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양회는 아첨의 향연…‘화장실 혁명’으로 칭송받은 시진핑

류지윤
2021년 03월 8일 오후 11:01 업데이트: 2021년 03월 9일 오전 10:02

중공 양회에서 시진핑을 앞에 두고 여성 대표가 화장실 같은 사소한 일까지도 국민을 생각한다며 칭찬해 시진핑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시진핑이 시작한 ‘화장실 혁명’은 지방 정부의 조작 풍조와 형식주의로 인해 많은 화장실이 버려진 지 오래다.

중공 전국 양회는 현재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으며 인민대표대회 각 대표단은 지난 6일 오전 전체 회의를 열었다. 같은 날 정협 제13기 4차 회의는 종일 소조로만 열렸다. 전염병이 심각해 올해 회의 기간은 3월 11일까지로 단축됐다.

지난 6일 한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동영상에 따르면, 시진핑이 양회 기간 중 인민대표대회 간담회에 참석했을 당시, 앞자리에 앉아있던 한 여성 대표가 시진핑을 마주 본 채 “농촌의 화장실은 가장 작고 하찮은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작은 일까지도 당신이 우리를 대신해 생각해주니 그들 모두 매우 감격했을 것”이라고 그를 ‘찬양’했다.

영상을 올린 누리꾼은 시진핑이 당시 어색한 표정을 지었으며 ‘어쩔 줄 몰라하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동영상이 퍼진 후 누리꾼들은 “여성 대표는 뻔뻔스럽게 치켜세우는데 시진핑은 멋쩍어하네!”, “아첨에도 솜씨가 필요한 법이지, 보통 사람은 잘 못 해”, “진짜 애쓴다. 1년에 한 번씩 아부하는 것도 어르신네들한테는 고생이지”, “옆에 있는 여성 대표 토하겠는데”, “화장실 혁명 주도하던 리진(李金) 진작 잡혀갔는데, 하필이면 그 말을 하냐”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곤란해진 시진핑의 ‘화장실 혁명’

‘화장실 혁명’은 시진핑이 지난 2015년 관광지의 공중화장실 상태가 나빠 화장실 개조를 단행한 것이다.

2017년 11월 시진핑은 ‘화장실 혁명’ 작업의 ‘성과’를 지시했다. 시진핑은 “화장실 문제는 작은 일이 아니다”라며 관광지, 도시뿐 아니라 농촌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이후 대도시마다 ‘화장실 혁명’을 벌이면서 농촌 역시 대대적인 ‘화장실 혁명’이 시작됐고, 중공은 매년 지원금을 줘 2020년에만 74억 위안(약 1조 3000억원)을 ‘화장실 혁명’에 쏟아부었다.

광둥성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화장실 혁명’을 포함한 농촌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329억 위안(약 5조 7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윈난성은 2020년 농촌’ 화장실 혁명’에 14억 7500만 위안(약 26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화장실 혁명’이 많은 농촌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안후이(安徽), 허난(河南), 간쑤(甘肅), 후베이(湖北) 등지에서 개조한 새 화장실에는 물이 공급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정화조도 정기적으로 치우는 사람이 없어 버려진 지 오래다.

2018년 11월 후베이성의 한 촌관(村官∙촌민 위원회 간부)이 가난한 노부부에게 화장실 개조 비용으로 2000위안(약 35만원)을 요구하며 빈곤층 복지 및 의료보험을 취소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화장실은 지어진 뒤 물이 공급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다.

2019년 3월 2일 허난성(河南省) 싼먼샤(三門峽) 링바오시(靈寶市)의 한 촌장이 큰 망치와 곡괭이 등을 들고 옥외 화장실을 모두 철거했다. 화장실이 없어 결국 온 마을 사람들이 아무 데서나 대소변을 봐야 했다.

현지의 한 운전사는 “화장실을 찾을 수 없어 메스껍긴 하지만 소변통을 갖고 다니는 게 편하다”고 이야기했다.

전국에 파급된 ‘화장실 혁명’은 많은 지방 관리들이 돈을 챙기는 새로운 통로가 되기도 했다. CCTV는 지난 19년 7월, 일부 지방 정부에서 이 프로젝트로 경비 보조금을 편취했다고 폭로했다.

예를 들어 허베이성(河北省) 스자좡시(石家莊市) 선쩌현(深澤縣) 잉리촌(營里村)의 경우, 화장실 한 개당 보조금은 500위안이었다. 현지는 백여 개의 화장실을 거짓으로 증축해 보조금을 편취했다. 장쑤성(江蘇省) 옌청시(鹽城市)에서는 ‘5성급 화장실’을 마련하는 데 개당 200만 위안(약 3억 5천만원)을 썼다. 쑤저우(蘇州), 양저우(揚州), 광저우(廣州) 등지에 건설된 공중화장실의 단가는 100만 위안에 달했다.

중공 관영 매체들도 ‘화장실 혁명’ 비판

2020년은 농촌 ‘화장실 혁명’이 마무리되는 해였지만, 중공 관영 매체는 지난 1월 이후 ‘화장실 혁명’을 ‘체면 차리기 프로젝트’, ‘상처만 남은 프로젝트’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공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월 28일, 랴오닝성(遼寧省) 선양시(瀋陽市)가 개조한 8만여 개의 화장실에 큰 문제가 있어 5만 개 이상이 버려졌다고 밝혔다.

이들이 함께 게시한 사진을 보면, 다 쓰러져가는 집에 새 화장실이 있다. 현지 주민은 “내 남동생이 이사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집마다 화장실을 설치하고 있다. 사람이 있든 없든 다 설치하고 다닌다”고 전했다.

국민에게 혜택을 주려던 프로젝트가 ‘상처만 남은 프로젝트’가 된 것은 결국 조작 풍조 때문이고, 형식주의 때문이다.

지난 1월 29일 중공 기관지 런민일보 해외망의 평론, 협객도(俠客島)는 변기를 부뚜막 바로 건너편에 설치하거나, 화장실을 개조했는데 상하수도에 연결되지 않아 볼일을 본 뒤엔 물을 부어서 내려야 하거나, 기온이 떨어져 얼어버리면 뜨거운 물로 녹인 후 볼일을 봐야 하거나, 개조하긴 했는데 좌변기도 없고 물 내리는 장치도 없는 화장실 등등 각지의 ‘화장실 혁명’을 열거했다.

글은 변기를 부뚜막 맞은편에 놓다니, ‘화장실 혁명’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지적했다.

같은 날 CCTV는 농촌의 ‘화장실 혁명’이 국민에게 편리함은 주지 못하고 오히려 불편을 가중했다고 지적했다.

글은 중공 지방 관리들은 중요한 민생 프로젝트에 대해 겉치레만 하고 실속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일부 ‘똥파리’들이 방법을 바꿔가며 화장실 커미션을 먹는 방법으로 제 살을 찌우고, 탐욕스럽게도 민생 프로젝트에서 부당한 이득을 챙긴다”고 비판했다.

지방정부가 시진핑이 주창한 ‘화장실 혁명’을 조작한 것도 여태껏 중공의 ‘자따쿵’(假大空, 거짓말∙큰소리∙헛소리)이 만들어낸 관료적 문화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왔다.