에 위치한 핑구(平谷)구에 보낸 공문을 감찰위원회 사이트에 게시했다. 공문에는 핑구구 소속 모든 당정(黨政) 공무원들이 소지한 여권을 모두 향진(鄕鎭, 읍면 단위) 사무소에 제출해 보관하게 한다는 통보가 담겨 있다.

출국을 원할 경우에는 사유서를 제출해 심사를 거친 후 여권을 수령해야 한다. 출국 전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하며 입국 후에는 다시 여권을 제출해야 한다. 승인 신청 유효 증명서에 대해 추가적인 검증과 조사 중인 모든 필수 문서가 제출됐는지 확인해야 하는 등 출국 절차가 까다로워 사실상 출국 제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승인 없이 출국할 경우 각종 불이익이 따르게 된다.

신경보(新京報) 보도에 따르면, 시골 공무원들의 여권 제출은 핑구구가 처음이 아니다. 베이징은 개인 여권을 중국 당국이 관리하는 3개 시범 도시 중 하나다. 광저우시는 2013년, 우한시는 2015년부터 공무원의 여권을 중국 공산당 조직위에서 관리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하급 공무원들에 대한 출국 조치를 까다롭게 적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인민은행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약 1만 6천~1만 8천 명에 이르는 관료와 기업인이 8천억 위안(137조 원)에 이르는 자산과 함께 해외로 사라졌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2013년에 예측한 불법 자금 해외 도피액은 1조 5000억 달러(1834조 원)로 2012년 대비 50%나 상승한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중공 고위 관료, 여권만 5~6개

2012년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의 미국영사관 도피 사건으로 중국 관가가 크게 술렁였다. 막강한 권력이 있어도 언제 팽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해외 도피를 계획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중국 공산당 고위직이 은밀하게 막대한 자산을 축적하고  유사시 신분을 감추고 도피하기 위해 다량의 여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주밍궈(朱明國) 광둥성 정협주석 겸 광둥성 정치법률위원회 서기가 2014년 부정 부패의 상징으로 낙인 찍혀 낙마했을 때도 드러난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그가 소지한 여권은 14개였으며, 집에서 발견된 황금과 지폐가 차량 10여 대 분량이었다.

2015년에 낙마한 시샤오밍(奚曉明) 전 중공최고법원 부원장도 예외가 아니다. 베이징 인근 별장과 수색하는 과정에서 여권 6개와 홍콩 마카오 통행증 3개가 발견됐다. 압수한 총자산은 15억 위안(2581억 원)을 훌쩍 넘었다.

2014년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은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부 부장이 받은 뇌물 액수도 놀라웠다. 7명의 내연녀와 관계를 끝내면서 건넨 돈만 해도 4천만 위안(68억 원)에 달했고, 사생아가 5명에 위조 여권은 6개였다.

2015년 7월,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심복인 저우번순(周本順) 허베이성 당서기가 쌍규(雙規,기율당국이 비리 혐의 당원을 정식 형사 입건 전 구금 상태로 조사하는 것) 처분됐다. 저우번순은 저우융캉과 링지화의 기율위반, 법규위반에 연루돼 기소됐다. 그의 주택 다섯 군데서 발견된 은행 계좌는 15개, 여권은 12개였다.

장쩌민(江澤民)의 양저우(揚州) 고향 본가 대집사이자 전 난징시장 리젠예(季建业)는 2014년 쌍규 처분 이후 난징 주택과 쿤산(昆山), 양저우 별장에서 여권 21개와 은행 계좌 12개가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