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3일 연속 대만포위 훈련…美 포세이돈 투입 “과잉 대응 말라”

김태영
2023년 04월 10일 오후 9:55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47

차이잉원 총통-美 하원의장 회동 핑계 무력 시위
美 “中에 맞설 충분한 자원·역량 보유

중국이 대만해협에 대규모의 군용기와 군함을 투입한 ‘대만 포위’ 군사 훈련을 사흘째 지속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이 지난 8일부터 대만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시뮬레이션 훈련 등 인민해방군 소속 육해공군을 총동원한 대규모 무력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대만 국방부는 9일 오전 8시 성명을 통해 “대만 주변에서 Su-30 전투기와 H-6 폭격기를 비롯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71대와 군함 9척을 포착했다”며 이 중 일부가 양측 간 비공식 장벽 역할을 해온 대만해협 중앙선을 넘어오는 것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중국의 무력시위는 지난 6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회동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에도 중국은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대만 해역에서 미사일 발사 등 군사 훈련을 벌인 바 있다.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이날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 대만 포위 군사 훈련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1분 44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대만의 주요 시설을 겨냥한 중국군의 미사일이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모습도 담겨있었다.

동부전구는 이번 훈련에 대해 “대만 독립주의 분열 세력과 외부 세력의 결탁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방송인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이날 동부전구의 영상을 소개하며 “합동작전지휘본부 지휘하에 중국인민해방군 산하 여러 부대가 대만 주변의 주요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는 모의 훈련을 시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중국 관영 언론인 인민일보는 논평을 내고 “중국 정부는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이든 이를 저지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취한 모든 조치는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기 위한 적법하고 합법적인 권리”라고 주장했다.

대만도 일찍이 이 같은 중국의 무력 도발을 예상해 만반의 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8일(현지 시간) 대만의 안보 고위 관리를 인용해 “현재 상황(중국의 군사위협)은 예상했던 바”라며 “대만 정부는 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은 차이잉원 총통의 방미 순방을 ‘군사 훈련을 위한 핑계’로 삼아 역내(대만해협) 평화와 안정,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군의 동태를 면밀하게 감시·파악하고 있으며 대만 방공부대도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대만은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중국의 대규모 대만 포위 무력 시위에 미국도 경고에 나섰다.

미국은 주력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투입하며 중국에 “과잉 대응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8일(현지 시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에 충분한 자원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의 군사 훈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중국과의 소통 채널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면서 중국이 지속적으로 자제와 현상 유지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 재대만협회(AIT)도 “중국이 미국의 오랜 관행인 (대만 총통의) 방미 순방을 과잉 대응 구실로 이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