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베이다이허 회의 끝났나? 모습 드러낸 당 고위층…미묘한 변화기류

한동훈
2020년 08월 19일 오후 2:32 업데이트: 2020년 08월 19일 오후 2:53

중국 공산당(중공)의 전·현직 지도부 비밀회동인 ‘베이다이허 회의’가 종료된 가운데, 중공 고위층의 행보에서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18일 중국 관영 CCTV 오후 7시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는 중공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2인이 나란히 등장하며 베이다이허 회의 종료를 알렸다.

뉴스에 따르면 전날 리커창 국무원 총리와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는 각각 국무원 상무위원회와 중화전국청년연합회(공산주의 청년단)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공 전·현직 고위관료와 원로들이 참석하는 비공식 회의다.

이들은 매년 여름 중국 허베이성 북부에 위치한 휴양도시인 베이다이허에서 비공개 모임을 가지고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정책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다.

회의가 열리는 장소 이름을 따 ‘베이다이허 회의’로 불리는 이 회의는 따로 개최나 폐회 소식이 보도되지는 않는다. 다만, 중공 최고 권력기구인 상무위원 7인의 동정을 통해 개폐회를 추정할 뿐이다.

7월말부터 8월초 사이에 이들의 모습이 방송에서 사라지면 회의가 열린 것이고, 다시 등장하면 회의가 끝난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시진핑 중공 총서기를 포함한 상무위원 7인 전원은 지난 1일부터 관영 매체에 등장하지 않다가 18일 언론에 동정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시진핑은 하루 일찍 왕후닝이 참석했던 공산주의 청년단 회의에 축하서한을 보냈다는 소식이 신화통신에 보도되는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모습을 드러낸 시진핑과 리커창의 첫 행보도 관심을 끈다.

중국문제 전문가 탕징위안은 시진핑이 베이다이허 회의 후 첫 공식활동으로 공산주의 청년단에 축하서한을 보낸 것에 대해 “베이다이허 회의 기간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했음을 과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장쩌민 계파와 타협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장쩌민 계파는 장쩌민 전 총서기와 추종세력을 중심으로 뭉친 그룹이다. 중국 정치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시진핑 진영에 맞서는 당내 최대 라이벌이다.

시진핑은 지난 2012년 집권 이후 반부패 운동으로 장쩌민파와 그 주변 관료들에 대한 공세를 펴왔으나, 장쩌민 계파는 시진핑 일가의 해외자산 등 부패혐의를 외국 언론에 흘리는 등 반격해왔다.

이에 시진핑 진영은 극단적 대립을 피하고 고비 때마다 한발 물러서며 타협하는 식으로 장쩌민 계파를 다뤄왔다. 그러나 탕징위안은 “장쩌민 계파는 시진핑과 공존할 생각이 없다. 계속 타협하다가는 결국 화를 입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리커창은 17일 국무원 상무위원회에서 실업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공 관영매체에 따르면 리 총리는 청년 실업자 지원 대책을 논의했다. 여기에는 대학 졸업을 앞둔 교육학과 학생들에게 자격증이 없어도 당장 교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탕징위안 평론가는 “중국 내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시진핑이 공청단 청년들에게 ‘당을 바짝 따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그는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으면 정부에 항의하거나 도전할 수 있다”면서 “중공은 청년들의 취업을 도와 당의 말을 듣도록 설득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청년 실업이 중국에서 큰 문제로 대두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청년층 민심이반으로 이어질까 염려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평론가 량웨이는 중공 기관지 인민일보의 14일자 기사와 15일 공산당 격월간 ‘구시’에 시진핑의 2015년 11월 연설문이 다시 실린 점에 주목했다.

인민일보는 이 기사에서 당을 인민해방군의 ‘유일한 지도’라고 강조하며 “인민해방군의 임무는 당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정권의 안보를 대외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구시에 게재된 시진핑의 연설은 그가 지난 2015년 11월 제18기 중앙정치국 제28차 단체학습에서 행한 것으로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을 중시해야 한다” “자본주의는 부의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다”는 내용이 담겼다.

량웨이는 “인민해방군을 향해 중공의 지도를 따르라고 한 것은 그만큼 체제 유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계파 간 내분이 격렬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구시에 실린 시진핑의 과거 연설문은 경제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당내 계파를 향한 메시지일 것”이라며 “경제 체제 전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그는 인민일보의 14일자 기사가 “시진핑의 요청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