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지원이 오히려 ‘독(毒)’”…친환경차 업계 ‘다크호스’ 파산

정향매
2022년 08월 30일 오후 4:31 업데이트: 2022년 08월 30일 오후 4:31

지난 7월 8일 중국의 친환경차 업계 ‘다크호스’로 알려진 창장자동차(Changjiang Auto)가 공식 파산했다. 중국 당국의 친환경차 업계에 대한 지원이 오히려 업계 발전의 걸림돌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친환경차 산업에 대한 中 당국의 정책적 지원 

8월 12일 중국 매체 왕이(網易)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2012년 ‘에너지 전략과 친환경차 산업 발전 계획(2012~2020)’을 통해 친환경차 업계에 대한 정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2015~2017년 친환경차 업계에 3000억 위안(58조3560억원), 전체 산업 공급망에 누적 2조 위안(389조1600억원) 넘게 지원했다. 

2015년 6~8미터 길이의 중형 친환경버스는 대당 60만 위안(약 1억2천만원), 10미터 이상의 대형 친환경버스는 대당 최고 100만 위안(약 2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보조금이 제조 비용보다 훨씬 많았다.

中 당국 조사 “93개 업체 중 72개가 정부 보조금 편취”

이에 왕이는 “보조금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보조금 편취가 있다”고 전했다. 

왕이에 따르면 친환경차를 한 대 생산하는 비용이 6만 위안(약 1168만원)일 경우, 정부는 업체에 대당 10만 위안(1947만원)의 보조금을 줬다. 한마디로 업체는 제품을 판매하기도 전에 4만 위안(약 779만원)을 벌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업체들은 판로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업체들은 생산단가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해 모회사가 생산한 친환경차를 구입한 후 배터리 등 가장 비싼 부품을 재활용한다.  

2016년 중국 당국이 93개 친환경차 업체를 조사한 결과, 이 중 72개 업체가 정부 보조금을 편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조금 편취에 이용된 차량은 8만 대, 금액은 93억 위안(약 1조8107억원)에 달했다. 

모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을 자회사에 판매하는 운영 방식은 자금 흐름이 끊길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보조금은 생산 비용이 투입된 후에 뒤늦게 조달되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이 끊기거나 줄어들 경우, 업체들은 자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정책 지원을 믿고 출범한 친환경차 업계 ‘다크호스’의 몰락

2013년에 출범한 창장자동차는 정부 지원의 유혹에 빠져 결국 몰락한 전형적인 업체다. 

창장자동차는 2016년 홍콩 상장회사로부터 51억 위안(9932억7600만원)을 투자받고, 소형 SUV 전기차, 상용 전기차, 대형 전기버스, 중형 전기버스 등 4가지 차종을 자체 개발했다. 2017년에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친환경차 개발과 완성차 생산 자격을 모두 획득하면서 업계 ‘다크호스’로 등극했다. 

이후 이 업체는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친환경차 개발센터를 설립하고 전국 곳곳에 자동차 생산 공장을 세웠다. 이 업체는 독일산 자동차와 같은 품질의 전기차만 자체 개발해 생산하는 ‘아시아 최대 친환경차 공장’을 건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체가 2016~2018년 판매한 전기차는 3000대에 그쳤고 2018년부터는 자금 흐름이 끊기기 시작했다. 

2018년은 중국 당국이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이고 지원 자격도 아주 까다롭게 조절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2020~2022년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은 전년 대비 10%, 20%, 30% 감소해왔고, 올해 말부터는 완전히 중단될 예정이다.  

2020년 창장자동차는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고, 올해 7월 8일 임금 체불액 5000만 위안(약 97억원)과 부채 30억 위안(약 5816억4천만원)을 해결하지 못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창장자동차 전 직원 “정부 보조금을 노리고 시작한 사업” 

창장자동차의 전 직원 A씨는 왕이와의 인터뷰에서 “회사는 처음부터 정부 보조금을 노리고 (친환경차) 산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왕이는 “2018년 창장자동차의 책임자도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이 줄이면서 회사의 자금 흐름이 끊기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회사가 경영난을 크게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고 보도했다.

中 당국, 지금도 친환경차 산업을 지원 

친환경차 업계에 대한 중국 당국의 지원은 멈추지 않았다. 다만 지원 대상이 전기차 제조 업체에서 연료 배터리 자동차 제조 업체로 바뀌었을 뿐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연료 배터리 자동차를 생산하는 업체에 대당 43만 위안(약 8373만원)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 

중국에서 친환경차를 구입하면 세금 혜택도 받는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14년부터 지금까지 친환경차의 구입세(차량 구입가의 10%)를 면제해 왔다. 다시 말해 20만 위안(약3900만원)짜리 친환경차를 구입할 경우, 2만~3만 위안(약390~583만원)의 세금이 면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