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고위 간부 가족의 외국 부동산·주식 보유 금지”

강우찬
2022년 05월 20일 오전 10:31 업데이트: 2022년 05월 27일 오후 4:40

 WSJ, 지난 3월 내부통지문 입수해 보도

중국 공산당이 지난 3월 장관급 고위 간부 배우자와 그 자녀의 해외자산 보유를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서방이 러시아를 제재한 것을 참고해 향후 중국 고위층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대비하는 조치로 분석된다.

서방 각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전쟁 자금을 차단하겠다며 러시아를 상대로 광범위한 제재를 가했다. 여기에는 러시아 특권층과 고위층의 해외 자산 동결 등이 포함됐다.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는 지난 3월 장관급 고위 간부 배우자와 자녀의 해외 부동산과 외국 기업 주식 보유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이미 많은 자산을 보유한 고위 간부는 승진에서 제외된다.

또한 고위 간부와 그 직계 가족은 해외 근무나 유학 등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해외 금융기관에 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

중앙조직부는 지난 2014년에도 당원 승진제도를 12년 만에 개정하면서 배우자와 자녀를 해외에 이주시키고 재산을 국외로 빼돌린 간부들을 승진 대상에서 탈락시키도록 한 바 있다. 이번에는 아예 해외 자산 보유를 원천 금지한 셈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 문제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 공산당은 당 간부를 대상으로 1년에 한 번씩 재산 내역을 신고하도록 해왔으나, 장관급 이상 고위직 가족의 해외재산 보유 금지를 직접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공산당의 당 간부 재산 신고 규정 자체는 1995년부터 마련돼 있었으나, 실제로 재산 신고가 얼마나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불성실 신고에 대한 처벌 등 진척 상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 언론에서 이와 같은 보도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2014년 공산당 내부 조사에서 당시 기준으로 당 간부 4천 명 이상이 해외로 이주해 500억 달러(63조2500억원) 이상을 빼돌린 것으로 추산됐다고 외신에 보도된 바 있다.

이후에도 공산당 간부들의 해외 은닉 자산에 대한 폭로가 여러 차례 이어졌다. 지난 2018년에는 시진핑 일가가 934억 원의 재산을 은닉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의 중국어 독립매체 밍징(明鏡)의 허빈(何頻) 편집장은 RFA에 “중국이 뭔가 비상한 준비에 돌입한 것 같다”며 “대만 침공 준비이거나 다른 이유로 미국이 제재에 나서는 상황에 대비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빈 편집장은 “서방은 중국을 제재하려 하고, 중국은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사실 중국은 이미 여러 가지 제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진핑은 정치적 결벽증이 있다. (올해 3연임 후) 자신의 세력 기반을 다지고 도덕적 우위를 세워야 한다. 그래서 전례 없이 반부패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중국 내 대형 부패 세력은 대부분 장쩌민 전 총서기 같은 퇴직한 고위층과 그 친인척들인데, 현지 관료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반부패’보다는 3연임을 확실히 다지기 위한 당내 기선 제압용 조치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라는 외부의 객관적 상황을 이용해, 당 고위층을 다스릴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