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과테말라에 대만과 단교하라 압력

최창근
2023년 04월 1일 오후 11:39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47

기착지 미국 뉴욕을 출발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중미 수교국 순방 일정에 돌입했다. 중국 외교부는 방문국에 대만과 단교할 것을 압박했다.

4월 1일, 미국 뉴욕을 출발한 차이잉원 총통의 전세기가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에 도착했다. 차오리제(曹立傑) 주과테말라 대만대사, 마리오 부카로(Mario Búcaro) 과테말라 외교부 장관 등이 기내 영접했다. 과테말라 거주 대만 교포들의 환영도 이어졌다.

차이잉원 총통 일행이 첫 공식 순방국 과테말라에 도착하기 직전, 중국 외교부는 과테말라를 압박하는 발언을 내놨다.

베이징 현지 시간 3월 31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마오닝(毛寧) 대변인은 ‘차이잉원 총통의 과테말라 방문’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최근 온두라스-대만 단교 사태를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이 온두라스와 수교함으로써 (현재) 세계 182개국이 중국과 공식 국교를 맺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사회의 대의이자 여론의 흐름이자 대세의 흐름이다. 이는 어떠한 세력도 막을 수 없음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마오닝 대변인은 “‘대만 독립은 중화민족의 의지와 이익에 반하고 역사의 흐름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과테말라가 대세를 빨리 읽고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과테말라를 압박했다.

차이잉원 총통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서는 “그 누구도 그 어떤 세력도 중국의 대만 통일 실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라며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마오닝 대변인은 경유지 미국에서 차이잉원 총통이 “대만-미국 관계 진전” 등을 거론한 데 대해 입장을 질문받자 “대만 당국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일을 하든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더하여 마오닝은 “중국은 어떠한 형태의 미국-대만 공식 왕래도 단호히 반대하며, 어떠한 명분과 어떠한 이유로든 대만 당국 지도자들이 미국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한다.”며 경유 형식을 빌려 미국을 방문하고 이를 허락한 대만과 미국을 비판했다. 아울러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하고 대만 당국과 어떠한 형태로든 접촉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과테말라를 공개 지목한 이유는 인구 1700만 명의 과테말라는 인구 기준 대만 최대 수교국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경제적 유인으로 과테말라에 접근하며 지속적으로 대만과 단교를 요구하고 있다.

지미 모랄레스(Jimmy Morales) 전 대통령 집권기(2016~20년), 과테말라는 중국과 관계 개선이 급진전됐다. 이에 차이잉원 총통은 과테말라를 방문, 지미 모랄레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외교관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과테말라 주 수출품인 커피 수입량 확대, 관세 철폐 등 우혜조건을 제시했다.

알레한드로 히아마테(Alejandro Giammattei) 현 대통령이 2020년 취임한 이후 양국 관계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알레한드로 히아마테이는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대만을 방문하였고 차이잉원 총통과의 회담에서 대만과의 협력을 약속했으며 외교관계를 유지할 것을 밝혔다. 특히 2022년 6월, 알레한드로 히아마테이 대통령은 직접 “과테말라는 하나의 중국을 인정할 것이며, 그 중국은 대만이다.”라는 발언을 공식적으로 함으로써 대만과 외교관계 유지를 천명했다.

대만에 있어 중남미 지역은 공식 수교국 7개국이 몰려 있는 전략상 중요 지역이다. 다만 다수의 중남미 국가들이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중국의 외교 공세에 넘어가 대만과 단교했다. 니카라과는 2021년, 엘살바도르와 파나마는 각각 2018년과 2017년에 대만과 국교를 끊었다.

3월 26일, 단교한 온두라스는 중국과 수교 조건으로 60억 달러(약 7조 8000억원) 수준의 재정 지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온두라스는 대만 측에 부채 탕감, 상환 유예와 더불어 추가 재정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중국의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온두라스와의 단교로 수교국이 13개국으로 줄어든 대만에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4월 30일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파라과이와 추가 단교 가능성이다. 제1야당 자유당(PLRA) 대선 후보 에프라인 알레그레(Efraín Alegre)는 “집권할 경우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재평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파라과이가 중국이 아닌 대만을 선택함으로써 현재 가축과 곡물 분야에서 큰 손해를 입고 있다. 콩과 쇠고기 수출 확대를 위해선 중국과의 관계 수립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22년 마리오 아브도 베니테스(Mario Abdo Benítez) 현 파라과이 대통령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대만이 10억 달러(약 1조 4000억원) 정도를 출연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