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취임식까지 ‘도둑질을 멈춰라’ 문구 든 콘텐츠 모두 삭제

한동훈
2021년 01월 12일 오후 5:13 업데이트: 2023년 06월 16일 오후 4:27
  • 뉴스 섹션에 새 코너 신설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제공
  • 22일까지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팀 운영…즉각 대응

페이스북은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을 앞두고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모든 콘텐츠를 삭제한다고 10일 발표했다.

‘도둑질을 멈춰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지난 11월 3일 치러진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많은 증거와 증인들이 나왔지만, 아직 법원에서의 확정된 판결이나 의회 차원에서의 본격적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도둑질을 멈춰라’ 참가 단체 중에는 의회가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경우가 많다. 도둑질인지 아닌지 가려달라는 내용이다.

이같은 ‘의사표현’에 대해서는 페이스북 역시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페이스북 가이 로젠과 모니카 비커트는 “우리는 선거결과와 관련된 원기왕성한 대화를 허용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도둑질을 멈춰라’라는 문구는 폭력을 유발할 수 있어 ‘유해활동 협조 (방지)정책’을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삭제는 이미 진행 중이다. 페이스북은 적어도 22일까지 24시간 내내 전담팀을 운영할 것이며, 이미 상당수의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일 미국 워싱턴에서는 당초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가 일부의 과격화, 의사당 습격으로 얼룩지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폭동’으로 언론과 소셜미디어는 전하고 있다.

Epoch Times Photo
지난 6일(현지시각) 시위대가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베란다를 점거하고 있다. | Courtesy of Brandon Drey

폭력을 막겠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도 중단시켰고, 회원 수 90만이 넘는 보수 성향 단체의 그룹 페이지도 폐지했다.

또한 정치와 선거 관련 광고를 중단하고,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가입을 권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난 대선 전 시행한 많은 조치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뉴스 다이제스트'(news digest)라는 새 코너를 뉴스 섹션에 추가해 20일 취임식과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들어 페이스북, 트위터를 비롯한 빅테크와 실리콘 밸리 IT기업들이 특정한 콘텐츠를 표적 제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미국 내에서 빅테크가 ‘수정헌법 제1조’에서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된다.

수정헌법 제1조에서 보장한 기본권은 표현, 언론, 집회, 종교의 자유다. 또한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 자유가 침해당했을 때 법 절차에 따를 수 있는 권리 등이 포함된다.

Facebook and Twitter logos
페이스북과 트위터 로고. 스페인 말라가의 한 상점 창문 | Jon Nazca/Reuters=연합

빅테크의 권력은 날로 막강해지지만, 이를 견제하고 균형을 잡아줄 마땅한 사회적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언급된다.

이들의 검열과 정치적 행위에 보호우산 역할을 하는 230조 법안의 축소 혹은 폐지 논의가 지난해 의회 안팎에서 활발했지만 결국 원안 그대로 유지되는 데 그쳤다.

유색인종, 여성, 수감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를 위해 항변하며 진보 성향 활동을 펼쳐온 시민단체에서마저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 보장을 추구하는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지난 8일 트위터의 트럼프 대통령 계정 정지에 대해 빅테크의 권력 남용이 걱정스럽다는 성명을 냈다.

ACLU는 성명에서 “그(트럼프)를 영구 정지시키고 싶은 욕구를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수백만 명에게 없어서는 안 될 표현의 창구가 된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회사들이 견제 없는 권력을 휘둘러 사람들을 제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애플, 구글, 아마존 등은 최근 며칠 사이 연이어 신규 SNS앱인 팔러에 제재를 가했다.

이용자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한 팔러는 전통적인 자유주의와 보수 성향 이용자들에게 ‘트위터 대안’으로 큰 인기를 끌며 급성장했다.

그러나 애플과 구글은 앱마켓에서 팔러를 삭제했고, 웹 호스팅을 제공하던 아마존은 팔러의 서버를 내렸다. 팔러는 11일부터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팔러는 아마존을 상대로 반독점법 및 계약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SNS로 남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SNS 빅테크 기업들은 표현의 자유, 제약 없는 소통에 힘입어 오늘날 지위에 오르게 됐다.

이제 새로운 권력이 된 그들이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말할 수 없는지 결정하고 그에 대한 반론조차 침묵시키는 시대가 온 것은 아닌지 이용자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