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팬데믹 기간 확보한 빅데이터로 국민 감시

강우찬
2023년 01월 2일 오후 4:35 업데이트: 2023년 01월 2일 오후 4:35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기간 사용을 의무화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국민 개개인 감시에 활용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매체 RFA는 분석가를 인용해 중국 당국이 고강도 방역조치에 항의하는 전국적 시위에 앱을 통한 위치 추적을 중단했지만, 이미 축적한 데이터와 그 밖에 다른 국민 감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중순, 중국은 사용자의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병원체) 감염 여부와 위치·동선을 추적하는 스마트폰 앱 ‘건강코드’ 사용 의무화를 철회했다. 이는 당국이 3년 가까이 이어오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전반적으로 완화하며 내린 조치 중 하나다.

분석가들은 그동안 당국이 이 앱을 통해 홍콩과 마카오 주민을 포함해 모든 중국인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주민 추적과 감시, 통제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건강코드는 적색, 황색, 녹색으로 해당 스마트폰 소유자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나타낸다. 제로 코로나 정책 시행 기간 중국에서는 대중교통이나 관공서, 버스터미널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 시 건강코드를 제시해야 했다.

이 앱은 주민 통제 수단으로 사용됐다. 이 앱은 스마트폰 소유자의 위치를 추적해, 감염자와 접촉하거나 감염 발생 지역 진입 시 경고하고 즉각 검진을 받도록 했다. 이러한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당국의 제재에 처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중국 문제 전문가로 활동하는 시즈오카대학의 양하이잉(楊海英) 교수는 건강코드 앱 의무화가 철회된 것은 봉쇄 반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시진핑 주석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권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은 정치적 안정을 위해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앱 사용을 취소했다면서 “하지만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회 전반을 관리하고 감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건강코드의 주민 감시 기능은 단순한 위치 추적에만 그치지 않는다. 양 교수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약국에서 의사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 감기약이나 진통제를 구매한 후에는 건강코드가 녹색에서 황색으로 변경됐다. 앱이 주민들이 경제활동까지 세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코드 녹색은 이동 제한이 없지만 황색이나 적색이 되면 자가격리나 보건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황색이나 적색이 된 사람들은 PCR검사를 받아 코로나19 음성이 나와야만 녹색 코드를 받고 정상적인 생활을 회복할 수 있다.

감기약을 구매한 것만으로 자가격리를 당하게 된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로 코로나에 대한 불만이 더욱 치솟았다.

지난해 11월 중국 당국은 14억 인구의 의료기록을 디지털화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중국 내 모든 사람의 건강상태를 추적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국가 위생건강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보건기관은 모든 주민에게 2025년까지 “동적으로 관리되는 전자 보건 기록 및 범용 전자 보건 코드(앱)”를 스마트폰에 다운받아 설치하라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는 중국 본토의 모든 개인의 건강 기록이 디지털화되고, 국가 플랫폼을 통해 신분증 번호에 연결되고 통합 건강 코드에 통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렇게 수집된 정보가 병·의원은 물론 정부기관에도 공유될 수 있음을 뜻한다.

아무런 명분 없이 국민 개개인의 정보를 디지털화해 각 정부기관에 공유하면 주민들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라는 재난 상황과 ‘공중보건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는 명분이 붙으면 주민들로서는 저항할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정치학자 천다오인(陳道印)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정책 완화가 그동안 시행했던 엄격한 국민 감시마저 늦춘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천은 “중국 본토의 휴대전화는 차이나 유니콤, 차이나 모바일, 차이나 텔레콤 중 하나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 3년 동안, 중국의 이동통신은 국민의 동선을 추적하는 데 사용돼 왔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코드 앱을 통한 동선 추적은 중단됐지만 봉쇄 반대 시위 때 드러났듯 당국은 특정 집단의 이동을 추적해야 할 때 휴대전화 위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달 베이징에서 봉쇄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한 대학생은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그의 동선을 확인했다는 이야기를 학교 측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시사평론가 팡위안(方源)은 중국 정부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빅 데이터를 활용해 국민을 계속 쉽게 감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팡위안은 “지난 몇 년 동안 엄청난 양의 빅 데이터가 축적됐으며 매우 상세한 개인 정보의 사용도 가능하다”며 “권력자들이 그렇게 유용한 자료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인도태평양디펜스포럼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