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매체 차이신 “보건당국, 신종코로나 정보 독점…발표 미뤄 대규모 확산 자초”

린란(林瀾)
2020년 03월 2일 오전 11:14 업데이트: 2023년 08월 25일 오후 3:46

중국 경제지 차이신(財新)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 초기의 ‘병원체 확정·보고’ 과정에서 당국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말살한 실상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차이신왕은 ‘[단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 검사 기원: 경보는 언제 울렸나(冠病毒基因测序溯源:警报是何时拉响的)’라는 제하 기사에서 지난해 12월 말 신종 코로나 발생 전 우한의 여러 병원에서 최소 9건의 폐렴 샘플을 서로 다른 유전자 검사업체에 보내 검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검사업체들은 모두 똑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사스와 유사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가장 빠르게 확인된 시점은 12월 27일이었다. 사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 업체 관계자들은 즉각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검사 결과를 병원은 물론 보건당국인 국가 위생건강위원회와 질병통제예방센터에도 보고했다.

원인 불명의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의 병원체 검사 결과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확인됐다는 내용이 담긴 진단서로 확산되고 있는 사진 | 위챗 화면 캡처

그러나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는 1월 1일 검사업체에 전화를 걸어 추가 검사 중단을 요구했다. 또 업체 측에서 보관 중인 바이러스 샘플을 일괄 폐기하고 관련 논문과 수치를 외부에 발표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이틀 뒤인 3일에는 국가 위생건강위원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통지문을 업체 측에 보냈다.

중국문제 전문가 헝허(橫河)는 “이 통지는 사실상 당국이 국가 위생건강위원회를 제외한 다른 기관의 검사를 불허하는 것”이라며 “이는 병원체를 확인하고 발표하는 권한을 정부가 독점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헝허는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 독점은 “병원체에 관한 정보를 당국의 목적에 따라 선별적으로 외부에 공개하려는 의도”이라며 “이는 보건당국이 정보를 말소한 증거”라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지방정부나 사기업에 이런 권한이 주어지면 당국은 국민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정보를 통제할 수 없게 된다”며 “결국 중국 공산정권의 안정유지 차원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했다.

그는 “기술적인 무능이나 태업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시스템 문제이자 의도적인 은폐”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보가 완전히 차단되진 않았다. 유전자 검사업체에서 사스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를 확인했다는 소식은 내부경로를 통해 의료진들 사이에 퍼졌다.

그 중 하나가 신종코로나를 처음 경고한 우한시 의사 리원량(李文亮)이다. 리씨와 다른 몇몇 의사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지만, 이들은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공안에 불려가 조사를 당한 뒤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서야 풀려났다.

숨진 고 리원양 의사가 신종코로나 감염사실을 알리며 공개한 사진 | 웨이보 화면 캡처

당국은 민간기관에서 최초로 ‘유사 사스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된 지 10여 일이 지난 1월 9일에서야 병원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발표했다.

발표를 미룬 당국은 “사람 간 감염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예방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며 계속 중국인들을 기만했다. 중국 사회는 무방비 상태로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쳤고 이는 감염증의 대규모 확산으로 이어졌다.

한편, 해당 기사는 차이신에 게제된 후 곧 내려졌다. 당국에 의해 삭제된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구글 캐시에서 저장된 페이지(중국어)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