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 CCTV, 모의 공격 애니메이션 공개로 대만 협박

강우찬
2023년 04월 12일 오전 10:26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39

전문가 “양안 긴장, 누가 일으키는지 보여줘”
영상 속 중공군 미사일 대부분 바다로 떨어져

중국 공산당이 대만과 인근 해역을 미사일로 공격하는 짧은 애니메이션을 트위터에 공개해 야만적인 협박 행위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해당 동영상을 본 일부 네티즌은 영상 속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중공군)이 발사한 미사일 대부분이 바닷속에 빠진 것을 두고 “현실 고증”, “해양 생물 폭격”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지난 10일 중공군은 대만해협에서 사흘간의 군사훈련을 마쳤다.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 미국 캐빈 메카시 하원의장의 미국 본토 회동에 반발한 모양새다.

훈련 둘째 날 대만 섬과 주변 해역을 작전 범위로 하는 중공군 동부전구는 소셜미디어 위챗의 공식 계정에 대만을 공격하는 짧은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는 육지와 공중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대만과 주변 해역에 떨어지는 모습이 담겼다.

같은 날 중국 관영 CCTV는 중국에서 차단된 미국 소셜미디어인 트위터에 같은 영상을 올렸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환구시보를 필두로 다른 관영매체와 공산당 외교관들도 이를 자신의 계정에 공유했다.

중국 공산당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후시진 환구시보 전 편집장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공개한 이 군사훈련 애니메이션을 봐야 한다. 대만 독립은 전쟁을 의미한다”며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다.

타이베이시 근교에 전개하는 대만군의 대공포. | 중화민국 국방부 제공

대만군은 방공 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콜라스 요타카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70여 대의 중국 전투기와 11척의 군함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대만은 수비를 굳히고 결코 신념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논평했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과의 통일을 주장하고 있으나, 대만 섬은 국공내전이 끝난 1950년 이후 중화민국(대만)이 지배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받은 적이 없다.

공산당 지도부는 청나라의 적통을 이어받은 중화민국을 상대로 집권 정통성을 주장하기 위해 대만 침공을 획책해 왔지만 1958년 진먼 포격전 등 몇 차례 충돌에서는 모두 대만군에게 격퇴당했다.

중국 공산당은 아직도 대만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공산당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칠 것으로 추측하고 있으나 확정적인 계획은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아시아편집장인 아이작 스톤피쉬는 베이징 당국이 이번 훈련과 모의 공격 애니메이션 공개, 전투기 출격으로 대만해협의 긴장을 고조했다며 이 지역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중공군이 공개한 대만 모의 공격 애니메이션. 발사한 미사일 일부만 본토를 타격하고 대부분 바다로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화면 캡처

글로벌 대만연구소 예제팅 소장은 “중국은 애니메이션 공개를 통해 양안의 긴장을 부추기는 쪽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했다. 중국은 평화로운 초강대국을 자칭하지만 대만 지도자가 미국을 방문했다는 사실만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공군의 대만 공격 애니메이션을 본 네티즌은 중공군이 발사한 미사일 대부분이 대만 섬을 맞추지 못하고 바다에 떨어진 것을 보고 “해양 생물을 폭격하는 거냐”라고 야유를 보냈다.

중국 문제 전문가 리닝은 “미사일이 대만 섬에 떨어져 불바다가 되는 모습을 연출했다가는 오히려 대만인들을 격분시킬 것을 우려해, 중공군은 한두 발만 주요 지역을 명중하고 나머지는 바다에 떨어지도록 영상을 연출한 것 같다”며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대만인들을 겁주되 역풍을 맞고 싶지는 않은 공산당의 심리가 엿보인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