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용기, 올해만 940회 침범…대만서 또 핵무장론, 국방부 “계획 없다”

류정엽 객원기자
2021년 12월 24일 오후 4:50 업데이트: 2021년 12월 24일 오후 6:33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차이잉원(蔡英文) 정부 출범 이후 대만을 향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만에서 핵무장론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대만 정부는 핵무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2일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중공군)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한 횟수는 무려 940회에 이른다. 하루에 2~3회꼴이다. 중공군 군용기 침범이 대만의 일상이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장관)이 이날 입법원(국회) 외교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발표한 ‘중국 공산당(중공)의 군사력 증가에 따른 전투태세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중공의 노림수는 ‘회색지대(Grey Zone·그레이존)’에서의 군사적 충돌이다.

회색지대는 ‘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중간 지대’를 뜻한다. 중국의 영역도, 대만의 영역도 아닌 곳에서 중공은 대만을 도발해 무력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만 무력침공 혹은 차이잉원 정부 비판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중공의 군사 위협은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군비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지난달 호주 전략정책연구소의 맬컴 데이비스 선임분석가는 최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양안 긴장 고조가 대만을 포함해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군비확장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이날 추 장관 역시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군사력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장관) | AFP/연합

추 장관은 “대만은 자기방어능력을 적극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중국에 맞설 비대칭 전력의 핵심으로 ‘자체 개발 잠수함 건조’를 언급했다. 차이잉원 정부는 출범 후 자국 함정과 잠수함은 스스로 건조한다는 ‘국함국조'(國艦國造)를 내세우고 있다.

중국의 침공 위협은 전투기 출격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공군은 대만섬 인근에서 외국군과의 전투를 대비한 군사작전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처음으로 중공군 윈(運)-20 공중급유기가 대만 ADIZ를 넘어 훈련을 수행했다. 이날 하루에만 군용기 27대가 ADIZ로 진입했다.

최근 랴오닝 항모 전단도 일본 미야코섬과 오키나와섬 사이의 해협인 미야코 해협을 건너며 대만을 바짝 긴장시켰다. 미야코 해협은 일본·대만 방어의 핵심이자 중국 해군력의 태평양 진출 길목인 전략적 요충지다.

대만 국방부는 이를 두고 “대만 군사 대응에 부담을 가중하고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려는 의도”와 함께 “전략적 요충지를 통제해 외국세력에 대한 저항능력을 미국에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공군의 회색지대 전략에 대만은 ‘ADIZ를 넘은 중국 군용기와 군함에 대해 대만에 가까울수록 강하게 대응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는 군사적 충돌로 맞대응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고와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이날 입법원 질의응답 시간에는 대만의 핵무기 보유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추 장관은 ‘미래에 대만군이 핵무기 보유를 할 것인가’라는 원위샤(溫玉霞) 국민당 입법위원(국회의원 격)의 질문에 “국방부는 이 분야에 대한 개발 지시를 받은 바 없다. 대만군은 국제기준을 준수한다”고 부인했다.

추 장관은 이어 “핵무기를 생산·획득하거나 관련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다”며 명확한 말로 핵무장 계획이 없음을 확인했다.

대만이 향후 10년 내에 핵무기를 보유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긴 미국 외교관계지 ‘포린어페어(Foreign Affairs)’ 내년 1·2월호 실린 기사와 맞물린다.

해당 기사에서는 서방 외교 안보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향후 10년간 핵무기 보유국 증가 여부’ 설문조사에서 21명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으며, 핵 보유 가능국으로 이란, 일본,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등이 꼽혔다고 전했다.

대만의 핵무기 보유 여부는 미국과 중국 모두 주목하는 핵심 관심사로 여겨져 왔다.

이는 미국과 중국 모두 넘지 말아야할 ‘레드라인’으로 지목하는 부분이다. 미 국방부는 2002년 발표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대만의 핵무기 획득을 중국의 대(對)대만 무력사용의 레드라인 중 하나로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