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용기 56대 대만 방공식별구역 침범…역대 최대규모

김윤호
2021년 10월 5일 오전 9:27 업데이트: 2021년 10월 5일 오전 11:10

중국 공산당이 4일 사상 최대 규모인 56대의 인민해방군(중공군) 전투기를 출동시켜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며 대규모 무력시위를 나흘 연속 이어갔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중국의 J-16 전투기 34대, H-6 폭격기 12대 등 52대의 중공군 전투기가 먼저 대만 남서부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으며, J-16기 4대가 추가로 진입했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당장 무력을 사용해 통일할 것처럼 군사적 위협을 가해 대만 사회 흔들기를 하고 있다.

중공군은 2020년 380회, 올해 9개월 동안 500회 이상 군용기로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해 대만 사회에 불안감을 조장했다. 정권 수립 72주년 기념일인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총 149대의 군용기를 띄워 대만을 상대로 한 군사적 압박을 최고 수위로 높였다.

또한 얼마 남지 않은 대만 수교국을 압박해 관계를 끊도록 종용하고,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을 막거나 활동을 축소시키는 등 외교적 압력도 가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대만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에 반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압박은 오히려 민주주의 최전방인 대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미국, 호주, 영국,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이면서 안보협력체를 구축하고 군사·외교적 협력을 강화해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는 새로운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를 결성하고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프랑스는 대만해협,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호주와 일본은 경제적으로도 중국에 대해 장벽을 세우고 있다. 두 나라는 중국의 CPTPP 가입 추진과 관련해, 갈등 관계에 있는 나라에 경제적 압력을 사용하는 중국을 가입시키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했다. 그 반면 미국과 캐나다는 대만의 CPTPP의 가입 추진을 환영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군사 충돌로 번질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3연임을 노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외부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화권 군사전문가 우밍셰는 “중국 정권의 위협이 며칠간 이어질 것”이라며 “시진핑은 내년 3연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 내부 불만여론이나 반대 세력의 움직임을 억제하기 위해 대만해협의 위기를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중국을 향해 대만을 상대로 한 군사적 위협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3일 성명을 내고 “미국은 대만 근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도발적 군사활동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4일에는 젠 사키 대변인이 “중국의 도발적 군사행동은 불안정을 초래하고 계산 착오를 일으킬 우려가 있으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한다”며 “대만에 대한 군사·외교·경제적 압력과 강압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중국은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중국 외교부는 3일 미국 전함이 대만 해협을 항행하고, 미 의회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승인하는 등 미중 관계를 해치는 도발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4일 밤에는 화춘잉 대변인이 성명을 내고 “중국은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며 어떠한 대만 독립 음모도 단호히 진압할 것”이라며 대만은 중국 영토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대만 외교부는 중국의 행동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우리는 대만의 자위 능력을 향상시키고 대만의 민주주의, 자유, 평화, 번영을 단호하게 수호하는데 항상 전념해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