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매체, 윤석열 대선 승리에 ‘중국 VS 한·미’ 구도 경계

김정희
2022년 03월 11일 오후 3:49 업데이트: 2022년 03월 11일 오후 3:49

인민일보·환구시보 “한국, 국익 원한다면 中 중시해야”
中 온라인에선 “한국에 반중 정부 들어섰다” 경계심 고조

중국 관영언론들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특히 새 정부의 외교정책, 미국·일본·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며 상당한 관심을 나타냈다.

중국 공산당(중공) 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넷판은 한국 대선 과정과 윤석열 당선인의 이력을 소개하며 “윤 당선인은 작년 11월 한국 주재 중공 대사관 싱하이밍(邢海明) 대사에게 만약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현 정부에 이어) 한중관계 발전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인민일보는 “중국과 한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무역 파트너다. 올해 중한 수교 30년을 맞아 양국 간의 더 깊은 이해와 상호 발전을 기원한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당시 발언도 덧붙이며 한국과 경제관계를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윤 당선인)는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첨단 기술과 (국방) 안전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을 추진해야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윤 당선인의 ‘강력한 한미동맹 재건’ 방침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윤 당선인이 한반도의 안전을 위해 한미동맹 강화를 외쳤지만,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에 이어 중국(중공)과의 협력 관계를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인민일보는 분석했다. 즉 안보를 위해 미국과 손잡는 것은 용인하겠지만,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중공이 한국을 꽉 틀어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인민일보 기관지 환구시보도 두 명의 중공 체제 내 외교전문가를 인용해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중국 편일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중공 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소 왕쥔성(王俊生) 박사는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다른 외교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왕 박사는 “윤 당선인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문재인 정부와 달리)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데 비중을 둘 것이다. 그의 대북 정책은 미국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국익과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여전히 중한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공과의 관계가 가까울수록 그 나라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중공이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할 때도 줄기차게 강조해온 명제다. 그러나 일대일로는 상대국에 거액의 빚더미를 안기는 ‘채무의 덫’으로 지적받고 있다.

물론, 한국은 경제 규모나 전반적인 국력에서 일대일로에 참여한 저개발 국가와는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중공은 경제관계를 이유로 안보 분야에서의 타협할 것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한령을 내려 경제적 불이익을 줌으로써 정부와 여론을 길들이는 식이다.

환구시보는 랴우닝대학의 미국·동아시아 연구원 뤼차오(呂超) 원장의 분석도 전했다.

뤼 원장은 “중한 수교 30년 이래 양국은 이미 경제적으로 혜택을 나누고, 정치적으로 서로 신뢰하게 됐다. 중국(중공)은 한국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이자 경제 협력 파트너다. 이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한국 정치인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현재 미국과 중국(중공)이 경쟁이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어느 한쪽에도 기울지 않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로 인해 자국의 안보와 경제 이익을 잘 보장해왔다. 미국과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 왔다. 이런 상황은 한국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5년간 한국이 중공에 기울어지는 외교를 펼치며, 한미동맹이 크게 약화됐다는 한국 내 보수진영의 견해와 큰 차이를 보인다. 중공의 외교전문가들은 오히려 한국이 중공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고 있다.

한국의 새 정부가 안보를 위해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더라도 중공이 한국의 국익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인민일보와 환구시보의 기사는 중국 내에서 일고 있는 ‘우려 여론’을 겨냥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현재 중국 온라인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못지 않게 한국 대선이 가장 핫한 국제적 이슈다. 다양한 여론이 공존하고 있지만, 대체로 ‘한국에서 반중 정부가 출범했다’며 경계하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윤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전하는 중국 현지뉴스에는 ‘한국 새 정부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중공)에 대한 압박적 자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내용의 댓글이 다수 달리고 있다.

중국판 ‘네이버 지식인’ 즈후(知乎)에는 ‘윤석열 대선 승리, 5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잡은 보수진영, 한국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라는 질문성 게시물에 하루 만에 답글 1189개가 달렸다. 조회수는 무려 950만 이상을 기록했다.

많은 중국 네티즌들은 인민일보, 환구시보 등 관영언론의 논조에 수긍했다. 이들은 한국이 미국, 심지어 일본과 연합해 중국(중공)과 맞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답글에 동의를 나타내며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경이 따로 없는 온라인 공간의 특성상, 중국 네티즌들의 활동은 자주 해외로까지 확대된다. 이들은 중국어로 글을 쓰거나 번역기를 이용해 어설픈 현지 언어로 댓글을 쓰기도 한다. 때로는 현지 언어능력을 갖춘 유학생, 교민들도 ‘참전’한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 후 벌어진 ‘네이버 댓글 점령 사태’다. 다수의 중국 선수들이 반칙으로 탈락하자 누군가 이를 한국의 음모라고 선동했고, 선동당한 중국인들이 네이버에 몰려와 한국선수들을 깎아내리는 댓글을 썼다.

또한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인들의 댓글에 ‘비공감’을 퍼부어 베스트 댓글 코너에서 떨어지게 만들고 자신들이 쓴 댓글을 베스트에 선정되게 하는 조직적 행태도 나타냈다.

중국문제 전문가 탕징위안은 이를 “중공에 선동당한 빗나간 민족주의”라고 꼬집었다. 그는 “중공 알바부대, 혹은 자발적 알바들이 외국 여론을 흔드는 일은 이제 공공연한 일이 됐다”며 “중공은 정권 차원에서도 이를 무기로 활용한다”고 지적했다.

탕징위안은 “중공 통일전선공작부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 머물고 있는 유학생, 교민들까지 공작원으로 동원한다. 때로는 대사관 지시로, 때로는 관영언론의 ‘좌표’찍기에 선동된 이들은 능숙한 현지 언어로 현지 커뮤니티, SNS, 포탈 등에 파고들어 중국에 비판적인 이용자들을 비난해 쫓아내고 현지의 친중 인사들을 추켜세우는 활동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때로는 미국이 되기도 하고, 독일이 되기도하며, 호주나 캐나다가 대상이 된다. 활동이 늘었다가 줄었다가 하지만,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공이 관영언론을 통해 중국인들을 상대로 외국 국가지도자, 정치인, 기업인, 주요 인사를 기울어진 잣대로 평가하는 기사를 올리는 게 무슨 대수인가 싶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부 중공 관영매체들은 윤석열 당선인의 경력 부족을 외교정책을 엮어서 부각하고 있다. 중공 통일전선공작부가 해외 중화권 독자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윤석열, 전 대통령 2명을 구속한 새 대통령’이라는 기사에서 윤 당선인의 검찰 시절과 그의 짧은 정치 이력을 소개했다.

신문은 말미에 “윤 당선인의 민감하고 중대한 외교 사안에 대한 강경하고 급진적인 발언은 그의 외교 분야에서 부족한 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강경하고 급진적인 발언’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확대 배치 추진’ 발언으로 추측된다.

한편,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일본과 관계 개선 등 외교정책 외에도 ‘여가부 폐지’ 공약과 젠더 이슈 등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는 장쑤성에서 발생한 부녀자 납치·학대 사건인 ‘쇠사슬녀’ 사건으로 중국판 여가부인 ‘중화부녀연합회’ 무용론이 제기되면서 한국의 여가부 폐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바 있다. 이 단체는 여성·아동 인권을 보장하게 위해 만들어진 단체지만, 쇠사슬녀 사건이 알려지면서 중국 사회에 엄청난 파문이 일어났지만 2주 넘도록 침묵하며 사실상 사건을 방치해 ‘폐지론’이 대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