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10월 전당대회 앞두고 추측난무…시진핑 하야설까지

강우찬
2022년 08월 29일 오후 1:18 업데이트: 2022년 08월 29일 오후 8:34

올가을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당 최고지도부 멤버 쇄신이 이뤄질 전망이다.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번 당대회를 앞두고 인사에 관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최고지도부 인사와 관련해 ‘칠상팔하(七上八下)’로 불리는 숨은 규칙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는 명문화된 것은 아니지만, 상무위원회 구성을 결정할 때 7(67세 이하)이면 상무위원회에 올라갈 수 있지만 8(68세 이상)이면 은퇴해야 한다는 규칙이다.

현재 공산당 최고지도부를 구성하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의 나이와 직위는 서열순으로 다음과 같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중국 국가주석 69세 △리커창 국무원 총리 67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위원장 72세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67세 △왕푸닝 중앙서기처 서기 67세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65세 △한정 국무원 제1부총리 68세.

칠상팔하 규칙을 적용하면 시진핑과 리잔수, 한정 등 3명은 최고지도부를 떠나게 되지만, 3연임을 목표로 하는 시진핑은 이 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리잔수와 한정 두 사람이 은퇴하면 최고지도부는 두 자리가 비게 된다.

현재 이 두 자리를 놓고 물밑 쟁탈전이 치열하다. 차기 상무위원 후보로는 후춘화 부총리, 천민얼 충칭시 공산당위원회 서기, 리창 상하이시 공산당위원회 서기,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후춘화 부총리다. 20차 당대회를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관영언론이 후춘화를 띄우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6일 후춘화의 동정을 두 차례 보도했고 인민일보도 27일 후춘화가 쓴 장문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 기고문은 ‘시진핑 주석의 농업정책을 지지한다’며 충성심을 나타냈다.

59세인 후춘화는 리커창과 같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파벌인 ‘퇀파이(团派)’에 속한다.

같은 파벌인 리커창 총리가 퇴임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당내 세력 균형상 퇀파이 세력 중 1명이 상무위원회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퇀파이 세력은 시진핑이 2012년 최고지도자로 취임한 후 자신의 측근을 당과 정부기관의 핵심 자리에 앉히면서 급속히 약화했다.

후춘화는 한때 후진타오 총서기의 후계자로 지목돼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회에 진입하리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후춘화는 상무위원보다 한 단계 낮은 25명의 중앙정치국 위원 중 하나로 머물며 국무원 부총리를 지냈다.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은 시진핑의 지지를 받아 상무위원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60세인 딩쉐샹은 시진핑이 상하이 서기로 재임하던 시절 비서장을 지냈으며, 시진핑이 최고지도자에 오르고 다음 해인 2013년 중앙판공청 부주임에 발탁되면서 시진핑 정권의 선두주자로서 권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시진핑의 측근 중에서도 핵심 인물들인 ‘즈장신쥔(之江新軍)’도 있다.

시진핑이 저장성 당 서기로 지낸 2002~2007년 사이 형성한 부하 인맥을 가리키는 즈장신쥔은 시진핑의 친위세력으로 정권을 지탱하는 인물들이다. 천민얼 충칭시 서기, 리창 상하이시 서기가 여기에 속한다.

특히 시진핑의 핵심 측근인 천민얼 역시 상무위원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었지만, 현재는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충칭에 기록적인 고온으로 인한 가뭄이 찾아오면서 경제활동이 위축됐다는 점이 막판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천재지변이라고는 하지만, 권력투쟁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는 한 치의 허점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시진핑의 측근으로 최고지도부 입성이 확실시됐던 리창 상하이시 서기도 최근 상하이 코로나 사태로 앞길이 어둡다.

리창은 저장성 성장과 장쑤성 서기를 거쳐 상하이시 서기에 오르며 즈장신쥔 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존재다.

지금까지 상하이시 서기 가운데 2006년 부패로 실각한 천량위를 제외하면 모두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격했다는 점도 리창의 전망을 밝게 한 요소였다.

하지만 상하이시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두 달간 전면봉쇄됐고 이후 식량 부족과 의료중단으로 시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상하이 최고 책임자인 리창의 정치적 커리어에도 타격이 가해졌다.

차기 총리 후보로도 유력했던 리창이 이번 싸움에서 패할 경우, 시진핑의 당내 권위가 완전히 반석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시진핑은 지난 2018년 헌법을 개정해 국가주석의 임기를 2기(10년)로 제한한 규정을 철폐해 3연임으로의 길을 열었다.

공청단 출신인 리커창 총리는 지난 3월 전인대에서 올해가 마지막 임기라며 임기가 끝나면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상무위원직까지 내놓겠다고 확인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현재 중국 온라인에는 ‘시진핑이 퇴임하고 리커창이 올라간다(習下李上)’는 유언비어까지 나돌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학자 기질인 리커창은 시진핑에 맞설 야심도 실력도 없으며, 리커창에 대한 유언비어는 반(反)시진핑 세력이 여론을 떠보기 위해 퍼뜨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밀실정치가 관행으로 굳어진 중국에서 이런 소문이 퍼지는 것은시진핑 정권에 대한 당내 불만이 높음을 보여주는 한 가지 방증으로 평가된다.

대내적으로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불만 여론과 자연재해로 인한 경기 타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포위망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내우외환 위기에 처한 시진핑은 3연임을 이루더라도 이후 정권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인지가 여전히 최대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