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안부 사진은 포토샵…둥징웨이 미국에 있는 것 맞다”

한동훈
2021년 06월 29일 오전 10:00 업데이트: 2021년 06월 29일 오후 1:34

중국 정보기관 고위층의 미국 망명설이 불거진 후 미·중 양국에서 이를 부인한 가운데 이 고위층이 아직 미국에 머물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공화당 내 보수 주류계파인 공화당 연구위원회 멤버인 솔로몬 위는 최근 미국 망명설이 제기된 중국 국가안전부 부부장(차관) 둥징웨이에 대해 “현재 미 국방정보국(DIA) 보호 아래 여전히 미국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3일 중국 공안부가 공개한 둥징웨이의 근황 사진에 대해서도 “포토샵으로 조작한 사진”이라며, 해당 사진을 포토샵으로 수정해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뒤 “지금 나도 그곳에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둥징웨이는 지난 2월 딸과 미국에 망명해 중국의 기밀 정보를 넘겼으며, DIA의 보호를 받으며 수개월간 첩보활동에 협조해왔다는 루머에 휩싸여 있다.

이에 23일 중국 공안부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중·러 상하이 협력기구 안전보장이사회 사무국’ 회의가 열렸고, 둥징웨이 등 안보 관련 관리들이 참석했다며 둥징웨이 등 중국 관리들이 착석한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사실상 둥징웨이의 미국 망명설을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이 회의는 화상으로 진행돼 외국 참석자들은 모두 화상으로 참석했고, 중국 측 참석자들 역시 텅빈 공간에서 카메라와 화면을 통해 다른 참석자들과 만났다.

공안부가 공개한 사진 외에 실제로 그의 모습을 봤다고 증언해 줄 외국인 목격자는 없는 셈이다.

해당 소식을 보도한 신화통신, 인민일보, CCTV가 기사나 방송뉴스에서 둥징웨이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대목도 눈에 띈다.

신화통신 등은 상하이 협력기구 회의 개최를 전하며 공안부 부장 자오커즈가 참석했다는 사실만 보도하고, 둥징웨이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안 했다. 공안부가 공개한 사진만 첨부했을 뿐이다.

또한 CCTV는 공안부 사진과 유사한 장면을 영상으로 내보냈는데, 이 영상에서 둥징웨이는 약 2초만 등장해 움직임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미국 망명설을 속 시원히 부인하려면 둥징웨이의 발언과 움직임을 명확하게 보여주면 될 일이지만, CCTV는 애매한 화면으로 오히려 논란만 부추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계 미 공화당 보수인사로 중화권에서 명성을 쌓은 솔로몬 위가 둥징웨이의 미국 망명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나선 점도 중국 관영매체의 모호한 망명설 부인과 대비된다.

솔로몬 위는 홍콩의 ‘애국(친공) 네티즌’과 설전 도중 “정치 생명을 걸겠다”며 “제보자의 신원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미국 고위 관리였다. 둥징웨이의 (중국) 탈출설이 사실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미국) 고위 관리는 둥징웨이가 올해 2월부터 미 DIA의 보호하에 있다고 알려줬다. 게다가 둥징웨이 외에 또 다른 중국 공산당 관리가 비슷한 시기에 DIA로 피신했다. DIA는 두 사람이 제공한 정보를 교차 검증해 신뢰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DIA가 둥징웨이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그가 제공한 정보에 대한 검증 작업을 벌여왔고, 이렇게 확인한 정보를 최근에야 다른 정보당국과 공유했기 때문에 백악관과 국무부조차 뒤늦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둥징웨이 망명설을 최초 보도한 스파이토크는 DIA가 둥징웨이 망명 사실을 CIA와 FBI에도 알리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올해 3월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이 둥징웨이 송환을 요구했을 때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미국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블링컨 장관도 몰랐다는 것이다.

DIA가 이 사실을 극비에 부친 것은 중국 공산당 스파이가 미 정보기관 내부에도 침투해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앞서 스파이토크, 레드스테이트 등 미 우파 매체들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둥징웨이가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우한바이러스연구소를 비롯해 중국 여러 연구기관이 중국 군부와 협력해 생화학 무기를 연구·개발하고 있으며,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도 이러한 연구와 관련됐다고 보도했다.

둥징웨이는 미국 내 중국 스파이들의 활동, 중국의 정보 자산 등에 관한 정보를 DIA에 넘겼으며 미국에서 유학하는 중국 유학생 대부분은 (첩보) 임무를 띠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DIA는 둥징웨이가 제공한 정보를 점차 대외적으로 밝힐 예정이며, 이는 점점 격렬해져 최고조에 이를 것이다. (DIA가)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화제성을 유지해 이 소식이 미 주류 매체의 외면과 정치적 압박에 의해 묻히는 것을 피하려는 목적”이라고 전했다.

미국 우파 매체 레드스테이트는 자체 소식통을 통해 “둥징웨이의 정보에는 미국 정부에 불리한 정보도 일부 포함됐다. 이 때문에 미국 좌파 주류 매체들이 보도하지 않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솔로몬 위는 “레드스테이트의 소식통이 바로 DIA다”라고 말했다.

공안부와 관영 언론을 통해 둥징웨이의 망명설을 우회 부인한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도 둥징웨이의 망명설을 간접적인 방식으로 부인하고 있다.

한 미국 정부 관리는 익명을 요구하며 스파이토크와 접촉해 “둥징웨이 부부장 망명에 관한 대부분의 언론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며 “이를 바로잡고 싶다”는 말로 망명설을 부인했다.

다만, 이 관리는 둥징웨이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에 관해서는 확인해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