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버스 운전사, 전자팔찌 착용…“개인정보침해·차별유발 우려”

정향매
2022년 09월 27일 오전 6:50 업데이트: 2022년 09월 27일 오전 9:37

베이징공공운수(국영 버스회사)가 고속도로를 이용하거나 지자체를 넘나드는 장거리 노선 운전기사들에게 ‘바이털 사인 감시 장치’라 불리는 전자 손목밴드 1800개를 나눠줬다고 지난 21일 중국 관영 매체 베이징일보가 전했다.  

바이털 사인(Vital Sign)’은 심장 박동, 호흡, 체온, 혈압과 같은 생체신호를 말한다

이 전자 손목밴드는 사람의 체온, 심장 박동, 호흡, 혈중 산소포화도, 운동, 혈압, 수면 등 신체 징후와 불안과 같은 감정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 버스회사는 언제나 수집한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다. 

매체는 버스회사가 운전기사들의 신체·심리 건강을 지켜주면서도 대중교통의 안전성을 향상하기 위해 이 같은 전자 손목밴드를 배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자 손목밴드의 사고 방지 효과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운전기사들의 개인 정보 침해, 부당한 스트레스 유발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법률 전문가들, 전자 손목밴드의 필요성, 신뢰성, 정확도에 대한 의문 제기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이징에 거주하는 왕충웨이 변호사는 “이 전자 손목밴드는 최근 몇 년 동안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대중교통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버스 운전기사로부터 반드시 그렇게 많은 개인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어떤 이상 징후가 실시간으로 감지될 경우 구조 인력이 바로 개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수집한 정보는 사고의 사후 분석에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대 캘빈 호 법대 교수는 전자 손목밴드가 측정한 데이터의 신뢰성과 정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는 부당한 고통과 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CMP “中, 제20차 당대회 앞두고 사회적 위험 최소화에 전력”

SCMP는 “이번 전자 손목밴드 배포는 지난 18일 구이저우(貴州)에서 코로나19 격리시설로 이송되던 주민들이 탄 버스가 전복되면서 27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다음 달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며 “중국 각 지자체의 관리들은 당대회 전후로 사회적 위험을 최소화하라는 지시를 계속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현재 베이징을 거치는 우편물에 대해 이중 점검을 하고, 안전 검사 표시와 소독 표시가 없는 우편물은 전수 반환하는 한편, 모든 항공기 모형 반입·반출 금지 등의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모두 제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사회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