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술 절취 위해 美항공업계 잇따라 투자

2018년 07월 15일 오전 8:19 업데이트: 2019년 11월 26일 오후 1:50

최근 미국 언론은 항공기·미사일을 제조하는 중국의 국유기업이 선진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미국 내 주요 항공기 제조사들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업이 중국의 군사 계획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데다 과거 스파이 전력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 정보 당국이 주시하고 있다.

‘워싱턴 프리 비컨(The Washington Free Beacon)은 7월 10일 자 보도에서 “중국 정부가 투자하고 국무원이 직접 관리하는 초대형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항공공업그룹(AVIC)이 미국의 주요 항공기 회사의 소수지분을 사들이고 있다”며, 상업용 비행기를 제조하는 업체이면서 군용기를 유일하게 공급하는 업체이기도 한 이 기업을 매입하려는 시도를 미 정보기관은 몇 달 전에 포착해 미 행정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보도는 이어 AVIC 활동에 익숙한 미 정부 관료의 말을 인용해 “AVIC는 추악한 수단으로 서방국가의 기술을 빼가는 중국 국유기업 중 하나”라며, AVIC가 기존에 이미 미국의 일부 항공지원 업체와 항공산업 관련 업체를 인수해 미국 항공 업계에 진출한 만큼 AVIC의 이번 매입 시도에 미 정보 당국의 우려도 크다고 전했다.

AVIC의 스파이 전과

AVIC은 산하에 청두 비행기공업, 하얼빈 항공공업, 시안 비행기공업 등 여러 중요 항공기 제조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군을 위해 전투기와 헬기, 무인기를 제조하는 동시에 자동차 제조 등 기타 기업에도 관여하고 있다. 생산한 전투기에는 FC-20, FC-1, F-8등이 있다. 그 외에 군용 수송기와 상업용 항공기, 공대공 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대함 순항 미사일도 생산하고 있다.

AVIC의 스파이 행각은 미국에서 몇 년 전에 적발된 중둥판(鍾東蕃) 사건으로 밝혀졌다. 전직 보잉사 엔지니어인 중둥판은 2009년 7월에 체포됐고, 이후 산업 스파이 죄로 16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30년간 총 30만 쪽 분량의 자료를 빼돌리고 우주 왕복선, 로켓 추진체 및 F-15전투기 등 미국의 항공우주군사 정보를 중국 당국에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은 당시 중둥판이 또 다른 중국 스파이인 메이(Chi  Mak)와 협력한 사실을 발견했다. 판결문에 의하면, 메이는 또 AVIC의 고위 관리인 구웨이하오(Wei Hao Gu)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다. 메이는 이 사건에서 징역 24년형을 선고받았다.

2016년 5월에는 AVIC의 과학기술위원회 부주임을 맡고 있던 궈언밍(郭恩明)이 돌연 실종됐는데, 이후 그는 스파이 활동에 종사한 혐의를 받았다.

어느 제조사가 표적 됐는지 몰라

현재로서는 AVIC이 미국 항공기 제조회사 중에 어느 업체를 겨냥했는지에 관한 정보는 없다.

차즈 비커스(Chaz Bickers) 보잉사 대변인은 AVIC이 자사의 소수지분을 매입하려 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서, 앞으로는 이 일에 주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또 다른 우주항공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사의 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논평을 거절했다.

미국의 주요 방산업체인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사와 제네럴 다이나믹스(General Dynamics)사도 ‘워싱턴 프리 비컨’의 논평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백악관, AVIC 주목

미 국방부 산하 국방혁신실험사업단(DIUx)은 관련 보고서에서, 중국이 현재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세계로 진출하는 제조업체를 내세우는 것은 더 많은 공급망을 보유하기 위함이며, 이는 미국의 군사기술과 운영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그 일례로, 중국의 항공우주 회사이자 국방회사인 AVIC이 현재 이미 미국의 군사 항공기 공급망의 핵심 구성 요소를 매입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백악관은 미국 회사에 대한 중국의 기술 절취와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문제 삼아 금후 중국 기업에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AVIC은 이미 백악관의 주요 관심 기업이 됐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미국무역대표부(USTR) 사무실이 발표한 중국의 기술 절도 관련 보고서도 상당 부분이 AVIC과 관련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USTR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해당 국유기업은 항공 관련 회사 인수를 통해 중국 당국의 기술 인수 계획에 큰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2005년 이래 최소 11개의 미국 항공사를 인수해 3개 합자기업을 설립했고 5개 조항의 합작 협의를 체결했다”면서 “이 과정에 AVIC이 중국 당국의 투자 계획을 주도했고, 2010년 이후 30억 달러를 들여 미국과 유럽 항공사를 인수함으로써 항공기술의 격차를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중국인민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이 AVIC에 자금을 제공토록 해 해외 기업 인수 활동을 지원해왔고, AVIC은 중국에 포괄적인 항공기 엔진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를 인수했다.

일례로, 2010년에 AVIC은 오리건주 에픽 항공사(Epic  Aircraft)에서 생산한 소형 항공기의 해외 허가권을 취득했다. 이런 기종의 항공기는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탄소섬유복합소재를 사용했는데 이 같은 재료는 고성능 전투기를 만드는 데도 활용된다. ‘워싱턴 프리 비컨’은 AVIC이 Epic의 지식재산권과 기술을 획득했다고 지적했다.

USTR 보고서는 또, 이로 인해 외국 회사의 엔진, 항공 전자 장비, 생산 공정 등 관련 기술을 중국에 이전할 수 있었다면서, 결과적으로는 중국 내 피스톤 엔진 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생산 병목현상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했으며, 게다가 군사용으로 사용하고 수출도 할 수 있는 첨단 무인기까지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기술 이전으로 인해 중국의 국방 공업은 터빈과 피스톤 비행기 엔진을 생산하는 데 있어 큰 발전을 가져왔으며, 휘발유를 경유로 대체하는 기술과 전자제어 연료발사 기술 및 터보차저 기술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