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내년 20차 당대회 앞두고 암투 조짐…류허 때리기로 포문

탕징위안(唐靖遠)
2021년 05월 29일 오전 1:44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4

중국 공산당이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위기까지 겹치고 있다. 이번 위기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지난 1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류허(劉鶴) 중공 부총리의 아들 류톈옌(劉天然)과 2016년 설립한 ‘스카이쿠스(天一紫騰·Skycus) 캐피털’의 관계를 단독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류톈란은 스카이쿠스 캐피털 설립 당시 의장을 맡았으나, 류허 부총리가 중앙정치국 위원에 발탁되기 6개월 전인 2017년 4월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1년 뒤인 2018년 류허가 금융담당 부총리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지분을 다른 이사에게 양도했다.

중공은 부모가 중앙정치국 위원을 맡으면 자녀가 관련 분야에서 요직을 맡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류톈란이 이 규정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보도로 류톈란이 의장직을 사퇴하고 자신의 지분을 양도했지만 여전히 막후에서 중대한 거래를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중국 정보기술(IT) 대기업인 텐센트와 징둥(JD)닷컴에 거액을 투자해 큰 이윤을 남겼다.

스카이쿠스는 징둥닷컴의 자회사인 징둥건강에 4000만 달러(약 452억원)를 투자해 현재 주식 시세가 2억 3000만 달러(약 2567억원)로 올랐고, 2018년 징둥물류에 7000만 달러(약 790억원)를 투자해 1억4000만 달러(약 1563억원)로 올랐으며, 텐센트뮤직에 500만 달러(약 56억원)를 투자해 2배로 올랐다.

이처럼 이윤을 투자액의 2배 이상, 심지어 5배 이상 남기는 투자로 스카이쿠스는 5년 만에 자산 규모가 100억 위안을 넘는 회사로 급성장했다.

이것은 이 FT가 밝힌 첫 번째 중요한 메시지다.

두 번째 메시지는 류톈란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은 탕멍(唐蒙)이란 이사의 신분이 특이하다는 점이다. 그는 앞서 베이징시 국가안전부서 및 중공군에서 17년간 복무했고, 류톈란의 지분을 양도받기 반년 전에 이 금융회사에 입사했다.

군과 비밀공작 부문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으로 볼 때 그는 실행력이 뛰어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금융 분야에는 초보자이다. 따라서 류톈란이 자신의 대리인으로 내세우기에는 탕멍이 더할 나위 없이 적격이다.

두 가지 메시지를 결합하면 시사하는 바가 분명하다. 류허 부총리의 아들 류톈란이 위장 술책으로 중앙을 능멸하고 시진핑이 직접 정한 규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사실 중공 관료들의 자녀가 금융 분야에서 큰돈을 긁어모으는 경우는 허다하고, 그 수법도 비슷하다. 그런데도 류허의 아들만 따로 들고나와 폭로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도 내용으로 볼 때 국제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분명 보통 일이 아니다.

류허 상대로 한 폭로전…시진핑 겨냥한 공격

최근 다수의 언론이 류허에 관해 보도했다. 대미 무역협상 대표가 류허 부총리에서 후춘화(胡春華) 부총리로 교체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이 소식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소식통을 인용해’ 처음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허난(河南)성 난양(南陽) 시찰에 나선 시진핑을 수행한 사람은 과거 늘 시진핑의 곁을 지키던 류허가 아닌 후춘화였다. 이는 무언중에 WSJ의 보도를 방증하는 듯했다.

류허가 실세(失勢)했다는 소문이 자자하자 상무부는 다음 날 후춘화 대체설을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다.

필자는 후춘화로 바뀔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 미·중 무역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지 오래고 협상 재개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협상 대표를 교체할 절박한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후춘화는 상당히 오랜 기간 티베트에서 근무하고 광둥성 서기를 거쳐 2018년 류허 부총리와 함께 부총리직에 오른 인물로, 대외 관계의 경험이 전무하다. 그런 그에게 미국을 상대로 고난도의 무역협상을 하라는 건 어느 모로 보나 무리수다.

물론 최근 시진핑의 움직임이 상식에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 이런 기상천외한 일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식선에서 볼 때 대미 협상대표가 후춘화로 바뀔 가능성은 작다.

WSJ가 전한 메시지에는 일련의 ‘계산’이 깔려 있다. 먼저 류허가 권력 중심부에서 밀려났다는 소식을 흘리고, 마침 이때 시진핑의 시찰에서 이것이 입증되는 듯하게 만든 다음, 후속 소식을 내보낸 것이다. 이렇게 소문과 사실을 결부해 진짜와 가짜를 섞어놓는 수법은 매우 전문적인 조작 수법이다.

류톈란을 폭로한 것은 물론 류허를 때리기 위한 것이지만, 그 화살은 시진핑을 겨냥한다. 류허는 지난 몇 년간 시진핑의 경제 책사로서 시진핑 경제 정책을 주도해왔고 또 대미 무역전 협상을 주도해 왔다. 따라서 류허를 공격하는 것은 사실상 시진핑의 경제 정책을 공격하는 동시에 심복들을 쳐내는 것이다.

이는 중공 20차 당대회 인사 배치와 관련된다.

시진핑이 내년 중공 20차 당대회에서의 3연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 목표는 시진핑 한 사람의 연임뿐만 아니라 일련의 주요 인사 변동과 관련돼 있다. 사실 이 모든 배치는 올가을 19기 6중전회에서 가닥이 잡혀야 한다. 내년 20차 당대회 때는 개별적인 미세한 조정만 할 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다.

1952년 1월생인 류허는 내년이면 만 70세가 되기 때문에 은퇴할 것이다. 이 시점에 류톈란의 비리를 폭로하는 것은 류허에게는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 하지만 연임을 원하는 시진핑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류허는 중공 금융안정발전위원회 주임직을 겸하고 있다. 이 직무 때문에 그는 마윈의 앤트그룹과 알리바바를 제재하는 역할을 주도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진핑 계파가 마윈을 강하게 압박했다. 앤트그룹 상장을 중단시키고, 알리바바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고, 알리바바의 미디어 사업을 분리시키고, 마윈이 설립한 후판대학(湖畔大學)의 교명을 바꿨다. 마윈은 당국이 IT 거물을 단속하는 프로젝트의 모델이 됐다.

마윈의 기세를 꺾은 데 따른 가장 큰 수혜자는 텐센트 페이시스템과 징둥 전자상거래다. 텐센트는 알리페이의 맞수이고, 징둥은 알리바바의 최대 적수다.

이로 볼 때 FT의 이번 폭로 이면에는 마윈 배후 세력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류톈란에 대한 폭로는 시진핑의 압박에 첨예하게 맞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시진핑의 현재 권세로 볼 때 류허를 지키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시진핑은 일찍이 19차 당대회 이전에도 비슷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당시는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이 장악하고 있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딸과 사위의 횡령 내막을 폭로했다. 이는 당시 시진핑을 난감하게 만들었지만, 그의 권위를 흔들지 못했고 리잔수도 그대로 상무위원에 올랐다.

이번에는 류허를 돌파구로 삼았는데, 과연 시진핑에게 어느 정도 타격을 줄지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 시진핑이 처한 입장은 그때와 다르다.  미중 관계와 중국-유럽 관계에서 직면한 외부 압력은 19차 당대회 때의 압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가 높다. 이런 안팎의 협공에도 ‘시간과 형세’가 시진핑 편에 설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탕징위안(唐靖遠)·중국문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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