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런던 금융지구 부동산 다수 매입 사실 밝혀져

패트리샤 더블린
2023년 02월 25일 오전 8:46 업데이트: 2023년 02월 25일 오전 10:42

영국 부동산에 대한 해외 소유권을 보여주는 새로운 기록이 공개된 가운데, 영국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최근 영국 해외기업등기소가 영국 부동산을 통해 자금을 세탁하는 외국 범죄자들에 대처하기 위해 공개한 등기부등본 관련 문서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정권(CCP)이 역외 회사를 악용, 영국의 상업용 및 주거용 부동산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중국 공산당은 그간 외국에 등록된 역외 회사를 통해 영국 내 토지 및 부동산 소유권을 숨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투자는 특히 부유한 지역에 집중됐다. 일례로 중국 공산당의 통제하에 있는 기업이 영국 수도 런던에서도 도심에서만 8개 대형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 금융 중심가 중 하나인 그레셤 스트리트에 있는 아파트와 상가 건물 8개를 7천만 파운드(한화 약 1천92억원)가 넘는 가격에 매입한 것.

부동산 매입자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한 기업으로, 등기부등본상의 소유주 정보를 살펴본 결과 국영은행인 중국은행이 실소유주로 확인됐다.

그뿐만 아니다. 중국은행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런던의 유서 깊은 거리인 아이언몽어 레인 내 건물 두 채를 소유한 것으로 추가 파악됐다. 매입 절차는 물론 중국은행이 아닌 역외 회사가 진행했다.

6백만 파운드 임차권

또 다른 런던 금융 중심가인 로스버리 인근에는 중국은행 런던지점이 위치해 있는데, 흥미로운 부분은 이곳의 소유주 관련 정보는 밝혀진 바 없다는 점이다.

반대로 중국은행 런던지점은 런던 인근 도시인 버밍엄에 있는 지하 및 지상층 공간의 소유주로 등록돼 있었다. 버밍엄시 차이나타운 근처에 위치한 해당 공간은 600만 파운드(약 94억원)가 넘는 가격에 임차권이 매입됐다.

중국 공산당과 연관된 다른 기업들 또한 런던 곳곳에서 주택 거리를 통째로 사들였다. 여기에는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산하 기업인 중량그룹도 포함됐다.

중량그룹은 중국 국영 곡물 거래 업체이자 중국 최대 국유 식품기업으로, 런던 서부 레드브록 그로브 지역의 거의 모든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중국의 4대 국유상업은행 중 하나인 중국건설은행은 런던 금융지구 올드브로드 스트리트에 있는 상업용 건물을 다수 소유했다. 중국 공산당의 기타 금융 기관들 또한 다른 지역에서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Fabrice Coffrini/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카나리 워프 아파트들

나아가 중국의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런던에 총 13개의 부동산 및 사업장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인민은행이 소유한 부동산은 런던의 양대 금융 중심지로 꼽히는 카나리 워프에 있는 아파트 여섯 채 등이다.

중국은 영국 해외기업등기소에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정부 부동산 소유명을 등록했으나, 현재까지 24만 파운드(약 4억원)가량에 매입한 임대 주거용 부동산 한 채만 중화인민공화국 소유로 기재돼 있다. 에포크타임스는 중국 공산당 정권이 영국 회사 이름으로 영국 부동산의 소유권을 어떻게 확보했는지를 보여주는 여러 기록을 확인했다.

필요한 제재들

지난해 3월 영국에서는 경제범죄법이 신설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한 제재 방안으로 통과된 경제범죄법은 러시아 및 다른 외국 범죄자들이 불투명한 기업의 소유 구조로 위장, 영국 내 토지 또는 부동산 같은 안전한 투자를 통해 자금 세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방지하는 게 주목적이다.

이에 따라 영국 내 토지 또는 재산을 소유한 모든 해외 기업은 실소유자를 신고해야 한다.

중국이 해외 법인을 통해 영국 부동산 시장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국 정권의 영향력이 커지는 데 맞서 정부가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영국에 본부를 둔 홍콩 상황 감시 단체 ‘홍콩 워치’의 베네딕트 로저스 대표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중국은 영국의 여러 부문에 침투하기 위해 재정적 영향력과 경제적 강압 등을 이용했을 것”이라며 “런던 금융가에 미치는 영향력의 규모가 특히 우려스럽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 관계자의 자산을 조사하고 동결, 결과적으로 재산을 압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영국 정부에 촉구했다.

“우리는 순진했으며 경제적 유혹에 중독돼 있었다. 중국 공산당은 우리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영국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베네딕트 로저스 홍콩 워치 대표.|Samira Bouaou/The Epoch Times

중국에 맞서

한편 지난달 영국 언론 가디언은 중국 공산당 정권이 영국 왕실령 섬인 맨섬(Isle of Man) 같은 역외 관할권을 통해 방대한 영국 부동산 네트워크를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수십 개의 회사를 통해 영국 전역에 250개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영국 전역의 식품 및 상품 유통에 있어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물류센터도 포함됐다.

실소유주는 중국 국부펀드이자 중국의 외환보유고를 관리하는 중국투자공사이며, 총 9천7백억 파운드(약 1천5백조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는 총리 사임 이후 첫 공개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 민주 국가들이 중국에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러스 전 총리는 돌이켜보건대 영·중 관계의 황금기를 예상하며 소위 레드카펫을 깔아준 것은 ‘잘못된 메시지’였다고 반성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리시 수낙 현 영국 총리 또한 의회로부터 중국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라는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