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러시아산 천연가스 유럽에 되팔아 수익

강우찬
2022년 10월 10일 오후 4:18 업데이트: 2022년 10월 10일 오후 10:27

중국 기업들이 에너지가 부족한 유럽에 액화천연가스(LNG)를 되팔아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 기업들은 약 400만t의 LNG를 국제시장에서 판매했다. 이는 올 상반기 유럽 천연가스 수입량의 7%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상당량은 러시아산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는 중국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을 대폭 늘렸다.

블룸버그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러시아산 에너지(원유·석탄·LNG 등) 수입액은 350억 달러(49조9천억원)로 전년(200억 달러)에서 급증했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맞서 에너지 가격을 인하해 액화천연가스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국내 수요가 감소한 반면, 러시아산 외에도 미국과 중동에서도 천연가스를 수입해 천연가스가 남아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1년 이후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17건의 계약을 맺고 연간 1900만t의 LNG를 공급할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미국 시장정보업체 ICIS는 중국이 올해 미국으로부터 총 7200만t의 LNG를 구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실제 수요는 6600만t에 그치지만, 핀란드 연구기관인 에너지 클린에어연구센터(CREA)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중동의 카타르에서도 LNG를 구입하고 있어 자국 수요량을 웃도는 천연가스를 확보했다.

이렇게 남아도는 천연가스는 주로 유럽에 더 높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유럽의 최대 천연가스 공급원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 대한 공급을 줄였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FA) 전문가 샘 레이놀즈는 현 시장가격으로 LNG선 1척 분량(약 6t)을 되팔면 중국은 약 1억2천만~1억4천만 달러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이용해 러시아 대신 EU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키울 것으로 우려한다.

러시아 정부에서 에너지 문제를 총괄하는 알렉산드르 노박 부총리는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과 중국 동북지역을 연결하는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이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은 유럽과 러시아를 잇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의 수송량을 확대하기 위해 건설됐지만, 독일 정부의 가동 승인 거부로 폐기됐다.

‘시베리아의 힘-2’는 기존 ‘시베리아의 힘’의 수송량을 늘리기 위한 가스관으로 연간 500억m³의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수송할 수 있는 규모다. 아직 건설 노선을 검토 중인 단계이지만, 러시아는 중국과 이 가스관 건설을 위해 최종 합의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대 에너지관리혁신센터의 에후드 론 공동센터장은 “중국은 국제가격보다 싼 값에 러시아 에너지를 구입하고 있으며, 러시아를 지원하면서 스스로도 거액을 챙기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과 유럽의 대(對)러 제재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IEFA 전문가 레이놀즈는 중국의 LNG 되팔기가 국제시장에서 에너지 가격 안정에 따라 차츰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미와 중동 지역에서 LNG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어 유럽과 동북아의 LNG 가격이 향후 몇 년 안에 합리적인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도 수익이 나지 않아 되팔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