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알리바바 내세워 홍콩 최대방송사 인수 “언론 장악 음모”

이윤주
2019년 12월 18일 오후 1:33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2:00

중국이 홍콩 언론 통제를 노골화하고 있다. 민간기업을 대리자로 내세워 경영난에 빠진 홍콩 최대방송사 인수에 나섰다. 배후에 중국 공산당 전직 간부 출신 인물이 지목됐다.

17일 홍콩 빈과일보 등은 홍콩 민영방송 TVB(電視)가 경기침체와 투자실패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이 TVB 경영권 장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지상파 5개 채널을 운영하는 TVB는 케이블·위성채널 20여개를 보유한 홍콩 최대 방송사다. 대만에도 4개 채널로 방송을 내보낸다. 전 세계 화교권 시청자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TVB의 경영난은 중국 극장체인 싱메이(星美)에 대한 투자실패의 여파가 컸다. 싱메이는 대주주 단후이(覃輝) 회장이 중국 공산당 고위층 인맥을 앞세워 영업을 확대하다가 지난해 경영부실이 적발돼 당국의 관리에 들어갔다.

홍콩 시위에 대한 친중 편향 보도도 악재가 됐다. 포카리스웨트, 피자헛 등 일부 광고주가 광고 계약을 중단했다. 결국 TVB는 인력 10%인 350명을 내보내는 대규모 감원 계획을 16일 발표했다. 대주주인 찰스 찬(陳國强) TVB 회장이 소유지분(6%)을 모두 매각하고 퇴진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홍콩의 거리에 붙은 TVB 보이콧 게시물 | 에포크타임스

빈과일보는 알리바바의 TVB 경영권 인수 배후에는 중국 공산당 전직 간부 리루이강(黎瑞剛)이 있다고 전했다. 리루이강은 현재 TVB 부회장이다. 회장이 경영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상황에서 부회장이 회사 인수의 배후로 지목된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리루이강은 2015년 부회장 취임 당시에도 중국 공산당의 언론 장악 음모 논란을 일으켰다. 리루이강이 부회장 취임 후 찰스 찬 회장과 경영방침을 놓고 잦은 마찰을 일으켜 회사상황을 악화시켰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리루이강은 상하이 공산당 총서기 출신으로 현재 화인문화산업투자기금(CMC·차이나미디어캐피털) 이사장이다. 중국 미디어·콘텐츠 재벌로 통한다. 막대한 자금동원력으로 미국 할리우드와 영국 축구계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중국 공산당 고위층과 관련성이 자주 지적된다.

리루이강이 TVB 지분 20%를 이미 확보했다는 소문도 있다. 리루이강이 TVB 최대 주주인 ‘영라이언’ 지분 79%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 2017년 드러났기 때문이다. 리루이강은 대리자일 뿐 영라이언의 실제 소유주는 더 ‘윗선’일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TVB가 친중 보도로 대중의 신뢰를 잃고 경영난에 빠지는 와중에도 리루이강 부회장은 내심 쾌재를 불렀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리루이강(黎瑞剛) 차이나미디어캐피털(CMC) | EPA=연합뉴스

알리바바 그룹은 2015년에 홍콩 유력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대주주가 됐다. 이후 SCMP는 중국에 대해 비판적 논조를 잃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빈과일보는 홍콩의 시사평론가 류루이사오(劉銳紹)를 인용해 “과거 중국 지도부는 ‘일국양제’를 의식해 대리인 등을 통해 홍콩 문제를 은밀하게 개입하려고 했다”면서 “이제는 대놓고 중국 자본을 동원해 홍콩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권을 행사하려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