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인 31명, 영국서 훈련 받아…전문가 “스파이 활동”

강우찬
2022년 11월 11일 오후 1:50 업데이트: 2022년 11월 11일 오후 1:50

육군장관 “훈련은 사실…기밀유출 없었다” 해명
하원 국방위원장 “인맥 통해 인력 빼낼 위험성”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인 31명이 4년간 영국 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제임스 히피 영국 육군장관은 최근 여러 명의 영국 의원이 보낸 서면질의서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군인 31명이 영국 크랜웰 공군기지와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에서 진행한 훈련과정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히피 장관은 또한 “영국 군인들이 2014년부터 9차례 중국으로 건너가 훈련을 진행했다”면서 “모든 훈련에는 기밀정보가 포함되지 않았으며 2020년 이후에는 훈련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의 질의는 지난달 영국 BBC 등의 언론이 전직 영국군 조종사 약 30명이 중국에 고용돼 인민해방군 조종사를 훈련하고 있다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질의서를 보낸 의원 중에는 보수당 소속 하원 국방위원회 토바이어스 엘우드 위원장도 포함됐다.

영국 싱크탱크 ‘시비타스(Civitas)’의 국방보안국 로버트 클락 국장은 “히피 장관은 훈련이 보안 관련 법안에 저촉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이 훈련은 영국과 동맹국의 안전 보장과는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보리스 존슨 총리 정부가 발표한 ‘국방·안보·개발·외교 정책 통합 검토’에서는 중국 공산당을 ‘체계적인 경쟁자’로 지목했으며, 올해 10월 출범한 리시 수낙 정부의 톰 투겐다트 안보장관 역시 중국을 “장기적인 전략적 위협”이라고 발언했다.

클락 국장은 영국군의 인민해방군 훈련이 이러한 정부의 안보정책 기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면서 동맹과의 관계에도 유익한 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히피 장관은 영국군이 2014년부터 중국에서 언어, 의료, 산악 구조 훈련을 실시했으며 2016~2017년에는 홍콩 경찰을 대상으로 한 제식 훈련도 제공했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훈련이 기밀정보 접근과는 완전히 무관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엘우드 위원장은 기밀정보와 무관하더라도 중국과의 관계성 자체에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우드 위원장은 “훈련·교류를 통해 형성되는 인맥이나 인간적 관계를 통해 향후 그들(인민해방군)이 영국 군인들을 채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영국군의 군사 지침과 교리 등에 대한 그들의 이해를 높이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보도된 영국 조종사들의 인민해방군 교육은 대만해협에서 고조되는 군사적 충돌 위협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영국 조종사들이 대만을 둘러싼 분쟁에 대비해 인민해방군에 군용기와 조종사 운용 방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그 대가로 23만8천 파운드(약 3억7천만원)의 연봉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국방부는 만약 범죄에 연루됐다는 증거가 나오면 해당 조종사들을 즉각 형사고발하겠다면서, 이미 고용된 조종사들을 포함해 향후 비슷한 채용을 막기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히피 장관은 “관련 활동을 폭넓게 파악하고 더 광범위한 분야에서 변화하는 위협’에 대처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국가안전보장 법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평가전략센터(IASC)의 아시아 군사담당 선임연구원 릭 피셔 역시 군사기밀을 직접 건네주지 않더라도 위협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피셔 연구원은 인민해방군의 전직 영국 군인 채용에 대해 경쟁사 직원을 빼 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스파이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중국이 도움을 주는 영국인 조종사는 용병보다 더 나쁘다”면서 “그들이 전수한 기술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대만인과 미군, 일본인을 죽이는 데 쓰일 것이다. 그들은 배신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