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매체, 1인 미디어 ‘미확인 주장’ 유포…“홍콩 시위 현장서 美 CIA 요원 체포”

니콜 하오
2019년 09월 2일 오후 2:40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후 12:00

홍콩에서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서양인 남성이 경찰에 체포되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 미디어에서는 이 남성이 CIA 요원이며 홍콩 시위를 지휘해왔다는 1인 미디어 주장을 그대로 퍼나르며 “홍콩시위 배후에 외세가 있다”는 중국 정부 주장에 동조했다.

지난달 31일 홍콩에서 13주 연속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홍콩 지하철 라이킹(Lai King)역에서는 서양인 남성 A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A씨가 체포되는 장면은 주변에 있던 시민들의 스마트폰에 담겨 사진과 영상으로 SNS에 공개됐다.

공개된 영상에서 A씨는 경찰에 “무슨 죄목이냐? 왜 이러느냐”라고 항의했지만, 경찰은 대답하는 대신 A씨를 거칠게 제압해 바닥에 쓰러뜨리면서 “법률에 동의하느냐”고 여러 차례 다그쳤다.

이를 현장에서 목격한 본지 기자의 질문에 경찰은 “조사 중이다”라고만 대답하며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사건 전 본지 기자가 촬영한 다른 영상에서는 A씨의 신원을 추측할 수 있는 대화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영상에서 A씨는 지하철 객차에서 큰 소리로 다른 승객과 대화 나눴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홍콩에 24년간 거주했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소개했다. 지하철은 라이킹역 부근을 운행 중인 상태였다.

A씨가 지하철 승객과 나눈 대화는 홍콩 시위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는 “베이징(중국 지도부)이 왜 홍콩 사람을 해치느냐”, “(베이징이) 일국양제를 통해 홍콩에 상당한 수준의 자치권을 보장하지 않았냐. 그런데 왜 약속대로 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대화 내용으로만 봐서는 이번 시위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사건 다음 날 중국 포털 넷이즈(Netease) 등에서는 A씨에 대해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의심된다”는 중국 1인 미디어 ‘프리즘 뉴스’ 인용기사를 쏟아냈다.

친 공산당 미디어로 추정되는 프리즘 뉴스에서는 “(A씨가) 바오 웨이중(Bao Weizhong)이라는 이름의 CIA 요원이며 홍콩 시위 지휘관”이라고 주장했지만 그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다만, “A씨가 소지하고 있었다”며 스웨덴 공영라디오 ‘스베리게스 라디오(Sveriges Radio)’ 기자증을 자료화면으로 제시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본지가 스베리게스 라디오 측과 확인을 시도했지만, 현재까지는 연락이 잘 닿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프리즘 뉴스와 중국 포털 및 매체들의 보도는 “홍콩시위 배후에 외세가 개입하고 있다”는 중국 정부 주장과 맞아떨어진다.

중국 정권은 홍콩 시위대에 대해 “서방세력에 의해 선동된 급진적인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관련 내용을 담은 허위사실을 SNS에 퍼뜨리기도 했다.

이에 지난달 트위터와 유튜브, 페이스북 측은 홍콩 시위와 관련한 허위정보를 유출한 중국 선전 동원 계정 수백 개를 삭제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