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외교부 대변인 ‘격’ 보여준 패러디…상대국 문화재로 비아냥

쉬젠(徐簡)
2021년 04월 29일 오전 8:40 업데이트: 2021년 04월 29일 오전 10:54

중국 공산당(중공) 외교부가 일본의 유명 문화재를 패러디한 그림을 SNS에 공유하며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폐수 배출 결정을 비아냥거렸다.

거친 발언을 일삼아 ‘늑대전사(戰狼·전랑)’로 불리는 자오리젠(趙立堅) 중공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6일 트위터에 일본 전통미술 기법인 우키요에 작품을 패러디한 그림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했다.

원작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미술 작품 중 하나인 우키요에 명인 카츠시카 호쿠사이의 목판화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로, 큰 파도와 배 그리고 배경의 후지산으로 이루어져 있다(아래 트윗 오른쪽 그림).

패러디 그림에서는 일본을 상징하는 후지산이 원자력 발전소 같은 건물로 바뀌었고, 배경의 흰 구름은 십자가 모양으로 바뀌어 무덤처럼 보이도록 했다.

또한 배 위에서는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방사성 액체를 바다에 붓고 있으며 원본의 하얀 물결은 해골 모양으로 바뀌었다(아래 트윗 왼쪽 그림).

자오리젠 대변인은 트윗에서 “카츠시카 호쿠사이가 여전히 살아있다면 그도 일본 방사능 오염수에 대해 굉장히 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중공 측에 항의하고 해당 트윗을 즉시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27일 브리핑에서 자오리젠의 트윗을 봤다며 “즉시 외교 채널을 통해 이 사건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자오리젠이 공유한 패러디 그림의 오른쪽 하단에는 제작자로 보이는 트위터 계정명이 표시됐는데, ‘학습하기 좋아하는 남자아이(一个热爱学习的男孩)’였다.

중공의 정치 언어에서 ‘학습’은 ‘시진핑의 국정운영 사상 학습’을 암시하는 표현으로 자주 쓰인다.

따라서 ‘학습하기 좋아하는 남자아이’란 계정명은 해당 패러디 제작자가 시진핑 사상의 열렬한 지지자임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중공 외교부가 의도적으로 이번 패러디가 시진핑 진영과 관련됐음을 일본에 보여주려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문화재를 모욕거리로 삼으면서 시진핑 진영 인물임을 암시하는 출처를 박아넣음으로써 일본인들의 반감을 시진핑 진영 쪽으로 몰아가려 했다는 분석이다.

중공의 권력구조는 파벌 간 암투의 산물이다.

중공 외교부는 대외적으로 중공을 대표하지만, 세부적으로는 특정 파벌의 정치 공작, 이해득실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 패러디가 일본의 문화재 쪽으로 시선을 돌려 중공의 오폐수 방출로부터 관심을 떨어뜨리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 13일 일본 정부는 앞으로 2년 뒤부터 약 125만t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를 희석해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방류 전 원전 운영업체인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걸러내 삼중수소(트리튬)를 제외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할 예정이며, 미국도 이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자오리젠은 “바다는 일본의 쓰레기통이 아니고, 태평양은 일본의 하수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일본의 아소 다로 부총리는 “태평양은 일본의 하수도가 아닌 것은 맞다. 그렇다면 중국의 하수도냐”라고 반박했다.

중공이 생활하수, 플라스틱, 공장 폐수, 축산 폐수 등 각종 오염물질을 태평양에 쏟아내고 있는 상황을 꼬집는 발언이었다.

홍콩 매체 ‘시티즌뉴스’(眾新聞·중신원)에 따르면, 중국 원전 총 49기에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중공 측은 정상적인 방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2017년 중공 생태환경부가 중국 남부 광둥성의 다야만(大亞灣) 원자력 발전소 측에 보낸 회신 공문에 따르면, 이 원전 한 곳에서만 배출하는 연간 액상 삼중수소 배출 한도는 225조 베크렐(Bq)이었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이 2년 후부터 30년간 배출하기로 한 삼중수소 연간 배출량 한도 23조 베크렐의 약 10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