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통전부 대폭 강화…전문가 “각국 방첩 보강 시급”

차이나뉴스팀
2023년 04월 11일 오전 10:20 업데이트: 2023년 04월 12일 오전 9:25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된 스타이펑(石泰峰·67) 공산당 정치국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에게 ‘중화해외연의회(中華海外聯誼會)’ 회장이라는 새로운 직책이 추가로 부여됐다. 이로써 그는 공산당 역사상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통일전선부장이 됐고, 이는 중국 공산당의 해외 침투가 한층 업그레이드됐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일전선’의 주요 공작 중 하나는 공산당 밖의 엘리트, 부자, 유명인 등을 포섭·협박해 중국 공산당에 봉사하게 하는 것이다. 통일전선부는 오랫동안 홍콩·마카오·대만 및 서방 국가에 대대적으로 침투해 정치·경제 분야에서 현상(現狀)을 변화시키고 중국 공산당 통제하에 두는 활동을 벌여 왔다. 대내적으로는 소수민족과 종교단체를 감시·통제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통전부는 국가안전부나 군 정보시스템과는 달리 비공식적으로 해외 스파이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비전문 정보요원을 모집·활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화해외연의회가 바로 중국공산당 통일전선부의 해외 조직 중 하나로, 홍콩·마카오·대만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정재계 거물이나 유명 인사를 포섭하는 일을 전담한다.

재미 중화권 시사평론가 리옌밍(李燕銘)은 1일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공산당의 기관 명칭은 위장돼 있고 서방에는 유사한 기관이 없어 실체를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 중화해외연의회도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의 해외 조직이란 사실을 알아채기 어렵다는 것이다.

통일전선부의 직권·범위 대폭 강화

스타이펑은 중앙당교 부총장, 장쑤성 부서기·성장, 닝샤(寧夏) 당서기, 네이멍구 당서기, 중국사회과학원 원장을 지냈고, 지금은 중앙정치국 위원과 중앙서기처 서기에 더해 정협 부서기 겸 제1부주석까지 겸하고 있다.

통일전선부장을 정협 부주석이 맡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관례지만 중앙정치국 위원이 맡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2014년 12월 링지화(令計劃) 당시 통일전선부장이 낙마하면서 쑨춘란(孫春蘭) 중앙정치국원이 통일전선부장 자리를 맡았지만 그것은 과도기적 인사에 불과했다. 지난해 10월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스타이펑은 새로운 정치국 위원 자격으로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됐다. 이는 이 자리가 중국 공산당의 공식 의사결정 라인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현재 통일전선부의 관할 범위는 전례 없이 방대하다. 소수민족을 관장하는 국가민족사무위원회는 통일전선부가 직접 관할하고 있고, 중점 지역을 겨냥한 중앙신장소조(中央新疆小組) 및 중앙티베트소조(中央西藏小組) 판공실도 통일전선부 산하에 설치돼 있다. 또 대외 화교 업무를 담당하는 국무원 교무판공실과 종교신앙을 관장하는 국가종교사무국도 5년 전 통일선전부에 통합됐다.

리옌밍은 “통일전선부의 권한 범위와 통일전선부장의 직권의 확대는 중국 공산당이 ‘대통전(大統戰)’ 구도를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면에는 중국 공산당의 글로벌 패권 야심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는 중국공산당의 해외 스파이 활동이 한층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 유타주, 중공에 심각하게 침투된 상태

중화해외연의회는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불거진 미국 유타주 침투 사건이다. 미·중 관계가 이처럼 긴장한 가운데서도 중국 공산당은 유타주에 깊숙이 침투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미국 AP통신의 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3월 28일 AP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과 지지자들은 수년간 공을 들여 미국 유타주 관리들과 관계를 맺었다. 그 결과, 유타주 의원들은 베이징이 싫어하는 입법을 미루고, 중국 공산당의 행동에 불만을 표출하는 결의안을 거부하고, 중국 공산당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는 조치를 지지했다.

중국 공산당이 이처럼 침투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인물이 관건적인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중 한 명이 유타주에 거주하는 중화해외연의회 상무이사 러타오원(樂桃文·Taowen Le)이다.

2022년 10월 11일 유타주 오그덴에 있는 웨버 주립대학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웨버 주립대학교 정보시스템 및 기술 계열의 교수인 러타오원이 발언하고 있다. | Rick Bowmer/AP Photo/연합

유타주 웨버주립대학교(Weber State University) 정보시스템 및 기술 계열의 교수인 러타오원은 작년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정협 회의에 참석했다.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는 “중국의 제도적 우위를 깊이 느낀다”는 그의 말을 출판물에 인용하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2021년 한 유타주 의원이 신장 위구르인 탄압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발의하자 레타오원은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 의원을 비난했다. 결국 이 결의안은 통과되지 못했고, 올해 1월 발의된 관련 결의안은 청문회조차 열리지 못했다.

한 중국 대사관 관계자가 지난해 스펜서 콕스(Spencer Cox) 유타주 주지사와 주미 중국 대사와의 면담을 주선했지만 성공하지 못하자 러타오원은 주지사에게 중국 대사와 면담할 것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자신과 콕스가 함께 찍은 사진을 첨부해 보냈다.

“(저는) 귀관저에서 열린 신년파티에서 지사님이 내게 했던 말을 소중히 여기며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사님은 그날) ‘유타주와 중국 간의 훌륭한 메신저로서 당신을 신뢰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러타오원은 또 유타주 관리들과 중국 공산당 관리들의 회의를 조직하고 주 의원들의 중국 방문에도 동행했다. 그는 의원들에게 베이징의 호감을 사는 방법을 조언하기도 했고, 또 베이징을 위해 로비하는 단체와도 관계를 맺고 있다.

러타오원은 AP통신에 자신의 중국 관련 행동은 공산당 정부의 요구에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는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이런 활동으로 인해) 미국 지방 관리들이 중국 공산당에 조종될 위험이 있고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키워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미 관리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 내 중국인 단체 600개, 중국공산당과 연계 

2020년 9월, 워싱턴 싱크탱크 제임스타운재단은 중국 정부 기관의 재정 보고서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및 지방 통일전선부는 2019년에만 26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이는 외교부 및 공안부의 지출을 초과하는 수치다.

보고서는 26억 달러 중 6억 달러 가까이가 외국인과 해외 중국인 커뮤니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무실을 설립하는 데 사용됐다고 밝혔다.

2020년 10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발표한 독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약 600개 민간 단체가 중국 공산당과 정기적으로 연락하거나 중국 공산당의 지도를 받는다.

뉴스위크가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 기구로 분류한 단체는 중국동향회(최소 83개), 중국인원조센터(10개), 상공회의소(32개), 중국어언론(13개), 중국인전문인협회(70개 중 절반), 평화통일촉진회(38개), 우호단체(5개), 교육문화 활동 단체(129개) 등이다.

보고서는 또 “중요한 것은 각 단체의 중국인 대다수가 이 단체와 중국 공산당의 관계를 모른 채 동아리로 알거나 비즈니스 기회를 얻기 위해 가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라고 밝혔다.

리옌밍은 이 단체들이 민간 조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해외 각 지역에서 침투활동을 벌이고 중국공산당 이데올로기를 퍼뜨리는 중국공산당의 해외 신경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