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매체 편집장, 美 코로나19 기원 조사 발표에 ‘핵전쟁론’ 투척

2021년 06월 1일 오후 5:01 업데이트: 2021년 06월 1일 오후 5:28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편집장이 핵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을 위협했다. 수위 높은 발언 뒤에는 미국의 코로나19 기원 재조사 지시에 대한 두려움이 깔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편집장은 지난 27일 웨이보에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핵탄두와 둥펑-41 같은 더 멀리 가고 더 생존력 있는 차세대 전략 미사일의 배치 대수를 꾸준히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과 중국이 결판을 내야 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며 “우리의 핵미사일 수량은 분명 미국의 엘리트들이 중국과 군사적으로 맞설 생각만 해도 벌벌 떨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시진은 해당 게시물 작성 1시간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보기관에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기원이 동물 감염인지, 실험실 유출인지 석 달 안에 밝혀내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에 관한 게시물을 올렸다.

재미 시사정치 분석가 장톈량(章天亮)은 후시진이 쓴 두 게시물이 시간상으로 가깝다는 점에 주목하며 지난해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이 중공 바이러스가 중국의 실험실에서 나왔다는 엄청난 증거가 있다고 했을 때도 후시진이 핵 관련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편집장 후시진(胡錫進) | CCTV 캡처

장텐량은 핵무기 위협은 중국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큰 위협이라면서 “중국 공산당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후시진의 핵전쟁 발언은 중공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조사 요구가 현재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화제임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다탄두 각개 유도 미사일(MIRV)이 대기권으로 들어오면 요격하기 어려웠지만, 작년 11월 미 미사일방어국(MDA)이 이지스 시스템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최초로 요격하는 데 성공하는 등 미국의 미사일 방어기술이 향상돼 핵전쟁 위협도 실상 예전만큼 위협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장톈량은 “만약 중국 공산당이 미국에 핵 공격을 가하면 미국은 반드시 핵으로 보복할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의 핵무기는 전략 무기가 아니라 함께 죽기 위한 수단이며 후시진의 위협은 사실은 허세다. 공산당 지도부는 죽는 걸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후시진은 지난해 5월 자신의 웨이보에 “중국이 단기간에 핵탄두 수량을 1000기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며 현재 중국의 핵탄두는 적정한 수준이라는 자국 군사전문가 발언을 “유치한 생각”이라고 비하했다.

이어 작년 7월 웨이보에 “분초를 다퉈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더 많은 핵미사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핵무장 강화를 주장했다.

미국이 지난해 발표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200기 정도로 추정된다. 이에 따르면 후시진의 주장은 지금보다 핵탄두를 4배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전문가들은 핵탄두를 늘리면 불필요한 긴장만 조성해 국익에 손해를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양청쥔(楊承軍) 전 중국 로켓군 참모부 연구원은 관영매체 ‘조국’(祖國)에 게재한 논평에서 후시진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인터넷에서는 핵무기 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국가안보에 백해무익한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일축했다.

양 전 연구원은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며 “핵탄두를 늘린다고 미국에 대한 억지력이 증가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각심만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청쥔(楊承軍) 전 중국 로켓군 참모부 연구원 | 방송화면 캡처

이어 “불안감이 커진 주변국은 미국에 보호를 요청할 것이고, 핵무기에 대한 투자로 국가 경제의 불균형이 초래되면 일반 국민과 네티즌은 군사정책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투자가 더 필요한 빈곤퇴치·주택·의료·학업·노후 문제 등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켓군 참모부에서 정년퇴직한 양 전 연구원은 중국 공산당 국가안보위원회에서 근무했으며 국가 싱크탱크 선임연구원이자 핵전략 전문가, 미사일 기술 전문가다.

미국에 대한 정치 공세를 일삼아 온 후시진 편집장의 핵무장 주장에 비해 양 전 연구원의 발언은 사안에 정통한 전문가로서 훨씬 강한 무게감이 실린다.

양 전 연구원은 중국 온라인에서 관련 논쟁이 불붙고 있는 점과 관련해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팔 뻗어 가며 관여할 필요는 전혀 없다”며 중국의 국수주의 네티즌을 향해 훈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후시진이 핵무장을 주장하고 얼마 뒤 특정인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핵 문제에 대한 누군가의 악의적인 노이즈 마케팅을 경계하라’는 글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양 전 연구원은 “누군가 끊임없이 핵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다”며 그 목적을 △중국 공산당 중앙과 군사위원회에 대한 불만여론 조장 △논란거리를 제공해 네티즌 시선끌기 △자신이 이렇게나 핵 안보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드러내기 등이라고 분석했다.

/류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