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의 기이한 주택 정책 “돈 있는데 안 사면 면담”

강우찬
2022년 07월 5일 오후 5:53 업데이트: 2022년 07월 5일 오후 5:53

“돈을 쌓아두고서도 집을 사지 않는, 악의적으로 집을 사지 않는 사람은 ‘면담’ 조치하겠다.”

지난달 17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靑島)시 서해안(西海岸)신구와 황다오(黃島)구에서 최근 발표한 <주민의 신축주택 구매촉진에 관한 통지문>의 주된 골자다.

이 통지문에서는 “은행에 거액의 예금이 있으면서도 악의적으로 주택을 구매하지 않으면 면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처벌하겠다는 경고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극심한 가운데 중앙정부로부터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라”는 명령을 받은 일부 지방정부에서 내놓은 기막힌 해법이다.

지역의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악성 재고를 떠맡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악의적으로 주택을 구매하지 않는다(惡意不買房)’는 표현에 상당한 반향이 일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인 증권시보(證券時報)는 지난달 23일 자 분석기사에서 “지방 부동산 시장의 초조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금 감면이나 환급, 자녀의 학군 등록 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으로 구매욕을 끌어올려야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킨다고 너무 지나친 수단을 동원하면 안 된다”고 나무랐다.

올해 들어 중국 부동산 경기에 비상이 걸리자 재정의 상당 부분을 토지사용권 매각 수익에 의존하는 지방정부들은 기발한 정책을 줄지어 내놓으며 경기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톈진, 주하이, 셴닝 등 13개 도시는 ‘한 사람이 집을 구매하면 온 가족이 돕도록(一人購房全家幫)’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주택 구매 시 자녀와 부모 몫의 주택 구매자금대출과 지원금까지 모두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집값이 폭락하거나 대출이자가 급상승하면 온 가족이 함께 망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금 대신 마늘, 수박 등 농작물을 받고 집을 팔겠다는 지방정부도 나왔다.

허난성 상추시 민취안(民權)현에서는 한 아파트단지를 분양하며 밀 500g 한 근당 2위안(390원)으로 계산, 최대 16만 위안(약 3100만원)까지 주택구매 비용을 농작물로 지불하게 해준다는 정책을 내놨다.

같은 허난성 카이펑시 치(杞)현에서는 마늘로 집값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집값 대신 수박이나 복숭아를 받은 지역도 있었다.

‘주택 구매 자격증’도 풀리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第一財經)>은 지난달 22일 기사에서 “공식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이라며 우한시의 부동산 구매 제한이 조용히 해제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우한시에서 등장한 ‘주택 구매 자격증’은 과거 공산주의 배급경제시절 나눠주던 식량배급표와 비슷하다. 중국에서는 ‘방표'(房票)로 불린다.

지금까지 우한에서는 자녀 2명 이상을 둔 가구만 세 번째 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해왔다. 그런데 기사에 따르면, 우한시 투기 제한 구역에서 1인당 4채까지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방표’가 대량으로 풀렸다는 것이다.

‘방표’는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자격증을 취득해야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택 구매량을 제한하는 식이다.

<제일재경>은 “비도시 지역의 투기 제한 구역은 이미 구매 제한이 완전히 해제됐다”며 규제 철폐가 지난 5월 중순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런 조치는 우한시의 집값 폭락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5월 말까지, 우한시 신규 주택 가격은 4차례 연속으로 하락하고 중고 주택 가격은 9차례 연속으로 하락했다.

우한시 주택 관리국 발표 자료에서도 올해 우한시의 신규 주택 판매 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50.4% 급감했다. 분양되지 않은 주택이 쌓여가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중국에서는 ‘법원경매로 넘어간 부동산이 급증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중국 여러 언론에서도 “온라인 루머”라며 이 소식을 다루고 있지만, 정확한 수치로 이를 반박하는 기사는 드물다.

과거 중국은 땅문서가 있는 국가였지만, 오늘날 공산주의 중국은 모든 토지를 국가가 소유한 나라다. 국민들은 토지를 이용할 권리인 ‘토지사용권’을 지방정부로부터 구매해 토지를 빌려 쓴다.

즉, 경매에 나온 부동산은 대부분 주택이나 상가 건물 혹은 공장이다. 개인 가구나 자영업자, 회사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됐다는 의미다.

중국 문제 전문가 왕허(王赫)는 에포크타임스에 “주택이 법원 경매물로 쏟아져 나오는 현상은 중국 경제가 매우 위험하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왕허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은 8%를 차지하며 관련 업종까지 모두 합치면 GDP의 20~3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듯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산업인데 신규 주택이 팔리지 않아 지방정부들이 부실한 대책을 쏟아낼 정도로 불황이다”라며 “게다가 가계는 살고 있던 집도 경매로 내줘야 할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지점을 넘어가면, 부양책만으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지방정부 재정의 약 3분의 1이 토지사용권 판매 수익이라는 점”이라며 “주택이 팔리지 않으면 토지사용권은 더더욱 안 팔린다”고 했다.

왕허는 “중국 지방정부의 채무 리스크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거액을 투자해 부동산을 개발하는 식으로 이를 타개하려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제 집 살 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지방정부에서 ‘악의적으로 집을 구매하지 않는 사람’과 면담하겠다고 나온 이유다. 매우 이상해 보이는 이런 정책이 실제로 시행되고 있다. 지방정부 재정과 부동산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뤄야, 청징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