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習 3연임’ 전당대회 앞두고 인터넷 검열 강화

강우찬
2022년 09월 7일 오후 6:06 업데이트: 2022년 09월 8일 오전 11:18

중국 공산당이 오는 10월 중순 예정된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사상 통제를 더욱 강화했다.

검열당국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하 인터넷판공실)은 ‘인터넷 유언비어’를 차단한다며 앞으로 3개월간의 특별 단속을 시행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인터넷 판공실은 이번 특별 단속기간에 정치회의, 정책, 공산당의 영웅과 순교자, 사회, 경제, 자연재해 등에 관한 유언비어를 중점적으로 단속하며 이를 퍼뜨린 SNS 계정은 블랙리스트에 올려 영구 정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세계적인 검열 대국이다. 이는 자국민이 올린 정보는 물론 해외에서 유입된 정보까지 차단하는 정책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허용하는 정보만 온전하게 확산할 수 있다.

지난달 19일 판공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온라인에서 삭제한 ‘허위·불법 정보’는 2200만 건이며 정지한 계정은 13억4천만 개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중국문제 전문가 리린이는 에포크타임스에 “이번 검열 강화는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여론 길들이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린이는 “당의 주요 행사를 앞두고 온라인에서는 그동안 쌓였던 여러 가지 불만이나 감춰뒀던 부패상이 폭로되는 일이 증가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이 말한 ‘유언비어’는 중국 공산당의 불온한 과거사, 지도부 인사들의 부정부패, 중국인들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억압적 정책을 폭로하는 것들”이라며 “단속은 진실을 덮기 위한 수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판 카톡인 ‘위챗’의 한 단체 채팅방에 퍼졌던 ‘유언비어’를 예로 들었다.

‘열대우림(熱帶雨林)’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지난달 29일 단체 채팅방에 “청두시가 도시 봉쇄를 검토하고 있다”며 기회를 놓치지 말고 식료품과 생필품을 비축하라고 알렸다.

인구 2100만 명 대도시인 청두가 제2의 상하이가 될 수 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확산됐고, 사람들은 마트에 몰려가 앞다퉈 물건을 샀다. 마트는 물론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품절 사태가 속출하는 등 큰 반응이 뒤따랐다.

중국인들이 차량 트렁크나 뒷좌석에 돼지고기를 한가득 실은 모습이 해외로 퍼날라지며 ‘이상한 중국인’으로 비쳐져 웃음거리가 됐지만, 상하이 봉쇄를 목격한 중국인들에게 사재기는 자신과 가족의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그러나 이 ‘유언비어’는 유언비어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이틀 뒤인 이달 1일, 청두시가 이날 오후 6시부터 전 주민의 외출을 금지하고 도시 전체를 봉쇄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에게 봉쇄에 대비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봉쇄는 당초 4일까지로 예정됐으나, 7일까지 연장됐다. 단체 채팅방에 퍼진 ‘유언비어’를 믿고 미리 식료품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2100만 명의 청두 시민들은 최소한 일주일 동안은 평소 집에 있던 식품만으로 버텨야 했다.

당국은 청두 봉쇄가 실제로 이뤄졌음에도 봉쇄 소식을 미리 알린 네티즌을 “조회수를 노리고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불안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체포해 15일간 구류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리린이는 “이 네티즌은 단순히 뜬소문을 퍼뜨린 것이 아니라 중국의 내부 결정을 폭로한 것이다”라며 “당국이 ‘유언비어’라던 소식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그 네티즌은 여전히 갇혀 있다. 이것이 바로 불법 체포”라고 했다.

불법 체포는 중국에서 경찰이 죄를 짓지 않은 사람들을 법을 어겨가며 체포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양심수나 종교인, 파룬궁 수련자, 소수민족 인권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경찰에 납치됐다’는 표현도 사용된다.

리린이는 “이는 중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어떤 힘을 지녔는지, 중국 공산당이 가장 목을 매는 ‘정치적 안정’이 표현의 자유에 의해 어떻게 흔들리고 무너질 수 있는지, 중국 공산당이 왜 표현의 자유를 두려워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압력밥솥과 같다. 시민들의 불만은 쌓여만 가고 중국 공산당은 탄압을 지속해, 압력이 분출될 길이 없다. 만약 일정한 임계치 이상의 큰 사건이 터지면 압력밥솥이 폭발하듯 그동안 쌓인 불만이 일시에 분출돼 중국 공산당을 향해 쏟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의 중국문제 전문가 스장산(石藏山)은 “중국 공산당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러한 ‘유언비어’ 단속 강화는 중국 공산당이 정치적으로 가장 불안정하거나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스장산은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집권 이후 어떠한 투명한 정책 결정 과정 없이 10억 명이 넘는 인민들에게 일방적으로 결정한 정책에 복종할 것만을 강요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정작 유언비어를 만들고 퍼뜨리는 것은 중국 공산당 고위층”이라며 “그들은 그들만의 권력 암투 과정에서, 혹은 중국인들을 속여 집권의 정당성을 설득하기 위해 온갖 허위 정보를 양산해왔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는 쉬젠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