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 최대 790조원 규모 美 기술 절도…“초당적 해법 필요”

김태영
2023년 03월 21일 오전 9:34 업데이트: 2023년 03월 21일 오전 9:34

美 청문회 “공공·민간 아우르는 해법 마련 절실”
中 공산당 정책 결정 관료 40%가 테크노크라트

중국 공산당이 연간 최대 6000억 달러(약 787조 원) 규모의 미국 기술을 훔치는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미국 의회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 의원들은 지난 8일(현지시간) ‘지식재산 및 인터넷에 관한 소위원회’ 청문회를 개최하고 중국의 지식재산 절도 행위에 대처하기 위한 초당적 해결책을 강구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미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그간 중국 당국의 지식재산권 절도 행위는 체계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미국 정부가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벤 클라인 공화당 하원의원은 “중국 공산당은 수년간 미국의 밥그릇을 뺏어왔다”면서 “바꿔 말하면 미국의 식비를 훔친 뒤 버젓이 우리 앞을 누벼왔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럴 이사 소위원회 위원장은 앞서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과의 수교를 통해 무역 개방을 시행한 일을 언급하며 “중국에 대한 무역 개방은 기대만큼 중국 공산당의 행위를 완화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중국은 합법적·불법적 수단을 가리지 않고 획득한 해외 기술로 세계 패권국 지위에 도전하려 하며 이 때문에 미국의 국가 안보는 위험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행크 존슨 하원의원도 이러한 견해에 동의를 표하며 “우리는 중국의 지식재산 절도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는 미국 기술 개발자들의 (올바른) 경쟁과 성공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이미 발생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과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미국의 대중 경쟁이 반()아시아인 인종주의를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존슨 의원은 “미국은 중국과 혁신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가치를 포기하고 증오에 굴복하는 방법으로 전쟁에서 승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한 지식재산권 보안 전문 컨설팅 기업 에바니나 그룹 최고경영자(CEO) 윌리엄 에바니나는 “중국은 해외 지식재산 절도를 위해 학술 협력 및 연구 파트너십 체결, 합작 회사 및 위장 회사 설립, 기업 인수 합병, 내부인 위협, 사이버 침입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지식재산과 관련된 거의 모든 정보를 훔친다”며 “절도 대상은 항공우주·생명공학·청정에너지·전기배터리·DNA 유전체학 기술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오는 4월 출시 예정인 중국 국영기업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코맥)가 개발한 중대형 항공기 C929 또한 거의 전적으로 훔친 해외 기술로 만들어졌다.

에바니나 회장은 또한 중국과 미국의 합작회사도 중국에 미 지식재산 절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3일 미국 의회 전문매체인 더힐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미국 기업에 중국 현지 기업과 제휴하도록 규정해왔다. 일례로 중국은 작년까지 중국 시장을 겨냥한 해외 자동차 기업들에 중국 현지 자동차 제조 기업들과 제휴할 것을 의무화해왔다. 풍력 터빈과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는 해외 기업들엔 제품의 일정 비율을 중국에서 생산하도록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해외 기업과 제휴한 중국 현지 파트너사들은 해외 기밀 정보에 접근해 기술을 배우고 최후에는 해외 기술을 완전히 복제할 수 있게 된다고 더힐은 밝혔다.

에바니나는 미 기업 경영자들을 향해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가 합법적이고 때론 수익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회사의 이익과 국가 안보 사이 상충 관계에 대해 잘 따져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그는 지난날 미국이 여러 차례 중국 당국의 기술 절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강구해왔지만 모두 실패로 끝난 것을 지적하며 “초당적이고 공공·민간 영역을 아우르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와 당,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재계 전반에 걸친 정치적 의지를 다져야 한다”면서 “지속적인 의지가 없다면 미국 경제와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공산당은 미국을 상대로 기술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들을 당내 주요 자리로 격상하고 있다. 더힐에 따르면 현재 중국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관료들의 40%가 기술 전문가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