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광둥성 “청년 30만명 농촌에 보낸다” 제2의 농촌 하방 운동?

정향매
2023년 05월 4일 오후 2:10 업데이트: 2023년 05월 4일 오후 4:40

중국 광둥(廣東)성 인민정부가 지난 2월 20일 “2025년 말까지 도시 청년 30만 명을 농촌에 보내 농촌지역 발전을 촉진하겠다”는 내용의 ‘3년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공산당이 195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말까지 전개했던 농촌 ‘하방(下放) 운동’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당시 ‘하방 운동’으로 인해 고등교육을 받은 도시 ‘지식 청년(知青)’ 약 2000만 명이 농촌에 가서 농민들과 함께 지내면서 이른바 ‘사상 개조 교육’을 받았다. 역사학자들은 이들 지식 청년을  ‘중국의 잃어버린 세대’라 정의한다. 

광둥성이 발표한 이번 계획을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가장 부유하고 경제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성 가운데 하나인 광둥성이 이러한 정책을 펼치는 것은 광둥 지역 경제에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광둥성 통계국이 3월 25일 발표한 ‘2023년 1~2월 경제 브리핑’에 의하면 이 기간 광둥성 내 공업 생산량, 공업 생산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5%, 30.4% 감소했을 뿐 아니라 같은 기간 국내 평균 수준보다 모두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정 투자 규모와 소비자 상품구매 총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7%, 1.8% 성장했지만 여전히 이 기간 국내 평균 수준보다는 낮았다. 광둥성 소재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 통계도 경기 침체 상황을 반영한다. 

광둥성 경제구역은 상대적으로 발달한 ‘주강삼각주(珠江三角洲)’ 지역과 상대적으로 저개발 지역인 동부·서부·북부 등 네 지역으로 나뉜다. 광둥성 소재 대학들이 발표한 ‘2022년 졸업생 취업 보고서’에 의하면 당해 졸업생 중 77.55%가 주강삼각주에 자리 잡았고 12.45%는 나머지 세 지역으로 이동했다. 2018년의 경우 주강삼각주에 체류한 졸업생과 나머지 세 지역으로 이동한 졸업생 비중이 각각 82.65%, 10%였다. 4년 사이 주강삼각주로 유입된 졸업생 인구가 최소 5%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졸업생들의 취업 분야를 보면, 2018년 농업·임업·어업·목축업을 선택한 졸업생 비중은 0.63%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7.8%로 12배 이상 증가했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취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전인 2019년, 중국 전체 대학 졸업생 실업률은 13% 안팎으로 유지됐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실업률은 폭증했다. 중국 통계 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중국의 16~24세 도시 청년 실업률은 19.9%로 집계됐다. 올해 2월에는 18.1%로 소폭 완화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당국이 청년 실업 실태를 실제보다 좋게 평가하고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도 있다. 

중국 국무원 교육부와 인력자원·사회보장부 통계에 의하면 2022년 중국 대학 졸업생 수는 1076만 명이다. 이들 가운데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은 254만 명에 그쳤다. 올해 중국 전역에서는 지난해보다 82만 명이 늘어난 1158만 명의 대학생이 졸업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가장 많은 졸업생이 배출될 예정이며 취업 환경은 더욱 열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광둥성 상황도 마찬가지다. 중국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2022년 광둥성 소재 대학들은 졸업생 71만3000명을 배출했다. 2021년보다 7만1000명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다른 성에서 광둥성으로 유입된 졸업생과 해외에서 학업을 마치고 귀국한 졸업생을 합치면 지난해 광둥성 내 취업 대기자는 90만 명 이상이다. 이들 가운데 16~20%인 14만~18만 명은 취업에 실패한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업 환경이 더욱 불안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졸 실업자가 30만 명 이상일 가능성도 있다.  

중국 유명 시사평론 유튜버 원자오(文昭)는 지난 4월, 게시한 유튜브 영상에서 “중국에서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하고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 가운데 하나인 광둥성마저 30만 청년을 농촌으로 보내겠다고 발표한 것은 광둥성 경제에 큰 어려움이 생겼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계획의 진정한 목적은 청년들을 일시적으로 농촌으로 보냄으로써 최악의 도시 실업률을 피하는 데 있다. 도시 실업자들을 분산하면 여러 사람이 일자리 하나를 두고 다투는 일이나 분노한 실업 청년들이 이른바 ‘블랙 시위’를 일으킬 위험성이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원자오는 “중국 당국이 공개하는 실업률은 ‘도시 실업률 조사’라고도 불린다. 도시 청년을 농촌으로 보내면 이들 청년은 실업자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중국 당국은 실업률을 ‘분식(粉飾)’하기 위해 국가 권력을 동원해 30만 명은 물론 300만 명, 3000만 명에 이르는 각 지역 청년들을 농촌으로 내쫓는 정책도 실행할 것이다. 정부 체면 살리기 공정이자 시진핑 신격화 운동의 일환이다.”라고 분석했다. 

도시 지식 청년 ‘하방 운동’은 광둥성이 처음 전개한 것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 이른바 ‘대학생 출신 농촌 간부’ 선발 정책을 발표했다. 이듬해인 2009년 해당 정책은 ‘장기화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말까지 중국 전역에서 이른바 농촌 간부로 취업한 대학생은 53만7000명에 달했다. 

중국 동부 안후이(安徽)성 인민정부는 2012년, 2013년 각각 ‘대학생 귀농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 졸업생들의 농촌 취업을 격려했다. 최근 몇 년간은 이러한 정책을 더욱 충실하게 실행하고 있다. 

2019년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중앙판공청은 2022년까지 도시 대학 졸업생 1000만 명 이상을 단기간 ‘농촌 실천’ 활동에 참여하도록 추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중국 국무원도 2020~2022년 매년 유사한 정책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