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도 못 건드는 ‘개발자 놀이터’ 깃허브…중국인들 접속 활발

윤건우
2020년 09월 23일 오후 12:18 업데이트: 2020년 09월 23일 오후 1:12

중국 공산당(중공)은 중공 폐렴(코로나19)사태가 일어나자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온라인 검열을 강화하고 거의 모든 관련 정보·뉴스를 차단해왔다.

하지만 모든 정보를 원천 차단할 수는 없었다. 바로 세계 최대 오픈소스 커뮤니티 깃허브(GitHub)다.

방대한 자료 때문에 중공조차 손대지 못하고, 높은 암호화 수준 때문에 콘텐츠 검열이 통하지 않는 깃허브는 이제 중국인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언론 자유’의 공간이 되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중공 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하고 도시가 봉쇄된 후 중국인들은 국내외에서 전염병 확산 상황을 주시했다. 인터넷에는 이들이 올린 각종 게시글과 동영상이 쏟아져 나왔지만, 중공 당국은 이런 생생한 소식을 ‘유언비어’로 분류해 속속 삭제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WIRED)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박사과정 재학 중인 중국인 쩡웨이레이는 중공 당국이 삭제한 많은 정보가 인터넷 한 코너에 저장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깃허브였다.

‘개발자 놀이터’ 깃허브, 중공 차단 장벽 ‘초월’

2008년 설립된 깃허브는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수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이자 소스 코드 저장소인 깃허브는 수많은 개발자가 소스 코드를 공유해 협업이 이뤄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개발자들은 깃허브에 자신이 만든 코드를 저장하거나 다른 개발자들과 공유할 수 있다. 공개된 코드를 활용해 여러 사용자가 협업으로 더 나은 성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개발자들의 놀이터’라고 불릴 정도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전 세계 3500만 명 이상이 가입해 이용하고 있다.

해당 코드는 중공의 인터넷 차단 시스템인 만리장성 방화벽을 우회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사용될 수 있고 일부 비코드(Non-code) 콘텐츠에는 중공을 포함한 전체주의 정권을 폭로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 여러 해 동안 중국 공산당의 공격 표적이 되기도 했다.

쩡웨이레이는 중공 바이러스가 발생한 후 수천 명의 중국 인터넷 사용자가 깃허브를 중공 바이러스 관련 정보 저장소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쩡웨이레이는 “거기서 중공의 검열을 피해 뉴스 보도, 의학 저널, 개인 계정 형식으로 전염병 상황을 기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 7명의 자원봉사자가 만든 ‘2020nCovMemory’라는 이름의 저장소에는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이 발표한 조사보고서와 우한 작가 ‘팡팡의 일기(方方日記)’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다. 팡팡의 일기는 봉쇄된 우한의 적나라한 현실이 담겼다.

또 다른 저장소인 ‘Terminus2049’에는 지난해 12월 중공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해 알린 의사 아이펀(艾芬)의 인터뷰 등 중국에서는 검색할 수 없는 ‘민감한’ 글들이 수집돼 있다.

쩡웨이레이는 와이어드에 “이런 기록들이 (삭제당하지 않고) 어딘가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마음이 매우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중공 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한 후 중공 당국은 뉴스를 검열하는 등 적극적으로 진상을 은폐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오픈소스 커뮤니티인 깃허브(GitHub)는 중공이 봉쇄하기 어려워 중국인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 fotolia

중공 당국, 깃허브 ‘소스’ 필요…완전 차단 못해

중국에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글로벌 소셜미디어 플랫폼 사용이 금지됐고 위챗과 웨이보 등 중국 내 플랫폼은 중국 공산당이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깃허브는 접속할 수 있어 일부 중국 인터넷 사용자들로부터 ‘중국에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마지막 공간’으로 불린다.

와이어드는 “깃허브가 HTTPS 프로토콜을 사용해 모든 트래픽을 암호화하기 때문에 중공 당국이 개별 항목을 검열할 수 없다”고 소개했다.

중국 과학기술 업계는 깃허브의 가치가 무한해서 중공이 완전히 금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개발자들이 오픈소스 플랫폼에 크게 의존하는 것도 중국이 깃허브 전체를 차단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2017년에만 69만 명 이상의 중국인 사용자가 깃허브에 계정을 등록했다.

중국은 깃허브의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나라다.

이 사이트를 차단한다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2013년 중공 당국이 깃허브를 차단하려 했지만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중공 과학기술업계가 “깃허브 차단은 국가 프로그래머들을 죽이는 것이고, 그로 인해 경쟁력과 통찰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반발하자 며칠 후 차단이 해제됐다.

정보와 엔터테인먼트의 시너지 효과

검열을 받지 않는 깃허브는 자연스럽게 ‘언론의 자유’ 및 ‘온라인 보이콧’의 장이 됐다. 깃허브는 중공의 인터넷 검열을 방지하는 그레이트 파이어(GreatFire) 같은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데 종종 이용된다.

지난해 3월 중국의 일부 과학 기술자들이 깃허브에 ‘996.ICU’라는 저장소를 만들어 그들의 열악한 근무 조건과 고충을 토로하고 불법적으로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도록 강요하는 회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996.ICU란 이름은 중국의 과학기술 분야 근로자의 평균 근무시간이 ‘주 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라는 의미다. 마이크로소프트(MS) 직원들이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검열받지 않고 996.ICU 저장소를 누구나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경영진에 청원했다.

캘리포니아대 산티아고 분교에서 중공의 검열 제도를 연구하는 마거릿 로버츠 교수는 와이어드에 깃허브의 독창성은 ‘디지털 행동주의의 귀여운 고양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고양이 사진 | 연합뉴스

이 이론은 하버드대 ‘버그맨 인터넷과 사회연구센터’의 에단 주커만이 제기했다. 웹 사이트에서 민감한 정치적 내용과 롤캣 밈(고양이 사진에 영어 문구를 넣은 영상 콘텐츠) 같은 인기 있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하면, 고양이가 보고 싶어 접속하는 사용자들을 통해 정치적 내용도 함께 확산된다는 이야기다.

로버츠 교수는 “깃허브의 경우 오픈소스 코드가 귀여운 고양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깃허브에 보관된 방대한 오픈소스가 마치 귀여운 고양이 사진처럼 중국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