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브레인’ 왕후닝 유임은 무엇을 의미하나

장팅(張婷)
2022년 10월 25일 오전 8:13 업데이트: 2022년 10월 25일 오전 8:14

23일 시진핑 집권 3기를 이끌어갈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명단이 공개됐다. 주목할 점은 중국 공산당의 이데올로기를 담당하는 왕후닝이 유임됐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중국 공산당의 좌경화가 계속될 것이고 심지어 더 극단적 좌경화로 나아갈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23일 발표한 새로운 상무위원 명단에는 시진핑, 리창, 자오러지, 왕후닝, 차이치, 딩쉐샹, 리시 등이 포함됐다. 시진핑·자오러지·왕후닝이 유임됐고, 나머지 4명은 새로 발탁됐다.

로이터통신은 “왕후닝이 상임위원에 유임된 것은 공산당과 시진핑의 이데올로기 성향이 계속될 것이고, 심지어 더 극단적으로 나아갈 것임을 의미한다”고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딜런 로(Dylan Loh) 조교수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중국 전문가 폴 하엔레(Paul Haenle)는 트위터에 새로운 지도부가 중국의 통치와 정책 수립에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언급하며 “이 상임위원들은 우선 시진핑의 정치적, 이념적 어젠다를 완수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데올로기를 관장하는 왕후닝은 중국 공산당의 ‘두뇌’이자 극좌 사조의 원천으로 여겨진다. 그는 중앙정책연구실(공산당의 싱크탱크)을 15년 동안이나 이끌었다. 그는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자의 국가 정책 고문과 수석 연설문 작성자, 수석 이론가로서 보기 드문 책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왕후닝이 정치국 상무위원에 유임된 것은 시진핑의 다음 5년 임기에도 중국 공산당의 강경 정책과 이데올로기적 형태가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왕후닝은 시진핑 집권 10년 동안 시진핑의 정책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선전, 교육, 사이버 보안 및 법률 개혁을 포함한 광범위한 부문을 통제하는 위원회를 이끌었다.

미국 팔라듐 매거진(Palladium Magazine)은 지난해 10월호에 ‘왕후닝의 승리와 공포(The Triumph and Terror of Wang Huning)’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이 글에서는 왕후닝이 중국 공산당의 최고 이데올로기 이론가로서 ‘중국몽’, ‘반부패 운동’, ‘일대일로(一帶一路)’ 이니셔티브, 전랑 외교 등 시진핑의 핵심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심지어 ‘시진핑 사상’까지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또 왕후닝은 시진핑의 주요 행사나 회의 때 항상 배석할 정도로 지도자를 멀리 떠난 적이 없다고 했다. 시진핑의 전임자인 장쩌민(江澤民)의 ‘3개 대표론’과 후진타오(胡錦濤) ‘조화로운 사회(和諧社會)’ 이론도 모두 왕후닝이 제안한 것이다.

하엔레는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미래를 내다보면 중국 지도부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핵심 이익을 지키는 데 더 독단적인 행동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은 시진핑 업무보고의 주요 주제 중 하나로, 이는 중국이 큰 위협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들로서는) 투쟁정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 우리는 시진핑이 지난 10년 동안 보여준 독단적인 자세를 계속 이어가거나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왕후닝이 부상한 것은 끊임없이 확대되는 시진핑의 강경 어젠다와 맞물려 있다”며 “서방의 사상과 영향력에 대한 의구심, 인터넷 자유에 대한 제한 등이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1980년 중반 왕후닝은 ‘신권위주의’라고 불리는 이론을 주창했다. 이는 비서방 후진 국가들은 강력한 지도자가 철권통치로 사회를 강하게 통제하면서 경제발전을 추진하는 권위주의 단계를 거쳐야만 점진적으로 정치 민주화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이론이다. 한마디로 중국 같은 가난한 대국이 시장개혁을 추진하려면 강력한 지도자가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훗날 국가가 통제하는 자본주의 체제인 ‘중국 모델’의 토대가 됐다. 이제 시진핑은 이 모델을 중국의 상징적인 업적 중 하나로 극구 치켜세우고 있다.

최근 왕후닝은 시진핑의 연임이 하늘의 뜻이라는 이념을 만들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뉴질랜드 중국학자 게레미 바르메(Geremie Barmé)의 말을 인용해 “이러한 구상이 시진핑으로 하여금 권력을 유지할 이유가 있다고 믿게끔 돕고 부추겼다”며 “그가 시진핑이 향후 20~30년간 당을 지배하도록 만들었다”고 전했다.

보수 성향의 인터넷라디오 진행자인 휴 휴이트(Hugh Hewitt)는 지난해 12월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칼럼에서 “왕후닝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의 미래 정책을 책임지고 있으며 최고지도자인 시진핑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왕후닝은 틀림없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다.

케빈 러드(Kevin Rudd) 아시아 소사이어티 회장(전 호주 총리)은 20차 당대회를 앞둔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시진핑은 공산당을 레닌주의 좌파로, 경제를 마르크스주의 좌파로, 중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민족주의 우파로 몰아가는 이념적 근본주의자로 변했다”고 했다.

그는 또 “시진핑의 이러한 이념 변화가 향후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할 수 있게 한다”라면서 이데올로기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시진핑은 민간 부문을 공산당 권력에 대한 장기적인 도전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